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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대박 코너가 숙제 ‘개콘’ 지켜보시라”

등록 2010-06-21 19:18수정 2010-06-21 20:48

김석현 개그콘서트 PD.
김석현 개그콘서트 PD.
‘독주 속 위기’ 김석현 피디 인터뷰
<개그콘서트>(한국방송)는 개그프로그램의 대명사이다. 문화방송 <하늘도 웃고 땅도 웃고 사람도 웃고>는 지난달 폐지됐고 에스비에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3~4% 저조한 시청률로 존재감이 미약하다. 위협적 경쟁상대 자체가 없다. 이런 독보적인 상황 속에서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태 결방 이후 방송분을 보면 웃음을 보장하는 강력한 코너가 없고,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 유행어도 없다. 한마디로 ‘개콘식 웃음바이러스’의 위력이 약해진 것이다. 게다가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폐지를 둘러싼 정치적 외압 논란 등 프로그램 이외 것들로 시끄러웠다. 월드컵 영향도 있지만 한때 30%를 넘나들던 시청률도 10% 후반대에서 맴돈다. 지난 20일엔 18%(티엔엠에스미디어 집계)가 나왔다. <개그콘서트>는 과연 독주 속에서 재도약을 해낼 수 있을까?

<개그콘서트> 11년 동안 대부분의 세월을 이 프로그램과 함께해온 김석현(39·사진) 담당 피디야말로 이 문제를 가장 잘 알면서 고민하는 사람이다. 다시 웃음의 날을 세우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그를 <한겨레>가 지난 18일 만나 인터뷰했다. 김 피디는 “재미없어지지 않는 것만 생각하다 보니 대박이 사라졌다”고 수긍하면서도 “일단 지켜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에이스 떠나고 시청률 10%대로 ↓
‘나를 술푸게…’ 정치외압 논란까지

“개콘은 ‘공장’ 대체할 인물 늘 준비
전 시청자층 아우르되 차별화 시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으로 화제였던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 끝나 말이 많다.

“그 이야기는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다. 무슨 말을 해도 욕먹으니까. 논란 일기 전에도 재미가 없어서 몇 번 결방했는데, 말들이 많아 계획보다 한 달을 더 내보냈다. 가장 재미없던 코너가 인기 코너가 된 거다(웃음). 이 말은 꼭 써달라. 네티즌 무서워 풍자 개그 못하겠다고.”

-시청률도 예전만 못하다. 지금 이른바 대박 코너, 대박 캐릭터가 안 보인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5년 전부터 키웠던 에이스 대여섯명(유상무, 유세윤 등)이 올해 한꺼번에 떠났다. 개그는 아이디어가 3, 연기력이 7인 싸움이다. 아이디어가 재미없어도 연기로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데 에이스들이 빠졌으니 진짜 고비다. 하지만 지금은 드라마 4개와 경쟁한다. 예전 30%가 지금의 20%라고 생각한다.”

-심현섭, 박준형이 나간 뒤 세번째 고비인가?

“그때는 시스템화되어 있어 큰 타격은 없었다. 언론에서 호들갑 떨었지 시청률은 더 잘 나왔다. 늘 대체 인물을 생각해 둔다. 심현섭도 나가기 한 달 전부터 대비했다. 심지어 ‘오늘 누가 죽으면 누굴 기용하지’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산다.”

-그래도 11년간 인기를 유지했다. 스스로 꼽는 비결은 뭔가?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녹화현장.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녹화현장.

“우리는 공장 시스템이다. 완성된 물건을 사오지 않고 재료를 가져다 만들어 올린다. 개그맨 개개인의 능력에 기대지 않는다. 개그맨들끼리 팀을 짜와도 더 좋은 조합이 있다고 생각하면 멤버를 바꾸는 식이다. 박준형처럼 프로듀서 기질이 있는 친구도 있고, 신봉선이나 장동민처럼 끼는 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익숙지 않았던 친구들도 있다. 모든 코너를 작가와 선배 개그맨이 모여 함께 캐릭터를 고민해 최고를 뽑아내려 한다. 장동민은 선한 인상이 좋아 충청도 말투에 마음씨 좋은 경비원을 시켰고, 신봉선은 인지도가 급해 잘생긴 선배와 연애 코너를 마련해줬다.”

-잘되는 개그맨 스타일이 따로 있는가?

“박휘순, 강유미, 박성광처럼 괜히 장난치고 싶고 농담해도 다 받아줄 것 같은 개그맨들이 잘된다. 또 희생할 때는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개그맨은 모두 공격수가 되어 슈팅을 때리고 싶어한다. 윤형빈은 수비만 3~4년 하다가 연예인 비판하는 아이디어를 가져와 함께 연구해 ‘왕비호’로 완성했다. 물론 희생하는, 친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잘하는 신인을 투입시키고, 대학로에서 재미있는 친구들을 데려와 살벌한 관계도 조성한다.”

-<개그콘서트>는 한때 떠났던 고참들이 다시 돌아오는 게 강점이다.

“오래 공헌한 친구들에겐 당연히 대우해준다.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물론 너무 재미없으면 내린다. ‘조아족’은 김대희에게 그만하자고 했다. 이수근은 의리로 출연하고 있다.”

-그래놓고 다들 버라이어티로 떠난다.

“<개그콘서트>는 밥그릇 싸움이다. 100명이 20여개 코너를 놓고 싸운다. 재미없으면 가차없이 코너 내린다. 정말 펑펑 울고 난리가 난다. 생각해보라. 기자에게 기사 못 쓴다고 이제 그만하라고 하면 어떻겠나? 나도 코너 내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개그콘서트> 출연료란 게 회당 38만원에서 시작하고 정말 몇 명 정도만 150만원을 받는다. 천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못 한다. 1주일에 4번 연습하는데 그 시간에 행사 뛰면 돈 더 많이 벌 수 있다. 개그맨은 아무리 잘되어도 2~3류 취급하지 않나? 다들 유재석이 되려고 하지 김준호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조아족’이나 ‘그냥 내비둬’처럼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들이 많다.

“풍자하면 욕 많이 먹는 게 외모, 정치, 종교다. 물론 심하게 욕먹으면 내린다. ‘그냥 내비둬’도 여성비하한다고 비판받아서 내렸다. 하지만 연기하는 당사자가 불쾌해야 진짜 비하 아닌가? ‘조아족’도 박지선이 기분 나빠야지 비하라고 생각한다.”

-‘봉숭아 학당’은 대표 꼭지인데 갈수록 재미없다.

“‘봉숭아 학당’은 연기자들을 위해서라도 남겨둬야 한다. 그 꼭지만큼 다양한 출연진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없다. 마무리 꼭지로도 제격이다.”

-독주 속 위기 <개그콘서트> 재도약 방안은 무엇인가?

“전 시청자층을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특정층을 겨냥한 마니아용 코너는 못 한다. 단 코너별로 시청자 차별화는 시도하려 한다. 좌와 우, 노와 소 식으로 타깃을 확실히 하는 거다. 무대에 올리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개그 모르는 사람이 오면 3주면 무너질 수도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결국 대박 코너와 대박 캐릭터가 나와야 한다. 그게 숙제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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