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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남편 가해자’ 드라마 공식 벗어났다

등록 2010-07-20 19:04

‘남편 가해자’ 드라마 공식 벗어났다
‘남편 가해자’ 드라마 공식 벗어났다
‘이 웬수’의 색다른 점
아프고 힘든 이혼남 그려
‘재혼의 사랑’ 진정성 암시
<이웃집 웬수>가 다른 이혼드라마와 구별되는 대목은 바로 이혼한 뒤 남자의 심정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부분 이혼드라마에서는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겨 이혼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설정돼 남편은 가해자로 묘사되는 반면, 이 드라마는 남편 역시 많이 아프고 힘들다는 점이 잘 담겨 있다.

2회. 성재(손현주)와 지영(유호정)이 이혼한 뒤 성재와 함께 살게 된 딸 은서(안은정·왼쪽 위)가 엄마가 불쌍하다고 엄마에게 가겠다고 울자 성재(손현주)는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그럼 아빠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 당당했지만 그 역시 이혼한 현실을 믿지 못하고 가슴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또 성재는 아들 준서를 사고로 잃은 뒤 같은 이름인 미진(김성령)의 아들 준서에게 마음을 다하며 스스로 상처를 보듬는다. 작가는 미진의 입을 빌려 양육비를 주는 것도 잊어버리고 은서를 데리러 가는 것도 거르는 등 관심을 끊으려는 성재의 행동은 스스로 나쁜 남편, 아빠가 되려는 심리라고 대변한다.

많은 드라마 속 남편들이 이혼한 뒤 재혼한 아내가 시들해지면 전처를 찾아와 다시 합치는 것을 요구하는 등의 행동을 일삼았다면, <이웃집 웬수>는 성재가 미진을 만난 것이 그에겐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라고도 반문한다. 성재가 애초 지영과 결혼한 것은 덜컥 임신한 상황에 대한 책임감도 컸다. 성재는 미진에게 프러포즈하려고 반지를 꺼낸 뒤 “처음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느냐”며 두근하는 마음을 발견하고 추억의 페이지를 들춰보지만 그에겐 프러포즈한 기억이 없다. 이런 떨림이 그는 처음인 것이다. 지루한 결혼생활이 지영만큼이나 그에게도 어제와 다를 것 없던 오늘의 연속이었고, 어쩌면 그는 미진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이 저지른 불륜이 실은 불륜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우진(홍요섭·오른쪽 아래)이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이혼을 하지만 실은 바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오해를 풀지 않은 채 이혼을 선택하고 오히려 그때부터 즐거운 인생을 산다. 드라마 속 남성상이 현실적으로, 공정하게 그려질 때 한국 드라마는 진보한다고 이 드라마는 말하는 듯하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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