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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오랜만의 ‘격정 멜로’ 심상찮은 유혹

등록 2010-05-31 20:56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밤 9시55분)가 오랜만에 등장한 ‘격정적인 멜로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7일 2화가 방송된 현재 시청률은 12.8%(티엔에스미디어 집계)로 크게 높진 않지만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영상과 그 속에 녹아든 배우들의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 복수를 위해 사랑을 가장하는 진부한 소재를 장르 혼합과 연기 조화로 새로워 보이게 하는 재주를 부린다.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대부분 말랑한 사랑이야기와 사극에 주력하는 속에서 ‘격정적인 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방송계의 통설에 도전하고 있다. <나쁜 남자>는 일본 엔에이치케이가 기획부터 함께 참여해 공동 제작한 드라마로, 내년에는 일본에서 방송된다.

이형민 피디의 뮤비같은 영상
주·조연 모두 ‘몸에 맞는’ 연기
NHK ‘공동제작’ 내년 일 방영

■ 장르 혼합으로 시청자 유혹 <나쁜 남자>는 멜로와 미스터리 그리고 복수극이라는 세가지 인기 장르를 뒤섞었다. 전체적인 틀은 복수극. 김남길이 연기하는 건욱은 어린 시절 재벌 그룹의 아들로 들어갔다가 유전자 검사에서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 버림받은 뒤 재벌가에 복수한다. 여기에 김남길을 여자들이 한번만 보면 빠져들게 되는 ‘치명적인 유혹을 가진 매력남’으로 설정해 멜로 측면을 강화했다. 건욱은 재벌가 막내딸인 모네(정소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면서도 모네의 언니 태라(오연수), 자신이 재벌집 아들인 줄 알고 접근한 재인(한가인)과도 사랑에 빠진다.

이런 줄거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미스터리 기법을 차용했다. 1회 첫 장면에서 홍태성(김재욱)이 사랑했던 여자가 죽는 사건을 계기로 형사들이 수사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이 장면은 앞으로 과연 여자를 죽인 범인이 건욱(김남길)인지, 건욱이 복수를 펼쳐나가는 과정과 수사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한번 보면 계속 보게 만들려는 전략이다.

■ 드라마, 영상미로 승부하다 이형민 피디가 전작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보여줬던 영상미를 강조하는 연출력이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뮤직비디오처럼 절제된 영상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 피디 스스로도 영상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얼굴을 강조하는 클로즈업이 수시로 나오고, 흔들리는 화면으로 등장인물들의 불안한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먼 거리 장면과 가까운 거리 장면 등을 교차 편집하거나 빠른 화면 전환으로 쉴 틈 없이 시청자를 몰아간다. 김남길은 제작발표회에서 “감정신 같은 데서 숨 막힐 정도로 섬세함을 추구한다”고 이 피디의 스타일을 표현했다.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
■ 김남길, ‘이 역할 딱이야’ 연기자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조화도 초반부터 돋보인다. 출연 배우 대부분이 적역을 맡았다고 느끼게 하는 드문 드라마란 평가다. 김남길은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확실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2회에서 모네를 안으며 태라를 바라보는 흔들림 없는 눈빛 연기 장면 등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오히려 초반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는 신인 정소민이다. 건욱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지는 모네의 천진난만함이 묻어나와 1회 방송이 나간 뒤 “정소민만 보인다”는 평까지 들었다. 김남길이 가짜로 드러난 뒤 등장한 진짜 재벌 아들 역의 김재욱도 ‘김남길의 드라마’가 될 것이란 예상을 위협하고 있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등에서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바깥에서 데려온 자식’의 아픔과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홍태성 역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 하지만 내용은 실종? 배우들의 호연과 차별화된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줄거리의 개연성은 구멍이 많은 편이다. 허황된 꿈을 꾸는 스타일로는 보이지 않던 재인이 갑자기 재벌 2세를 붙잡겠다고 나서는 부분이나, 재벌 집의 두 딸이 건욱에게 너무나 쉽게 빠져드는 장면 등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기 보다는 압축적인 영상으로 주로 보여주는 점도 이 드라마의 매력인 동시에 이야기를 이해하기는 어렵게 만드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또 일본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과 비슷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홍보를 맡은 영화사 숲은 “두 드라마가 모두 <적과 흑>에서 신분 상승을 꿈꾸다가 실패하는 주인공 줄리앙을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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