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며 관리·맞춤만…신인은 헐값에 묶어둬
매니지먼트사들도 톱스타들의 권력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10년 이상 연예계에서 일한 중견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최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반적으로 톱스타를 거느린 연예기획사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몇몇 제작사에 한정된 소리일 뿐 대부분의 매니지먼트사는 톱스타에게 끌려다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연예인들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상황인데 매니지먼트사가 업무를 대행해주니 마치 권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게 그의 항변이다.
그는 “톱스타의 경우 매니지먼트사가 아무리 이미지에 맞는 작품에 출연시키고 싶어도, 본인이 하기 싫으면 그만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속 연예인으로 계약을 하기는 했지만, 톱스타를 키워주는 시대가 아니라 관리하고 맞춰주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는 수익 면에서도 과거처럼 큰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때는 톱스타 여배우와 당시 소속사의 배분이 11:0이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코스닥 열풍이 불었던 당시 주가 상승만을 생각해 스타 여배우의 수입을 한푼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세금까지 내주는 것으로 계약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나마 안정화됐다는 것이 9:1, 7:3 정도이다. “방송사 드라마 외주제작이 늘어나면서 몸값이 몇십억씩 치솟으니 이제 스타들은 1%만 줘도 매니지먼트사가 한 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버는지 알 정도로 약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끝난 문화방송의 화제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처럼 예기치 못하게 뜨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으면, 매니지먼트사가 큰 수익을 얻기는 힘든 구조라고 한다. 물론 얼마나 버느냐에 따라 매니지먼트사가 가져가는 수익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절대 적다고는 할 수 없다.
신인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소속 연예인 끼워팔기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그는 “소위 말하는 톱스타를 한 작품에 출연시키는 대신 그 소속사의 신인을 끼워파는 경우도 스타들은 싫어한다”며 “자신의 계약금이나 출연료 등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는 사항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소속사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매니지먼트사의 경우 소속 연예인이 스타급으로 발돋움한 뒤 소속사를 나갈 것을 대비해 신인 시절 헐값에 오랫동안 묶어두는 이른바 ‘노예계약’을 맺어 보험을 들어놓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방송사의 관계자는 “이는 스타권력만큼 방송가에서 사라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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