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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소지섭 “순수한 사랑, 이젠 불가능할 것 같아”

등록 2010-06-29 21:56

소지섭
소지섭
드라마 ‘로드넘버원’ 소지섭
‘가슴앓이’에서 전쟁영웅 변신
“몸으로 연기하는 법 배웠다”
배우를 만나는 게 직업인 연예담당 여기자들에게도 소지섭은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연예인으로 꼽힌다. 워낙 말이 없는 그에게서 뭔가를 끄집어내 보고 싶다는 직업의식에, 배우들 중에서도 유독 잘생긴 외모가 여기자들을 흔들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로드넘버원> 관련 공동인터뷰에서는 드라마에 대한 질문만큼 소지섭 팬을 방불케 하는 여기자들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정말 ‘간지’(소지섭의 별명) 죽이네요.”

찬사와 질문이 오가는 간담회에서 달라진 그를 관찰할 수 있었다.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 때 기자와 만났던 그는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수줍음 많은 청년이었다. 이제는 “방위 출신인데 전쟁드라마를 찍는 게 괜찮았느냐”는 짓궂은 질문에도 “4주 훈련은 했다”며 되받아치는 여유가 보였다.

소지섭은 <로드넘버원>에서 빈농 태생의 하사관이었다가 전쟁 영웅이 되는 장우로 나온다. 감정에 솔직하고 본능에 충실하고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남자다. 그는 “그동안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는 역할을 많이 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며 “좀더 적극적인 역할로 연기패턴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내성적인 성격도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극중 2중대와 야구팀을 만들고 처음으로 연기자 동생뻘인 윤계상과 친해졌다고 한다.

지난해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실패로 연기의 바닥을 봤다는 그는 사전제작하는 이 드라마에서 다시 한번 연기자로 성장하고자 한다. “쪽대본을 받으면 연기가 아니라 기교와 순발력만 늘어요. 지금껏 제가 한 게 연기인가 기교인가 헷갈렸죠. <로드넘버원>은 대본이 다 나온 상태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말’이 아닌 ‘몸’으로 연기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러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매일 총 잡고 진흙탕에 뒹굴었던 탓이다. “1회 지리산 전투 장면을 찍고 너무 춥고 힘들어 경련을 일으켰어요. 군대에 다시 가는 꿈까지는 아니지만 촬영 초반 매일 전쟁하는 꿈을 꾸다 잠을 깼어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죠.”

밝은 이야기를 할 때도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도 소지섭 특유의 가을을 연상케하는 눈빛은 변함이 없다. 2001년 데뷔작 <맛있는 청혼>과 2002년 <로펌> 등에서 냉철하고 가벼운 인물도 맡았지만,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스타가 된 뒤에는 우수에 찬 눈빛에 말 없는 남자의 대명사가 됐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시선이 그에게는 극복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소피의 연애 매뉴얼>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도전했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를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바라봐주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글쎄요, 왜 변신이 안 될까요?(웃음)”

남의 시선도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 배우의 숙명을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인 걸까. 장우의 순애보를 이해하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렇다. “이젠 사람을 만나는 게 점점 힘들어져요. 나이도 들고 배우니까 주변 사람의 시선도 생각해야 하고. 장우처럼 순수하게 하는 사랑, 이젠 불가능할 것 같아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51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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