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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불륜 없어도, 꽃미남 없어도 괜찮아

등록 2010-07-20 19:06수정 2010-07-20 19:13

왼쪽부터 지영(유호정), 건이(신성록), 미진(김성령), 성재(손현주).
왼쪽부터 지영(유호정), 건이(신성록), 미진(김성령), 성재(손현주).
드라마 ‘이웃집 웬수’ 흥행 비결
“너무 잔잔한데 괜찮을까?” 에스비에스 주말드라마 <이웃집 웬수>(토·일 저녁 8시50분)를 쓴 최현경 작가가 방영 전 했던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혼한 부부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이 드라마는 이혼이 소재이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요즘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불륜관계도 없었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18일 방송분이 시청률 23.3%(티엔엠에스 제공)를 기록하는 등 주간 시청률 1~2위를 오르내리며 ‘소리 없이 강한 착한 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2006년 방영된 <연애시대>(에스비에스)의 40대판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이 드라마에 과연 어떤 특별한 게 있기에 시청자들의 눈길이 몰릴까.

주간 시청률 1~2위 자리매김
‘막장 소재’ 없이 예상밖 인기

■ 우리 시대의 이혼을 읽다 <이웃집 웬수>는 이혼에 대한 사회의 시선 변화를 포착했다. 이혼이 흔해진 요즘, 이혼 자체가 아니라 이혼한 부부가 어떤 식으로 관계를 정리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며 눈길끌기에 성공했다. <있을 때 잘해> <조강지처 클럽> 등 지금껏 이혼을 다룬 드라마들은 주로 이혼한 여성의 홀로서기를 주목해왔다. 반면 이 드라마는 남과 여 양쪽의 견해차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최현경 작가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드라마는 이혼한 뒤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재혼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그린다”며 “우리는 이혼을 하면 그 시간을 바로 봉합해 버리는데 오히려 이제는 털어놓고 끄집어내어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 극적 장치 빼고 현실감 살려 이혼 사유에 극적 재미가 없어도 현실을 반영한 점도 공감을 이끌어냈다. 드라마에서 지영(유호정)과 성재(손현주)가 이혼한 이유는 아들 준서가 자신들이 다투는 사이에 혼자 나가 사고로 죽고, 시어머니의 일방적인 ‘며느리 탓’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이혼통계를 조사해보니 실제 이혼 사유에서 불륜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 정도였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이혼하는 경우였다”며 “많은 드라마가 눈길을 끌려고 이혼 사유로 불륜만 내세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드라마를 주로 보는 40~50대 여성 시청자 중 한 명인 이숙자(59)씨는 “주변에서 보면 불륜보다는 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더해져 어쩔 수 없이 이혼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는데 그래서 <이웃집 웬수>는 더 안타깝고 마음에 와닿는다”고 평했다.


드라마 ‘이웃집 웬수’
드라마 ‘이웃집 웬수’
주인공들도 현실적이다. 드라마들이 도식적으로 남편은 가해자, 아내는 피해자로 나누는 것과 달리 이 드라마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 그렇다고 주인공들이 속없이 착해 ‘드라마니까 가능하다’라는 판타지로 간 것도 아니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를 맞은 지영은 친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있고, 무슨 말만 하면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꼬인 인물이다. 아이만 있으면 행복해하는 다른 드라마 속 ‘천하무적 이혼녀’와 달리 그는 “아줌마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우유배달에 식당 일을 하면서 현실의 무게도 느끼고 남편이 양육비를 보내지 않자 다짜고짜 전화해 성질도 낸다. 성재도 새로운 여자가 생기자 양육비를 주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현실만 바라보고 사는 인물이다.


‘이혼 뒤 관계맺기’ 신선한 내용
헤어진 부부 현실 반영해 ‘공감’

■ 이혼 뒤 관계의 제안 현실 반영을 넘어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 점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처와 결혼할 새로운 여자의 관계 설정이 대표적이다. 35회에선 시어머니가 될 정순(반효정)과 서서히 갈등을 빚는 미진이 우연히 지영을 만나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강미진씨도 나처럼 시집살이할 생각 하니까 고소하네요”(지영) “우리 다음에 밥 먹고 차도 마시면서 이야기 많이 해요”(미진) 식의 대화를 나누면서 서서히 가까워질 조짐을 보였다. 최 작가는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 미진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가장 잘 이해해 주는 것이 결국 지영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드라마 <하얀거탑>이 한 남자의 아내와 불륜 여성의 ‘쿨’한 관계를 드러내며 호평받았지만, 한국에서 2007년 리메이크했을 때는 정서상 그 부분의 비중을 줄인 점을 고려하면 <이웃집 웬수>는 한발짝 더 나아간 실험을 하고 있다.

상황이 주는 재미 대대신 대사의 힘을 빌려 이혼 뒤 부부의 관계를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형식도 독특하다. “능력도 없이 왜 이혼이냐”는 식의 등장인물들이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사를 넘어 매회 미진(김성령)과 친구인 정신과 의사 세희(김예령)가 대화하는 장면을 긴 시간 할애해 보여주며 대한민국에서 이혼과 이혼 뒤 부부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미진은 “이혼하면 끝이지 뭐가 이렇게 복잡해”라며 이혼 뒤에서 앙금이 남아 있는 전남편과 아내의 관계 등 한국 사회의 복잡한 단면에 의문을 제시하고, 세희는 “우리나라 이혼한 부부가 쿨한 경우 거의 없어. 애증의 몸부림 치는 게 전남편과 전처야”라며 우리나라 이혼부부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최 작가는 “세희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 반복되는 우연, 억지 설정은 그래도 남아 이런 잔잔함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역시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에서 나온다. 특히 평범한 인상의 손현주는 극중인물에 사실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한 은서가 엄마 유호정에게 동생 준서가 보고 싶다며 우는 모습을 훔쳐본 뒤 차에 와 혼자 오열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도 눈물짓게 만들었다.

하지만 35회까지 방영된 현재 이혼 뒤 1년부터 재혼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는 이 드라마는 같은 내용과 사건이 반복되는 기존 드라마의 한계를 답습하는 면도 있다. 지영이 일하는 식당의 주방장이자 지영을 좋아하는 건이(신성록)가 알고 보니 미진의 친구의 동생이라는 등의 우연이 반복되고, 이혼한 여자에게 등장하는 잘생기고 돈 많은 연하 남자도 어김없이 나온다. 또, 전 시어머니(반효정·가운데)가 이혼한 며느리 지영에게 전남편인 시아버지의 제사상을 차리게 하는 등 지나치게 부려먹는 점, 시동생 우진(홍요섭)의 결혼까지 반대하며 그 집에 들어가 사는 등의 설정도 억지스럽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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