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0송이 꽃 영전에…일본서 식지않는 용하 추모
헌화식에 일 전역서 팬 몰려
카네이션 바치며 명복 빌어
카네이션 바치며 명복 빌어
지난달 30일 자살로 세상을 떠난 배우 겸 가수 박용하(33)는 어느덧 한국에선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지만, 일본에선 그냥 떠나보낼 수 없는 팬들의 추모 열기가 식을줄 모른다.
긴 장맛비가 그치고 땡볕이 내리쬔 18일 오후 일본 도쿄 유라쿠초 국제포럼(사진). 박용하 헌화식에서는 일본 전역에서 몰려든 1만4500명의 일본 팬들이 그의 명복을 비는 카네이션 꽃을 바쳤다고 일본 뉴스 전문 인터넷 매체인 <제이피 뉴스>가 19일 전했다. 예상을 넘는 추모 인파에 행사주최 쪽은 5000송이의 카네이션을 추가로 긴급 마련했다고 한다. 헌화식 종료 시간도 애초 예상 시간을 20분 연장해서 실시할 정도로 카네이션을 든 팬들의 행렬이 줄어들지 않았다. 영정사진이 놓인 무대는 박용하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5년 만의 일본 투어 콘서트의 일환으로 애초 노래를 부르기로 예정돼 있던 곳이다. 무대 위에서는 일본에서 열린 박용하의 콘서트 사진이 슬라이드쇼로 이어졌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박용하의 영정사진 앞에서 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조용히 눈물짓거나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는 팬들도 있었다고 한다. 오사카에서 올라온 40대 여성은 <제이피 뉴스>와 인터뷰에서 박용하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 듯 이렇게 말했다.
“꾸미지 않는 온화함과 자상한 미소가 매력이었다. 매년 일본 공연 때 참석했고, 이번 공연도 예약해놓고 두든두근한 마음으로 매일 기다렸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감사하다는 마음 절반과 원망 절반이다. 그의 미소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다. 그렇지만 바다 너머까지 많은 팬을 지닌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조금 원망스럽다.”
이날 헌화식에서는 남성 팬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뭐랄까, 일본 젊은이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굉장히 성실한 느낌이 있다. 완전한 ‘왕자님’인 배용준은 남자인 저로서는 거부감도 좀 들었지만 박용하는 그런 게 없었다.” 부인과 함께 온 한 남성 팬은 그러면서 “많은 재능을 지녔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젊은 영혼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국적과 원인을 떠나서 말이죠”라고 덧붙였다.
고치현에서 11시간 심야버스를 타고 왔다는 한 여성은 “단지 용하씨를 만나기 위해서 왔다. 아직까지 용하씨가 서울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아직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용하는 2003년 일본에서 <겨울연가>로 인기를 얻은 이후 지금까지 9장의 싱글앨범, 8장의 정규앨범, 17장의 디브이디 타이틀을 발매해 합계 100만장이 넘는 판매를 기록하는 등 일본에서 주로 가수로서 큰 인기를 얻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사진 <제이피 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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