이태곤
MBC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 이태곤
“갈망했던 역할”…변신 주목
“갈망했던 역할”…변신 주목
‘나쁜 남자’가 기회가 되어 위기를 딛고 배우로서 자기 자리를 굳힐 수 있을까. 항상 부잣집 아들에 착한 남자 역을 해왔던 이태곤(사진)이 변신을 시도한다. 문화방송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극본 조은정·연출 오현창 주성우)에서 지금까지의 반듯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냉혹한 악역을 맡았다. 배우에겐 모든 작품이 기회이겠지만 이태곤에게 <황금물고기>는 특히나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오랜 가뭄 뒤 내린 비처럼, 갈림길에 선 배우 인생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계기이기 때문이다. 이태곤은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는 2005년 40%가 넘는 인기를 모았던 에스비에스 <하늘이시여>에서 남자주인공을 맡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겨울새> <보석 비빔밥> 등 후속작의 반응이 미지근하면서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못했다. 한 인터뷰에서 이태곤은 “<겨울새> 이후 배우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다”며 <하늘이시여>의 너무 큰 성공이 가져다준 후유증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황금물고기>에서 그는 선과 악을 오가는 다중적인 인물을 맡아 쉽지 않은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이태곤이 연기하는 태영은 반듯한 성품이지만, 자신을 입양한 엄마 윤희(윤여정)가 실은 친엄마를 죽게 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자기 가족에게 복수하는 냉혹한 인물로 변한다. 이태곤은 “항상 비슷한 성격을 맡아 다른 인물이 되고 싶었다”며 이번 배역을 반겼다. 지금껏 일일드라마들이 ‘착하거나 혹은 못됐거나’ 식의 극명한 이분법으로 악역을 복수를 향해 무조건 내달리는 인물로 그렸다면, 이 드라마에서 태영은 어머니를 잃은 아픔과 동생인 지민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멸시한 새엄마에게 받은 상처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다면적인 캐릭터로 설정됐다. 그만큼 이태곤의 연기력이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그는 “태영의 이중적인 면은 다양한 환경이 빚어낸 것이기에 기존의 파렴치한 나쁜 남자와 차이가 있다”며 “악역이라고 무조건 소리를 질러대는 식이 아니라 행동과 말투에서 절제된 차가움을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12회까지 방송된 지금까지 이태곤은 비교적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줄거리 전개상 아직 악역으로 변신할 단계가 오지 않아 기존 이미지처럼 부드러운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태영과 지민이 몰래 사랑을 시작했고, 조만간 태영을 ‘나쁜 남자’로 바꾸게 될 친엄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전개될 예정이다. 이태곤 자신이 “모험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 갈망하던 역할”이라고 한 냉혹한 남자의 모습이 과연 어떻게 그려질지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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