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트리트댄스’의 한 장면
EBS ‘다큐 프라임’ 춤의 매력 조명
‘춤 치료’ ‘사교 댄스’ 여덟달 취재
‘춤 치료’ ‘사교 댄스’ 여덟달 취재
춤추는 아이들 그룹 ‘비스트’를 보면 왜 가슴이 떨릴까.
2005년 12월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춤과 매력에 관한 논문을 보면 여자들은 잘생긴 남자보다 춤 잘 추는 남자에게 큰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균형 잡힌 몸매가 주는 흡족함 외에도 예술을 감상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황홀함을 느끼게 하는 과학적인 이유와도 연관된다.
28일부터 사흘간 전파를 타는 <다큐 프라임-춤, 세상을 흔들다>(EBS 밤 9시50분)는 이런 춤이 가진 놀라운 힘을 조명한다. 춤을 추는 행위가 병을 고치고, 성적을 올리는 등 나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제작진은 먼저 춤의 매력부터 훑는다. 1부 ‘매력 디.엔.에이 춤’에서 방송댄스, 사교댄스 등 다양한 춤이 소비되는 현장을 찾는다. 8개월간 제작한 김현 피디는 “한국에서는 춤이라면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 학교에서 배운 것만 떠올리더라”고 했다. 무용은 고급스러운데 춤은 저급하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을 사로잡으려고 밤새 춤을 연습하는 비스트와 춤에 빠져 인생이 바뀌었다는 안무가 하우신을 만나 춤의 매력을 관찰한다.
춤이 가진 두번째 능력은 치유효과다. 춤을 출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황홀함을 느끼게 해 치유능력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미국에서 춤으로 병을 고치는 타말파 연구소 안나 할프린(90)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유명한 무용수였던 그는 암 환자였지만 지금은 ‘춤 치료’로 암, 에이즈 환자 등을 도우며 산다. 뉴욕의 유명 댄스학원에서는 목요일마다 파킨슨병 환자들을 위한 댄스 교실을 연다. 몸을 가누기 힘들었던 그들이 춤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김현 피디는 “춤 치료는 병의 호전을 돕는 보조행위로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많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춤이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결과도 공개한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매일 5분씩 하루 세 번 춤을 추는 실험을 했더니 한 달 뒤 학습과 관련한 뇌 기능이 향상됐다. 혈액순환이 잘되고 엔도르핀이 흘러 기분을 좋게 만드는 등 몸과 정신의 효과가 모두 결합한 결과라고 한다. 프로그램은 또 아이들에게 커플댄스 등을 가르치니 성범죄율이 떨어졌다는 논문이 있다고 언급한다.
춤이 역사 속에서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었다고도 말한다. 3부 ‘시간의 춤, 영혼의 노래’ 편에서는 미시시피 지역에서 끊임없이 대립했던 흑인과 백인이 춤을 추면서 화해했으며, 가장 폭력적이었던 필리핀의 한 교도소에선 재범률을 0건으로 만들었다는 기록도 나왔다는 것을 전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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