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200회, 무모한 웃음은 계속된다
리얼버라이어티 쇼의 맏형님…사회·정치 ‘자막 풍자’ 큰 인기
문화방송 <무한도전>이 오는 29일 200회를 맞는다. 2005년 4월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꼭지인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5년여 동안 인기를 모으며 문화방송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 장르로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남자의 자격>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무한도전의 영향을 받은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크게 성공한 것은 연예인들의 친근성을 강조한 데 있다. 연예인들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강조한 ‘캐릭터’를 만들어냄으로써, 시청자와 동떨어진 세상에 사는 듯한 ‘스타’가 아닌 이웃이나 친구, 더 나아가 평범한 ‘우리’보다 더 못한 듯한 느낌을 주는 데 성공했다. 배려와 소탈의 대명사인 ‘진행병’ 환자 유재석, 이기적인 ‘2인자’ 박명수, 잘 삐치지만 정은 깊은 ‘바보형’ 정준하, ‘어색한 뚱보’ 정형돈, ‘돌+아이’ 노홍철, ‘땅꼬마’ 하하까지, 하나같이 뭔가 약점을 지니고 어딘가 부족한, 흔한 주변 사람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매번 도전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흥미를 돋웠다. ‘도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무한도전 멤버들은 황소와의 줄다리기부터 시작해 그간 콘서트, 댄스스포츠, 봅슬레이, 벼농사, 미국 뉴욕에서 한국음식 알리기, 전국 돌아이 콘테스트 등 기상천외하고도 예견하기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면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무엇보다 200회까지 이어오게 한 힘은 늘 사회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무모할 만큼 도전적으로, 또는 에둘러 풍자적으로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데 있다. 정치 코미디가 자리잡을 수 없는 한국적 풍토에서, 촛불집회 때 ‘미국산 소 쓰러지듯’ ‘살수차 유혹 참는 소녀들의 대통령’ ‘뇌용량 1.9메가’ 같은 정곡을 찌르는 직설화법은 물론이고 용산 참사 이후 남산 철거지역에서 벌인 ‘여드름 브레이크’, 과거 박정희 독재정권 시대를 떠올리게 한 ‘좀비 특집 28년 후’ 등의 풍자와 비유는 시대적 상황에 답답해하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했다. 나눔도 적잖이 했다. ‘무한도전 달력’을 만들어 팔아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과 나눴고, ‘박명수의 기습공격’에선 불경기에 고통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돕는 시도도 벌였다.
사회·정치 풍자는 연예인들의 입을 직접 통하는 위험한 선택 대신, 자막의 방식을 택한 것도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냈다. <무한도전>표 자막은 방송 자막의 진화를 이끌었다. 더욱 자유분방하게 시청자들에게 말 걸고 설명하고 출연진을 이죽거리는 수준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이런 방송 자막은 연출력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오·남용되는 문제를 낳고 있기도 하다.
한편 <무한도전>은 200회 특집으로 ‘기부가 좋다’ 특집(사진)을 준비했다. <퀴즈가 좋다>를 차용해 단계별 퀴즈를 맞히면 기부금이 적립되는 방식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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