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34)
심의규제위원회 소집조차 안해
“주연 바뀌면 손해 커” 손익 ‘급급’
이효리·엠시몽 이어 다시 ‘물의’
“주연 바뀌면 손해 커” 손익 ‘급급’
이효리·엠시몽 이어 다시 ‘물의’
에스비에스가 뺑소니 혐의로 지난 13일 검찰에 약식기소된 배우 권상우(34·사진)를 10월 방송 예정인 수목드라마 <대물>에 그대로 출연시키기로 했다. 에스비에스는 국민들에게 공식 해명이나 정식 사과조차 하지 않은 권상우 출연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권상우는 다음주부터 첫 촬영에 들어가는 <대물>에 아무런 제재 없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인기 연예인 봐주기가 도를 넘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에스비에스의 한 간부는 21일 <한겨레>에 “범법 행위나 마약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일을 저지른 연예인에 대해서는 자체 심의규제위원회를 소집해 출연 여부 등을 논의한다”고 했지만 “권상우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심의팀도 “문제가 되는 연예인의 출연과 관련해서는 제작진 등에서 심의건의를 하는데 권상우의 출연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건의를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권상우씨가 재판을 받는 상황도 아니고 인명 피해는 없으니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는 게 에스비에스의 입장이다. 에스비에스는 앞서 무더기 표절로 물의를 일으킨 가수 이효리와 병역기피 의혹이 보도된 엠시몽을 자사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한국방송의 경우 마약복용, 폭행·사기 사건에 연루된 범법 연예인 18명을 출연정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에스비에스는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한 기본적인 내부 규제조차 없이 그때그때 내부 회의를 소집해 출연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비에스가 가장 최근 회의를 소집한 것은 2~3년 전이다. 회의 자료를 남겨 놓기는 하지만 유명무실이다. 에스비에스 쪽은 “개인 신상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연예인이 어떤 논의를 거쳐 출연여부가 결정됐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에스비에스가 이렇게 범법 연예인에게 관대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공적 책임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이란 비판이 많다. 에스비에스 고위 관계자는 “주연배우가 바뀌면 <대물> 촬영에 차질이 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쪽에 따르면 권상우 외에 고현정, 차인표가 출연하는 <대물>은 제작비가 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백한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공식 사죄 없이 드라마 출연을 강행하는 권상우의 행동에도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탤런트 최철호는 폭행사건 뒤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드라마에서 바로 하차했다.
권상우 쪽은 한국과 일본 팬카페에 3차례 사죄문을 올렸으나 그 방법과 절차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권상우 소속사인 스타파크는 지난달 25일과 29일 두차례에 걸쳐 일본 누리집에 사과의 글을 남겼다. 정작 권상우 본인은 혐의가 밝혀진 지 40여일 만인 지난 21일에야 한국 팬카페에 친필 사과 편지를 공개했다. 권상우는 사과 편지에서 “약 한달여간 집에 있으면서 자신에 대해 많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류를 의식해 일본에서만 이미지를 좋게 심으면 된다는 태도” “드라마 <대물> 촬영을 앞둔 여론 무마용” “진정 사죄를 하려면 일부 팬들에게 할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뜻을 피력해야 한다”는 등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서는 ‘검경은 권상우 사건 납득할 수 있는 결과 발표하라’는 서명운동이 벌어져 21일 현재 1천명이 참여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권상우는 지난달 12일 새벽 2시55분께 불법으로 좌회전한 뒤 경찰차를 피해 달아나다 주차된 승용차와 경찰차를 잇달아 들이받고는 차를 버리고 도망간 뒤 이틀이 지나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음주운전, 대인피해 등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500만원에 약식기소한 것을 두고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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