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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최수종, 이번엔 ‘반전’을 외치다

등록 2010-06-29 20:25

최수종
최수종
K-1 특집드라마 ‘전우’ 주연
지난 27일 아침 8시, 한국방송 드라마 수원 세트장. 최수종씨를 만나려고 대기실 문을 열자마자 “악”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남루한 군복을 입고 까만 칠이 범벅된 얼굴에 퀭한 눈. 이제 막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60년 전 한국전쟁 참전병사의 환영이 앉아 있는 듯했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전우들의 우정을 그린 특집드라마 <전우>(KBS 1TV 토·일 밤 9시40분)에서 부대원 9명을 이끄는 이현중 중사 역을 맡아 중공군과 인민군에 맞서 총칼을 휘두른다. “매일 실제 전쟁을 치러요. 검은 분칠 때문에 안 보여서 그렇지 얼굴에 상처도 많아요. 파편이 튈 때마다 남자한테 뺨을 세게 맞은 듯 아파요. 안 다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데 안 다칠 수가 없어요. 폭탄이 터지고 여기저기서 총알이 날아오고, 아, 정말 소름 돋죠.”

몸 사리지 않는 연기

그는 일각에서 제기한 반공드라마 비판을 의식했는지 ‘반전’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전쟁 장면 촬영이 끝나고 전우들을 모두 불러 촬영장 모습을 보라고 했어요. 끔찍했어요. 내 가족과 형제, 아는 사람들이 저 시쳇더미 속에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어떻게 잘 드러낼까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러면서 “반공 몰이 내용이 있었다면 출연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연기 생활 23년째인 그는 1회 마지막 장면에선 육탄전을 벌인 뒤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 등 표정만으로 현장의 참혹함을 표현해내는 내공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본인 자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영화처럼 죽이면서도 가슴 찢어지는 마음을 욕설 등으로 격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드라마라서 제약이 많아요. 대신 총알이 날아오면 티브이에 얼굴이 안 나오더라도 고개를 돌리는 식으로 무서워하는 행동을 묘사해 사실감을 높이려고 합니다.”

최수종은 출연작을 최대한 꼼꼼히 고르지만, 한번 출연을 결정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기로 유명하다. <해신>에서는 머리만 내놓고 땅에 파묻혔고 <야망의 전설>에서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직접 촬영했다. <전우>에서도 모든 총격전을 대역 없이 소화하고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왕이면 더욱 도전적이고 강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찾아요. ‘아니, 저런 것까지 직접 하느냐’며 시청자들이 놀랄 정도의 장면이 연기 욕심을 부추깁니다.” <대조영> <태조 왕건> <해신> 등 그가 대하, 대작드라마 전문 주연배우가 된 것이 이런 연기 열정에 출연진을 이끄는 리더십 때문이다.

20년 이유 있는 주연


최수종은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린다. 역대 시청률 1위인 1997년 <첫사랑>(KBS)이 65.8%, 1993년 <아들과 딸>(MBC) 61.1%를 기록하는 등 역대 시청률 드라마 10개 중에 그가 출연한 드라마가 세편이나 들어 있다. 정작 본인은 이런 성과가 자신을 불안하게 한다고 한다. “다음에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쩌나 늘 고민합니다. 동료들에게는 ‘걱정하지 마, 시청률로 연기하느냐’고 큰소리치고는 뒤돌아서 속으로 혼자 끙끙 앓아요. (웃음)”

이런 불안감이야말로 그의 성장동력이다. 1987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한 뒤 20년 넘게 주연 배우로서 장수하고 있다. 청춘스타로 인기가 높던 1990년 <서울뚝배기>를 시작으로 가족드라마의 든든한 장남이 됐고, 2000년 <태조 왕건>부터는 사극의 영웅이 되는 등 계속 변화해왔다. 요즘 배우들이 이미지를 좇아 광고만 찍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그는 “언젠가는 삼촌, 아빠 역할을 할 날이 올 것이니 그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해내려면 차근차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가족드라마는 선배들 각각의 장점을 배울 수 있고, 사극은 호흡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듯한 이미지 탓에 악역은 한 번도 못해봤다. “섭외가 안 들어와요(웃음). 이유 있는 악역이라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어요.”

