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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고구마 권병준, 사운드 디자이너로 돌아오다

등록 2010-07-16 11:59수정 2010-07-16 12:14

본명은 몰라도 ‘고구마’라는 예명을 기억하는 이들은 제법 된다. 1997년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 카메라에 대고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침을 뱉는 행위로 방송출연 정지를 당했던 펑크 밴드 삐삐롱스타킹의 보컬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가 요즘 어디서 뭘 하고 지내는지 아는 이들은 극소수다.

최근 한국에 들어온 ‘고구마’ 권병준을 만났다. 5년째 네덜란드에 머물러온 그는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된 듯한 모습이었다. 삐삐롱스타킹 해체 이후 99, 원더버드, 모조소년, 버튼 등 밴드를 거친 그는 2005년 “(개인적인 이유로) 한국에서 살고 싶지가 않아졌다”며 훌쩍 떠났다.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전자음악을 1년, 미디어아트를 2년 동안 공부한 뒤 전자악기 엔지니어로 2년째 일하고 있다. “흔히 클럽에서 나오는 일렉트로닉 음악만 떠올리는 분도 있지만, 전자음악의 범주는 굉장히 넓어요. 전자장치를 이용해 내는 소리로 만든 음악은 모두 전자음악인 거죠. 클래식 계열의 현대음악 작곡가들도 전자음악을 많이 해요. 저도 학교에서 그런 쪽을 공부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실험적인 전자음악으로 방향을 틀었죠.”

네덜란드에서 그가 다니고 있는 회사인 ‘스타임’은 독특한 곳이다. 실험적인 전자악기를 연구개발하고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한다. 정부 보조를 받아 40년 이상 운영해온 비영리기관으로, ‘비주류 전자음악의 메카’라 불린다. 클래식 작곡가부터 거리의 음악인까지 드나든다. 이들에게 새로운 전자악기를 만들어주는 게 그의 일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전기·전자 시스템도 잘 알아야 해요. 그런데 저는 인문계 출신이거든요. 학교에서 전자음악 공부할 때도 그런 건 안 가르쳐줬어요. 인터넷과 책을 붙들고 씨름하며 독학했죠. 고생 많이 했어요.”

그렇게 해서 만든 악기들은 특별하지 않은 게 없다. 한번은 500m 길이의 자전거 터널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젝트를 맡은 아티스트가 그에게 찾아왔다. 그는 18개의 환풍구마다 빛과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를 설치하고 무선으로 동조해 서로 다른 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연주자가 치는 건반에 반응해 주전자, 양동이 따위를 자동으로 두드리는 악기도 그의 작품이다.

그가 이번에 고국을 찾은 건 생소한 전자음악의 세계를 알리기 위해서다. 7월 17일 저녁 8시 서울 강남 엘아이지 아트홀에서 열리는 기획공연 ‘사운드 디자이너’ 두번째 무대 주인공을 맡는다. 7월 14일 저녁 8시 첫번째 무대 주인공은 밴드 옐로우키친 출신의 최수환(맨 왼쪽)이고, 7월 20일 저녁 8시 세번째 무대 주인공은 밴드 언니네이발관 출신의 류한길(맨 오른쪽)이다. 셋 다 밴드 음악을 하다 전자음악 아티스트로 변신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예전부터 잘 알던 음악 동료들이죠. 밴드를 하다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으려다 보면 기계의 도움으로 표현 수단을 확장하게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으로 뭉치게 되니 은근 경쟁심이 발동하던데요? 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최수환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중심의 공연을, 류한길은 소리로 공간을 꾸미는 듯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하드웨어에 강점을 가진 권병준은 자전거 터널 프로젝트에 쓰였던 스피커 시스템, 각기 다른 라디오 주파수를 믹싱하는 턴테이블, 손의 움직임으로 소리를 컨트롤하는 장갑 등을 준비했다.

관객들과 함께 연주하는 특별한 순서도 마련한다.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거죠. 제 이름 ‘권병준’을 내걸고 혼자 처음 하는 공연이라 설레기도 하고요. 정말 재밌는 공연이 될 거라고 자신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엘아이지아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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