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게·혹등고래…아빠와 함께 ‘바다생명 여행’
7년간 오대양 누빈 해양다큐영화 ‘오션스’
재결합한 부녀 ‘정보석-진지희’ 내레이션
재결합한 부녀 ‘정보석-진지희’ 내레이션
“다시 아빠와 딸 사이로 돌아간 것 같아요.”
문화방송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장인과 아내한테서 면박을 당하는 어리바리 아빠와 ‘빵꾸똥꾸’를 연발하며 아빠를 찜쩌먹는 딸로 나왔던 정보석-진지희 짝(왼쪽 사진)이 해양영화 <오션스>에서 다시 뭉쳤다.
갈비를 사주겠다는 아빠를 따라나섰다가 엉뚱하게도 바닷속 여행을 시작한다는 설정으로 진기하고 아름다운 바다생물의 일상을 그린 <오션스>의 내레이션을 맡은 것. 간간이 ‘갈비는 언제 사주냐’며 엉뚱한 질문을 퍼부어대는 딸한테 아빠가 아는 것 모르는 것 닥닥 긁어 설명하는 방식이다.
영화는 지표의 70%를 차지하며 늘 우리와 가까이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한차례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바닷속에 카메라를 들이댄 다큐멘터리. 7년가량 걸려 갈라파고스 섬, 플로리다 해변, 북빙양 등 오대양을 누벼 아직도 많은 비밀을 간직한 바다의 신비와 함께 해양동물 100여종의 삶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잡아냈다. 수천 마리의 케이프가넷 갈매기가 멸치 떼를 향해 다이빙하는 장면(오른쪽), 일년에 딱 한번 펼쳐진다는 수백만마리 거미게들의 군집, 갯가재와 게의 물고뜯는 싸움, 바닷속을 걸으며 해초를 뜯어먹는 듀공 등 희귀한 장면에는 그곳에도 먹이사슬의 법칙이 어김없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린다.
“미안한 얘기지만 더빙하기 전에는 해양동물 중 아는 이름은 서너가지밖에 안 됐어요. 물론 끝나고 나서 대부분 잊어버렸지만요. 바다에 대해 우리가 참 모르는 것 같아요.”(정보석)
4억년간 모습이 변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투구게, 공룡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바다 이구아나, 어른 키의 두 배가 넘는 대형 해파리, 배트맨처럼 망토를 두른 담요문어, 사랑을 노래하는 혹등고래, 밤바다의 파수꾼 성게, 말미잘과 공생하는 블랙아네모네 피시 등 바닷속에는 포유류 인간이 지배하면서 생태계가 흐트러진 지상과 달리 자연스런 생태가 지층 속 화석처럼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마치 다른 우주의 생물체를 만난 듯한 느낌이다.
“생선을 아주 안 먹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너희들한테 이런 사연이 있구나’를 생각하면서 고맙게 먹을 것 같아요.”(진지희)
바다동물의 생생한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첨단기법이 동원됐다. 펄떡펄떡 튀어오르며 사냥하는 돌고래 떼를 근접촬영하기 위해 원격조정 소형 헬리콥터에다 ‘버디 플라이’라는 광각렌즈를 장착한 소형 카메라를 달았다. 시속 40km로 질주하는 돌고래는 같은 속도로 달리는 어뢰카메라로 잡아냈다. 캘리포니아 수달을 찍기 위해서는 수면 위아래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목소리 연기하는 동안은 즐거웠는데, 마음에는 안 차네요.” 더빙이 영화에 섞여들지 않는 것은 이들의 장난기 때문일까, 아니면 바다생명의 처연함 때문일까. 29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유니코리아 문예투자 제공
왼쪽부터 진지희, 정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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