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31)
‘인생은 아름다워’ 이상우
“원래 대본은 키스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촬영에선 암시하는 장면으로 바뀌었어요.” 에스비에스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이혼한 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상우(31·사진). 지난 9일 방영된 남자친구 태섭(송창의)과의 첫 키스 장면에 대한 소감을 묻자 덤덤하게 받아넘겼다. 그는 “존재 자체를 숨겨야 하고, 사랑조차 당당하게 할 수 없는 그들의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스킨십은 갈수록 늘겠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난 남자, 여자가 아닌 그저 사랑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헤어지기 싫어하고, 만지고 싶어하는, 보통 연인과 다를 바 없는 연애를 들여다 보며 사랑하는 감정은 다 똑같다는 것이다. 동성애자는 배우가 진정성을 갖고 몰입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릴 수 없다는 점에서 이상우의 연기는 일단은 합격점으로 보인다. 드라마에 가장 늦게 투입됐다는 그는 송창의와의 호흡을 가장 신경 썼다고 한다. “드라마 초반 제주도 호텔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연기 연습을 했다. 대본 읽을 때는 괜찮더니 직접 눈을 보고 연기하니 어색하더라. 맥주 한 캔씩 더 꺼내 마시며 세 시간을 더 연습했다.(웃음)” 동성애 연기보다 더 그를 긴장시킨 건 김수현 작가다. “긴장 많이 했는데 대본 연습할 때 이해 안 되는 감정 등을 상세히 알려주셔서 공부가 많이 된다. 대사 틀리면 안 되는 건 맞더라.(웃음) 그런데 대본을 읽으면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된다. 대사 안에 캐릭터가 있고, 연기 패턴이 있다. 부족한 나에겐 공부가 된다.” 2005년 단막극으로 데뷔한 뒤 <9회말 2아웃>에선 모범생, <집으로 가는 길>에선 순정파, <망설이지마>에서는 까칠한 남자를 연기하면 작품마다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지만 크게 도드라지진 못했다. “일단 조바심이 나면 말을 더듬고, 머리 모양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연기 기복이 심하다”며 6~7년을 내다보며 부족한 점을 하나씩 지울 각오란다. “타오를 때도 꺼질 때도 서서히”였으면 좋겠다는 그는 <조강지처 클럽>으로 인기 맛도 봤다. “얼마 전 공항에서 난생처음 소녀팬들에게 둘러싸인 경험을 했는데, 감당이 안 되어서 도망갔다. 당황스럽고 불편했다. 그런 인기.” 수줍음 많은 성격을 고치려고 도전한 배우가 적성에 맞을까. “그냥 적응이 됐다. 이제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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