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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치밀한 훈련 ‘보여줄 것만 보여준다’

등록 2010-07-05 22:42수정 2010-07-06 11:20

캇툰
캇툰
방한한 ‘캇툰’ 통해 본 일본 아이돌 성공 비결
철저한 예습으로 뻔한 멘트 없어
국외공연 때도 자국 팬은 꼭 챙겨
기획사 ‘자니스’ 일본 아이돌 요람
국내서도 관리와 전략 벤치마킹

일본 최강의 아이돌 그룹이 한국에 왔다. 아라시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 인기 아이돌 그룹으로 꼽히는 캇툰(KAT-TUN)이 다음달 6~7일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앞두고 지난 1일 프로모션 차 방한했다. 2001년 결성한 6인조 그룹 캇툰은 데뷔 앨범 <리얼 페이스>가 9주 만에 100만 장을 판매하며 오리콘 차트 1위를 석권했고, 도쿄돔 최초 8일 연속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일본 최고의 아이돌그룹으로 자리잡았다.

캇툰의 소속사 ‘쟈니스 사무소’는 철저한 기획과 관리로 내놓는 그룹마다 스타로 만들어 아이돌 그룹의 요람으로 불린다. 최근 드라마, 진행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한국 아이돌 시스템이 이 쟈니스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평균 수명은 3~5년인데 견줘 일본 아이돌 그룹은 10~20년 넘게 장수하는 경우가 많다. 1975년 설립한 쟈니스는 어떻게 30년이 넘게 ‘아이돌 왕국’을 유지하고 있을까. 방한한 캇툰을 통해 일본 아이돌 그룹의 치밀한 성공 방정식을 들여다봤다.

호감 사는 법을 아는 영리한 아이돌

1일 밤 8시께. 캇툰 인터뷰 장소인 호텔방엔 두가지 공기가 존재했다. 스태프들이 모여있는 입구 쪽은 겨울처럼 차가웠지만 캇툰이 앉아있는 거실 쪽은 봄바람이 불었다. 우리나라처럼 매니저가 기자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식의 ‘관계 트기’는 없었다. 인터뷰 내내 매니저와 관계자들이 앉아 있거나 뒤에 서서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사전에 질문지를 받은 뒤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걸러내는데, 주로 한 멤버만 부각시키는 질문이나 한국과 비교하는 내용등을 피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인터뷰와 비교하면 절차가 까다로웠다. 그러나 이렇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인터뷰가 성사된 뒤 당사자인 캇툰은 최선을 다해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매니저가 인터뷰 중간 끼어드는 한국과 달리 인터뷰 현장에선 아이돌 그룹이 최선을 다해 응하고 매니저는 한발짝 물러서 있었다. 모든 질문을 끝까지 들은 다음 답변했고, 기자가 말한 일본어 발음이 틀리면 고쳐주기도 하면서 좋아하는 노래는 직접 불러주기까지 했다. 캇툰을 인터뷰한 국내 언론 기자들 거의 모두가 이들이 ‘호감 사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어 교재를 통째로 외웠어요 공연할 한국에 대한 예습이 철저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멤버 나카마루 유이치는 한국어 교재를 통째로 외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라시의 멤버 사쿠라이 쇼는 2006년 방한 기자회견 때 다소 긴 멘트를 직접 한국어로 말하기도 했다. 우에다 다쓰야는 <찬란한 유산>을 보고 한효주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하는 등 멤버 모두 한국 연예인과 드라마 이름도 술술 외우고 있었다. 대부분 해외스타가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등 다소 뻔한 말을 해 온 것과 달리 “오빠~” “물주세요” 처럼 독특한 말을 던지는 것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이들의 준비를 읽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본 캇툰 멤버 가메나시 가즈야의 손바닥엔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철저한 기획과 관리의 상품화 자니스는 소속 연예인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인터넷에 소속 배우의 사진을 올리는 것도 금지한다. 방송 드라마 주연을 맡아도 인터넷 인물 소개란은 공란으로 내보낸다. 대신 세심함을 보여주는 팬서비스로 이런 까다로움을 만회한다. 공연에서도 모든 자리의 팬들이 스타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무대가 공중에서 움직이며 관객 곳곳을 향한다. 특이한 점은 해외 공연에서도 자국 팬들을 챙긴다는 것이다. 아라시는 2008년 한국에서 공연을 한 뒤 자국의 팬과 비공개로 팬미팅을 했다. 데뷔 때부터 숙소에서 생활하는 한국과 달리 이들은 같은 그룹 멤버라도 사적으로는 만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멤버들끼리 휴대폰 번호를 모르는 그룹도 많다. 이렇게 철저히 상품화하고 관리하는 것이 삭막해 보이지만, 오랫동안 그룹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인 점은 분명하다.


