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고 박용하가 스타덤에 오른 드라마 <겨울연가>. 왼쪽에서 두번째가 <겨울연가>의 상혁 역으로 출연한 박용하. <한겨레> 자료사진
박용하씨 자살소식에 일 팬들 충격
‘겨울연가’ 뒤 한국서보다 사랑받아
‘겨울연가’ 뒤 한국서보다 사랑받아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그는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해 오지사마(왕자님) 같은 이미지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박용하를 좋아해 한국어를 공부했고 지금 한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토 사키(26)는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너무 놀라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5시 30분 박용하가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본 팬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박용하는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의 상혁 역으로 한류스타가 된 뒤 2003년부터 5년여 간 국내에서 작품활동은 중단한 채 일본에서 활동하며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주로 가수로서의 활약이 대단했다. 2004년 11월17일 발매한 싱글 음반 <가지 마세요>는 한국 남성 가수로는 처음으로 오리콘차트 10위권에 진입했다. 2006년 발매한 앨범은 오리콘 일일차트 3위, 2009년 7월 발매한 미니앨범 <원스 인 어 서머>는 오리콘 데일리 차트 6위, 위클리 차트 14위에 오를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4년 연속 골든디스크 상을 수상했고, 꿈의 무대인 도쿄 부도칸(무도관)에서 콘서트도 열었다. 콘서트마다 2만여명이 몰리는 등 일본내 그의 인기는 ‘욘사마’ 배용준과 견줄 정도였다.
일본 언론은 한국에서 발표되는 그의 자살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야후재팬에서는 박용하 자살 소식이 보도된 지 1시간도 안 돼 ‘박용하’가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마이니치신문>은 인터넷판에서 “박용하씨, 자살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위암 말기 환자인 부친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쳐 있어 자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박용하씨 사망, 자택에서 목매달았다”는 기사에서 “경찰이 자살로 추정하고 사망 원인이나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썼다. 야후재팬에는 “자살 박용하씨, 말기 암 부친의 간병 피로?”라고 전하는 등 일본에서는 주로 죽음의 원인에 관한 기사가 상당 부분 올라오고 있다. 일본 방송과 와이드쇼에서도 이날 낮 그의 자살 소식을 자세하게 전하며 팬들의 안타까운 반응도 비중있게 다뤘다고 일본 뉴스 전문매체인 <제이피뉴스>는 보도했다.
팬들도 블로그 등에 실시간으로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욘하짱이 사망한 것이 사실이냐 믿을 수 없다” “늘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배우였는데 이럴 수는 없다”며 사실을 믿지 못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오전 한때 그의 일본 팬클럽 홈페이지는 접속이 안 되기도 했다. 야후재팬은 “중국 팬들도 ‘거짓말이겠지? 거짓말이야’ 등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용하는 리밍(여명), 장만위(장만옥) 등이 연기한 <첨밀밀>의 한국 리메이크 드라마 <러브송>에 출연할 예정이어서 중국에서도 관심이 컸다.
박용하는 지난 5월19일 9번째 싱글 앨범을 내고 6월 중순부터 일본에서 콘서트를 하던 중이었다. 9월 초까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14개 도시에서 18회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지난 19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예술극장(가나가와)을 시작으로 26일에는 사이타마현 가와구치 시에서 공연을 끝내고 일단 한국에 들어온 상태였다. 그는 7월2일에는 효고현 고베 국제회관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지만, 이제 그는 다시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제이피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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