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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정보석 “악역도 잘하면 사랑받던데요”

등록 2010-05-24 20:38수정 2010-05-24 23:12

정보석(49)
정보석(49)
드라마 ‘자이언트’의 배우 정보석
“(5회에서) 토사가 빗물에 흘러내리는 장면을 원래는 금강에서 촬영하려고 했는데, 괜한 오해를 살까 봐 촬영날짜를 늦추면서까지 장소를 바꿨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에스비에스의 <자이언트>(월·화 밤 9시55분)에서 조필연을 연기하는 정보석(49·사진)은 드라마가 이명박 대통령을 미화한다는 논란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1970~1990년대 강남 개발을 둘러싼 내용이다 보니 그렇게 생각되는 것일 뿐,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오해는 저절로 풀릴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미화 논란뿐 아니라, 그가 연기하는 조필연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많다. 조필연은 군인 출신으로 정경유착해 성공하는 인물이다. 그는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있어 다양한 군인 출신 정치가들을 역할에 대입시켰다”면서도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1970~90년대 강남개발 다룬 시대극
주연 압도하는 ‘냉혈한’ 완벽한 변신

이런 화제를 뒤로하면 <자이언트>는 모처럼 나온 선 굵은 근현대극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허허벌판이던 강남에 어떻게 지하철이 뚫리고, 빌딩이 들어서며 땅값이 오르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진부한 전개라는 비난도 나온다. 어머니가 넷째를 낳는 순간 아버지가 죽고, 고아가 된 아이들이 떠돌다 뿔뿔이 흩어지고, 이성모(김수현)는 아빠를 죽인 조필연에게 복수하려고 그를 돕는 척하는 식의 예측 가능한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그는 “장영철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대조영>을 같이 했는데 초반에는 드라마의 밑거름을 깔고 인물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전형적으로 흐르지만 갈수록 새로운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것이 그의 힘이다”라고 신뢰를 보냈다.

의견의 갈림 없이 도드라지는 것은 <지붕 뚫고 하이킥>의 코믹한 ‘주얼리 정’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악역으로 변신한 정보석이다. 그는 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던 김명민이 빠진 <자이언트>를 이끌어 나갈, 주연을 압도하는 조연으로 주목받는다. 중앙정보부 과장 시절 강남 개발을 배후 지휘하며 기업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조달받고 정계에 진출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조필연’으로 1회부터 등장하고 있다.


정보석(49)
정보석(49)
정보석은 1987년 한국방송 일일극 <사모곡>에서 완벽한 악역 연기로 배우로 인정받았다. 이번 조필연 역은 23년 만의 악역이다. 그는 “<사모곡> 때는 길을 지나가면 할머니들이 돌멩이를 들고 쫓아왔는데, 요즘은 악역도 연기를 잘하면 사랑해주는 것 같다”고 달라진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진 만큼 악역을 연기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는 “<사모곡>에서 무조건 야비하게 보이려고 액션을 크게 했다면, <자이언트>에서는 오히려 절제된 표정과 눈빛으로 감정을 드러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1회 이강모의 이버지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채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것만으로도 살의가 느껴졌다. 강한 이미지의 대명사인 대선배 이덕화를 압도하는 25년 연기 내공의 카리스마도 빛났다. 그는 “무엇보다 30대에서 80대까지를 아우르는 연기를 할 수 있어 신난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최수종이 주어진 인물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면 정보석은 자신이 해석한 인물의 고뇌를 담아 입체감을 살린다. <자이언트>의 조필연도 작가가 그린 냉혹한 인물상에 인간미를 조금 보탤 생각이라고 했다. “악역도 사람인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잘하지 않겠나”라며 “작품마다 캐릭터의 외형이 아닌 내면을 잡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인물과 비슷한 역할은 연달아 맡지 않는 게 철칙”이라는 그는 <신돈>에선 광기 어린 공민왕, <달콤한 인생>에선 흔들리는 중년 등 다양한 변신을 시도해 왔다. 마흔이 훌쩍 넘었으면서도 ‘누구의 아빠’로 불리지 않는 몇 되지 않는 연기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보석의 시대’라고 불릴 만한 순간은 없었다.

그는 “나도 배우로서 폭발하는 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갈등한 적은 있었지만 그 인기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 <나인 하프 위크>의 에이드리언 라인 감독의 출연 제의도, 중국 드라마 섭외 요청도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이제 와서 아깝지 않을까? “완벽하게 할 자신도 없는데 할리우드라는 이유만으로 갈 수는 없었다.” 인기를 좇는 순간 절망의 길로 접어드는 게 배우라며 그는 활활 타오르진 않지만 꾸준히 오래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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