보여줄 것은 보이고 감출 것은 감춰라

일본에서 시작되 한국으로 건너온 아이돌 시스템은 가수로 출발하면서 초기부터 멤버들의 소질에 따라 연기자, 진행자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다. 캇툰도 1년 내내 드라마, 노래, 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을 계속하며 휴식없이 강행군을 이어간다. 올해만 해도 드라마 <엽기인걸 스나코> 출연 뒤 싱글을 냈고, 또 정식 음반을 발매한 뒤 7월16일부터 아시아 투어에 들어간다. 일본 아이돌 그룹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건 버라이어티 방송 프로그램을 따로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캇툰도 올 3월에 끝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카툰캇툰>을 진행했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 아이돌은 엔터테이너로 키워지기 때문에 방송에서 다각도로 노출해 여러 가지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티브이로 보여주는 것은 늘리되 콘서트 내용 등 감출 것은 철저히 감춘다. 이날도 한국과 대만, 타이의 콘서트 차이점을 묻는 질문은 거부됐다. “콘서트는 서프라이즈이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낮아지는 두 나라 사이의 벽

캇툰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엠 카운트다운>에 출연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이 일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였지만, 일본 아이돌 그룹이 한국 음악프로그램 나온 것은 스마프의 초난강(일본 이름 구사나기 쓰요시) 이후 처음이다. 동방신기의 성공을 기점으로 빅뱅 등 일본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위상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젠 한국 아이돌 그룹에 영향을 주던 일본 아이돌 그룹이 역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봉석 평론가는 “일본 아이돌 그룹들이 한국에서 인기는 높아도 활동을 안해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는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제 한국 시장을 눈독들이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동방신기의 일본 활동을 계기로 한국 시장과 한국 아이돌에 대한 일본 연예계의 인식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시장을 바라보게 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메나시 가즈야는 “한국 방송이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가까우니까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한국에 와서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엠넷 제공

■ ‘캇툰’과의 유쾌한 수다 한판

“앨범 나올때마다 한국 오고 싶어요”

한글교재 통째로 외워
“오빠” 등 우리말 사용
새달 6~7일 내한공연

내달 6~7일 한국 공연을 앞두고 내한한 캇툰과의 인터뷰는 유쾌한 수다 한판이었다. 한 질문을 던지면 여기저기서 주거니 받거니 말들이 쏟아져 정신이 없었다. 한국에서 우리 음반이 몇장 나왔죠? 어떤 노래를 좋아하세요?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뒤바뀌는 상황은 예사, 인터뷰 내내 가장 좋아한다는 한국말인 “오빠~”를 외치고 기자에게 불러주길 요구하는 가메나시 가즈야 때문에 웃음바다가 되기 일쑤였다. 다구치 준노스케는 “공항부터 팬들이 마중 나온 것이 가장 기뻤다”며 한국 방문에 만족스러워했다.

-한국어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5년 전에 한국 배구 선수를 취재하러 왔는데 한국말을 몰라 대화가 안됐다.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계기가 되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초난강’(구사나기 쓰요시)씨가 쓴 한국어 교재 <정말북>을 통째로 외웠다.”(유이치) “‘오빠~’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고 인상적이어서 기억했는데, 본의 아니게 팬들에게 “오빠~”라고 불러주길 강요한 것처럼 되버렸다(웃음).”(가즈야)

“그래서 말한거구나!”(다쓰야)

-일본 아이돌그룹으로는 처음 한국 케이블 음악방송에도 출연했다.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특별히 한국 방송에 나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앨범이 나올때마다 한국에 와서 노래하고 싶다.”(가즈야) “음향, 세트 등에서 다르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가수들이 대기실만 있는게 아니라 로비에서 서로 대화하고 그러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일본은 그런 게 없다.”(고키)

-새 음반 <노 모어 페인>은 어떤 것이 특징인가?

“우리의 여러가지 얼굴이 들어 있다. 산뜻하고 힘찬 노래도 있고 어두운 노래도 있고. 발라드도 있어서 캇툰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메이킹 영상에 처음으로 녹음 과정도 공개했다. 노래를 만드는 캇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키)

-한국 공연에서는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인가.

“비밀이다(웃음). 하지만 윗층부터 아래층까지 팬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연출하겠다. 팬들이 얼마나 열광해주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잘 부탁드린다.”(가즈야) “이게 카툰이다, 라는 모습 보여주겠다.”(고키)

-진행, 연기, 노래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다.

“몰랐던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게 하는 장점이 있다.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것 중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고 싶다. 자극주는 환경 안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즐겁다. 전혀 다른 나를 끌어내준다.”(가즈야)

-1년 내내 쉴 틈 없는 생활, 힘들진 않나.

“지금은 바쁘지만 쉬는 날도 있다. 바쁘다는 건 행복한 거고 그 정도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 고맙다.”(고키) “나중에 쉬는 날이 있으면 한국에 오고 싶다. 물론 비밀리에(웃음).”(가즈야)

-그나저나 트위터는 진짜인가?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한번도 해 본 적 없다.”(가즈야)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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