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아 찾는 ‘여성 록밴드’ 드라마
SBS ‘나는 전설이다’ 주인공 맡아
SBS ‘나는 전설이다’ 주인공 맡아
“고등학교 때 꿈이 록가수였는데 나이 먹고 이렇게 이루게 되니 짜릿해요.(웃음)” 에스비에스 텔레비전의 음악 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일 밤 12시10분)을 진행하는 배우 김정은(34)이 이번에는 아예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그는 새달 2일 시작하는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저녁 8시50분·극본 임현경 마진원·연출 김형식)에서 법조 명문가의 며느리로 살다가 가식과 냉대에 지쳐 이혼소송을 하고, 30대 아줌마 등으로 구성된 록밴드 ‘컴백 마돈나’를 이끌며 삶의 의미를 찾는 여자 전설희로 나온다.
영화 <즐거운 인생>처럼 자아를 찾는 남자 밴드는 많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여자 록밴드는 거의 없었다. 그는 “워낙 여자들이 나오는 이야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드라마를 만나 무조건 출연했다”며 “연기는 먹고살려고 하는 생업이지만 음악은 내게 과일처럼 에너지를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그동안 몸으로 하는 연기가 많았다. 드라마 <해바라기>(1998년·MBC)에서는 머리를 완전히 삭발하더니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년)에서는 핸드볼 선수로 나왔다. 이번에도 그는 “노래와 기타 등 수개월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누구보다 몸으로 하는 역할을 많이 해봤고 또 록을 좋아해 부담은 없어요. 감독님이 왼손으로 기타를 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을 때도 흔쾌히 하겠다고 했어요. 기타리스트가 왼손으로 기타를 치면 전체적으로 밴드가 더 멋져 보인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지금 왼손 검지에 피멍이 들었는데 제가 좋으니까 아픈 줄도 모르겠어요.(웃음)”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을 트레이닝한 가수 유미에게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이 목소리로 록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는 말에 남편으로 출연하는 김승수가 “아마추어 느낌이 날 줄 알았는데 잘 부르더라”며 치켜세웠다. 그는 “시청자들이 배우가 몸을 써서 뭔가를 배워 연기하면 가산점을 많이 주는 것 같은데 이것은 결국 진정성의 문제”라며 “노력하는 만큼 알아준다는 믿음으로 음악적인 부분에서 섬세함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홍지민, 장신영, 쥬니 등 극중 ‘컴백 마돈나’와 함께 극 후반부에 삽입될 장면을 촬영하려고 지난 23일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도 섰다. “무대에 올라가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확실히 느낄 수 있었지만 우리가 노래할 때 맞은편에서 강산에씨가 공연해 관객은 안 모이더라(웃음)”며 웃었다.
김형식 피디는 “몇년 전 우연히 본 아줌마 밴드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컴백 마돈나 밴드’가 세상을 향해 펼치는 이야기는 진정성을 담은 도전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나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세상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는 일단 참신해 보인다. 다만, 김 피디나 김정은이 말한 대로 이 드라마가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 록그룹 활동이라는 만만찮은 소재를 극중에서 현실감 있게 그릴 수 있느냐가 중요할 듯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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