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섹스… 2’ 개봉 앞두고
‘13년 절친’ 4인방 도쿄 회견
‘13년 절친’ 4인방 도쿄 회견
지난달 31일 오후 1시께 도쿄 롯폰기 아카데미힐스에 번쩍이는 조명을 뚫고 4명의 여성이 걸어들어왔다. 부러질 듯 아찔한 ‘킬힐’에 명품 옷과 보석으로 치장한 사라 제시카 파커(45), 킴 캐트럴(54), 크리스틴 데이비스(45), 신시아 닉슨(44)이 한국·일본 등 아시아 기자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섹스 앤 더 시티>는 1998년 티브이 드라마 시리즈로 시작해 6개 시즌을 거쳐 영화로 만들어진 지 2년 만에 다시 속편이 나왔다. 이들은 각각 캐리 브래드쇼, 사만다 존스, 샬럿 요크 골든블랫, 미란다 홉스로 13년을 살아왔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들은 행복해했다. “13년 전 우리 넷이 지하사무실에서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서로 잘 통한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었어요. 서로 다른 네 캐릭터들은 각각 살아움직였고, 거기에 빠져들었죠.”
30~40대에 시작한 ‘뉴욕 명품족’들이 이제 40~50대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세계 여성들은 그들의 휘황찬란한 패션에 열광한다. 지루하고 괴로운 현실을 잊고 판타지에 젖어들게 하는 것이 장수 비결인 셈. <섹스 앤 더 시티 2>도 현실 속 투쟁에서 시작해 판타지로 빠져든다. 캐리는 짜릿함도 두근거림도 없는 현실에 불만을 터뜨리고, 쉰을 넘어선 사만다는 호르몬제로 젊음을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미란다는 직장 상사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괴로워하는가 하면, 샬럿은 육아에 지치고 예쁜 보모로부터 남편을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이다. 뭇 여성들의 괴로운 현실을 두루 보인 끝에, 영화는 이들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로 호화 여행을 보낸다.
이 영화는 아부다비에서 상당 부분을 촬영했지만, 정작 아부다비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는 볼 수 없게 됐다. 영화에서 중동 여성들의 인권 상황을 풍자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닉슨은 불만스러워했다. “우리 영화에 사회 비판이나 풍자가 좀 들어 있긴 해도 정치 드라마가 아니라 코믹물입니다. 몇년 전 미국 대선 때 민주당 출마자가 존 캐리였거든요. 그런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여성들이 ‘캐리 브래드쇼는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존 캐리도 그렇다’라는 글이 써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더군요. 우리는 깜짝 놀랐죠. 우리 의도와 무관하게 코미디를 정치와 연관시키는 데 놀랐어요.”
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은 <섹스 앤 더 시티 2>가 영화 <007>의 여성용 버전이라고 솔직히 설명했다. “예를 들면 마놀로 블라닉 구두는 <007>의 스포츠카인 셈이죠. 영화는 현실보다 더 ‘글래머러스’하고 더 멋있습니다.”
도쿄/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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