넘치는 끼를 어찌하리

1990년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도루묵 여사’에 나와 춘 춤은 최수종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연기 못잖은 예능 기질로 그는 팔방미인 이미지를 굳혔다. 1987년 <젊음의 행진> 2008년 <더 스타 쇼> 등의 프로에서 진행자와 디제이로도 활동하며 연기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왔다. “배우들이 진행을 맡으면 한 이미지로 고정되어 연기할 때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등 단점이 더 많아요. 그런데 왜 했느냐고요? 끼를 발산할 곳이 없어서(웃음).”

그런 그가 예능이 무서워졌단다. “예전에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존중하면서 들었잖아요. 지금은 너무 막 대하고,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이어서 적응이 되지 않아요.” 이제 연기 스트레스는 어디서 푸나. 그는 <전우>가 끝난 뒤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갈 예정이라고 했다.

최수종은 유명한 애처가로 유부남들의 ‘공공의 적’(?)으로 꼽힌다. 결혼 13년차 때 휴대폰에 저장했던 ‘내 사랑 희라’가 결혼 17년차인 지금은 ‘우훗 예쁜 희라’로 바뀌었다. 아직도 아내가 그렇게 좋을까. “최근엔 촬영 때문에 못 만나서 희라가 좋아하는 노래와 내가 사랑하는 이유 등을 녹음해 매니저에게 몰래 차에서 틀어주라고 건네줬어요.” 아직도 그렇게 아내가 좋냐고 묻자 답변이 십 분 넘게 이어진다. 아내가 보내준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아내를 향한 애칭 변화 강의가 끝날 줄을 몰라 괜히 물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느새 <전우>의 군인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어졌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로드 넘버원>, <전우>
<로드 넘버원>, <전우>
■ 뚜껑 연 두 전쟁드라마

‘로드넘버원’ 멜로 지향 이념 비켜가
‘전우’ 북한군 내면도 비중있게 담아

과거에는 ‘반공 메시지’를 심어주려고 전쟁드라마를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전쟁 자체가 드라마의 소재이자 배경이 된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질을 가장 잘 끄집어낼 수 있는 전쟁은 드라마의 매력적인 소재지만, 한국전쟁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한국에선 객관화가 어렵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 등 미국 전쟁드라마가 인기를 끈 것은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데서 오는 거리 두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 거의 동시에 시작한 전쟁드라마 <전우>(K1 토·일 밤 9시40분)와 <로드 넘버원>(M 수·목 밤 9시55분)은 그래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았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제작하기 힘든 전쟁드라마를 최근 발달한 우리 기술로 어떻게 선보일 것인지, 그리고 전쟁으로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뚜껑을 연 두 드라마는 일단 반공보다는 반전을 외치고 있다. 6·25 하루 전 이야기를 시작하는 <로드 넘버원>은 한 여자를 두고 장교와 사병이 벌이는 갈등에 초점을 둔 멜로를 지향하면서 이념적 부분을 비켜가고, 1950년 10월을 출발선으로 삼은 <전우>는 이태란을 중심으로 한 북한군의 내면도 비중 있게 담아내면서 ‘우리는 착하고 너희는 나쁘다’는 70~80년대 <전우>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려 한다. <전우>의 김상휘 피디는 “국군이었던 정태우가 인민군이 되는 설정 때문에 인민군을 너무 좋게 그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관건은 역시 전투 장면이 미국 드라마로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을 얼마나 사로잡느냐에 달려 있다. <전우>가 4회, <로드 넘버원>이 2회가 방영된 지금으로선 두 작품 모두 전투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공들인 흔적은 엿보이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전우>는 초고속 카메라 촬영으로 날아가는 총알을 속도감 있게 잡고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전투기 폭격을 역동적으로 묘사했지만, 중공군의 인해전술 장면에선 중공군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다. <로드 넘버원>은 2회 탱크 전에 힘을 줬지만 속도감 없는 전개가 기대에 못 미쳤다. 두 드라마가 각자의 색깔을 가진 전쟁드라마로 자리매김하려면 꼼꼼한 고증과 사실적 묘사 등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미군들만 썼던 톰슨 기관총을 한국군이 사용하는 장면 등이 고증 미흡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김상휘 피디와 한지훈 작가는 “우리나라는 군부대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미국 드라마처럼 많은 제작비를 쏟아붓기 어렵기 때문에 촬영에 어느 정도 제약은 따른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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