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눈물 “이것이 사랑이다”
MBC ‘휴먼 다큐 사랑’
가족애 다각도로 접근
가족애 다각도로 접근
지난 16일 오후 <문화방송>(MBC) ‘휴먼 다큐 사랑’ 크리스마스의 기적 편(18일 밤 10시55분) 녹음실. 김남주의 눈물샘도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내레이션을 30분쯤 이어가던 중, 김남주는 녹음 중단을 요청했다. “세살짜리 아이가 볼록한 배를 내밀고 엄마를 기다리는 장면이 너무 슬퍼요.” 두 아이의 엄마인 김남주는 휴지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 다큐의 올해 들어 세번째 이야기인 ‘크리스마스의 기적’(사진)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들이 ‘가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2006년 5월 첫선을 뵌 ‘휴먼 다큐 사랑’은 매년 가정의 달인 5월에 4~5편씩 집중방영하고 있다. 올해는 파업 여파로 방송이 늦어져 5월28일 첫방송 된 뒤 6월25일 마지막편(4편)이 나간다.
지난해 성탄절에 서울의 한 빌라 복도에 버려진 아기 성탄이와 어느 모텔 복도에서 발견된 아기 윤아, 지난해 가을 기아로 신고돼 보호시설에 들어온 세살배기 서진이가 3편의 주인공이다. 세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모두 ‘엄마 아빠’를 찾았다. 모처럼 ‘해피엔딩’이다.
2·3편 연출자인 김새별 피디는 “입양문제를 다룬 이번 이야기는 ‘고마워요 내 사랑’(2편·4일 방송·내레이션 김승우)만큼 슬프지 않은데, 김남주씨가 아이를 좋아해 눈물을 펑펑 쏟은 것 같다”고 말했다.
‘휴먼 다큐 사랑’을 꿰는 주제는 ‘가족 사랑’이다. 극한적 상황에 놓인 가족을 카메라가 5~9개월간 세심히 따라가며 일상적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다. 여대생과 노총각의 순애보를 그린 ‘너는 내 운명’(2006), 암투병하며 풀빵 팔아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이야기 ‘풀빵 엄마’(2009) 등의 ‘최루성 다큐’는 5년 동안 안방을 적시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눈물 코드’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없진 않다. 정성후 책임피디는 “초창기 아픈 사람 중심에서 벗어나 변해가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나 다른 방식의 삶을 담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고마워요 내 사랑’은 암에 걸린 시한부 삶이란 전형적 소재를 다뤘으나 접근 방식은 이전 프로와 다소 달랐다. 행복한 재혼가정을 부각하거나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선택한 환자의 결단 등에 초점을 맞췄다. 환자의 아픔보다는 그를 둘러싼 삶의 진실 쪽으로 초점이 조금 더 이동한 것이다.
3년간 ‘사랑’ 여섯 편을 제작한 김새별 피디는 “예전에는 사랑의 진한 감정 교류 장면을 포착하기 급급했는데, 지금은 주제나 화면 구성 등에서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입양을 원하는 어른이 아닌 입양될 아이가 주인공이 돼 부모를 찾아간다. 김 피디는 “5개월 촬영 동안 입양부모가 방송을 원하지 않거나 입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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