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높아가는 ‘스타권력’ 떨어지는 ‘작품의 질’

등록 2010-06-14 19:58

높아가는 ‘스타권력’ 떨어지는 ‘작품의 질’
높아가는 ‘스타권력’ 떨어지는 ‘작품의 질’
최근 한 드라마에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톱스타는 대본에 자신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장면이 나오자 연출 담당 피디에게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피디는 드라마에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설명했지만 스타의 고집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거의 30분 넘게 설득한 끝에 결국 피디는 대본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가에서 연예권력이란 말이 나온 지는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일부 톱스타들의 힘이 무소불위로 커지고 있다.

스타들이 출연작을 주무르는 일이 훨씬 더 잦아졌다. 과거에는 몇몇 톱스타들이나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비(B)급 스타들은 물론 대형 기획사 소속 신인들도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드물지 않는 게 요즘 방송가의 새로운 풍경이다.

일부 톱스타들은 피디나 작가를 직접 지명하는 것은 물론 이미 촬영된 프로그램의 편집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작품 자체를 자신 위주로 만들어가려는 욕심 때문에 방송 현장에서 마찰도 나오는 편이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연예시장이 한류열풍으로 아시아권으로 넓어진 지금 배우들은 권력 그 자체”라고 말했다.


높아가는 ‘스타권력’ 떨어지는 ‘작품의 질’
높아가는 ‘스타권력’ 떨어지는 ‘작품의 질’
이미지 망치는 연기 “빼 달라”
직접 보조작가 고용 대본 수정

■ “제 비중이 왜 이리 작죠? 고치세요” 배우들이 자기 이미지에 신경 쓰는 정도는 일반인들의 상상 이상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기력이 좋아 주연급으로 활동중인 스타급 여배우는 출연 영화에서 자기 비중이 작다며 분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해 대본을 4번이나 고치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원래 기획과 방향이 달라지면서 영화는 결국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대본은 정말 좋았는데 주연배우 장면 늘리느라 다른 장면 줄이다보니 재미가 없어졌던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큰 성공을 거둔 한 드라마에서는 주연배우가 조연의 인기가 더 높아지자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대본 수정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민감한 반응은 연기자로서 자연스런 욕심이기도 하지만 작품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쉬워 제작진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부분들이다.


■ 보조작가를 휘하에 둔 스타 배우가 자기 스타일에 맞는 연출자와 작가를 추천하는 일도 이젠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최고액수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는 직접 보조 작가를 휘하에 두고 드라마 출연할 때마다 대본 수정 권한을 계약조건에 집어넣는다. 이 스타는 하고 싶지 않은 연기를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로도 유명하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배우들은 대본이 나오면 가장 먼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을 가려내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촬영이 껄끄러워지기 때문에 피디들도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월드스타로 불리는 한 가수는 자기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매체와는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전문 인터넷 매체가 우후죽순 늘면서 칭찬만 늘어놓는 매체가 많으니 연예인들이 언론을 입맛대로만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미 밝혀진 사실이 언급되는 것도 막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성형했다는 사실을 밝혔던 한 여배우는 최근 케이블 방송 성형프로그램에 이름이 언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항의해 녹화내용은 편집되어 방영됐다.

‘모시기’ 경쟁이 몸값 상승 부추겨
신인발굴·사전제작 등 대안 필요

■ 흥행보증 수표는 옛말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런 스타들의 행태가 기획의도대로 작품에 맞는 배우를 섭외해 제작하기 어렵게 만들어 작품의 질적 저하를 일으키기 쉽다고 우려한다. 특히 외주제작이 늘어난 뒤로 외주제작사가 시청률을 높이고자 스타들을 캐스팅하려고 과도하게 경쟁을 벌이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방송사들이 스타를 기용하지 않으면 편성을 해 주지 않는 풍토가 스타 권력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톱스타들의 출연이 곧바로 시청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권상우와 최지우 등 한류스타가 출연했던 <신데렐라맨>(문화방송) <스타의 연인>(에스비에스)과 올해 이준기가 주인공을 맡은 <히어로>(문화방송) 등은 4~8%의 낮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는 “톱스타 출연은 홍보용으로 방영 전에 잠깐 활용될 뿐 그다음은 콘텐츠의 문제”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 탓에 스타들의 몸값은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비에서 배우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선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30% 정도라고 한다.

결국 과도하게 확대되는 연예권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송사들이 새로운 기획과 신인 발굴로 톱스타들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뿐이다. 드라마의 철저한 사전제작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을 겸하는 외주제작이 늘어난 요즘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