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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굵고 진한 시대극, 이제부터 시작이다

등록 2010-08-03 19:18수정 2010-08-04 09:18

SBS 드라마 ‘자이언트’
SBS 드라마 ‘자이언트’
SBS 드라마 ‘자이언트’

“장영철 작가 작품은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기다려보라.”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조필연을 연기하는 배우 정보석은 방영 초반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자신했다. 1회 시청률이 9.6%(티엔엠에스 집계)에 불과해 화제성에 견줘 낮았고, 이야기가 뻔하다는 말을 듣고 있을 때였다.

“초반에 뿌려놓은 다양한 이야기 씨앗이 싹트는 순간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정보석의 말은 이후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총 50회의 절반을 달려온 <자이언트>는 등장인물들의 어린 시절에 7~8회나 할애하며 뜸을 들인 뒤 이제 헤어진 가족의 상봉, 아버지의 복수, 삼각관계 등이 본격적으로 맞물려 전개되면서 인기 몰이를 시작했다. 강남 개발과 격동의 현대사가 펼쳐진 70~80년대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40대 이상 남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삼청교육대에서 강모가 탈출을 모색하는 내용이 방영된 지난 2일 방송분 시청률이 19.2%(에이지비닐슨 집계)까지 오르면서 한때 30%가 넘는 시청률을 자랑했던 같은 시간대의 문화방송 <동이> 시청률을 21.5%까지 끌어내렸다. ‘아줌마들’을 주시청자로 기획된 대부분 드라마에서 소외된 나이든 남성들을 월·화요일 밤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모으고 나름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50회 중반 들어 시청률 19% 기록
광주항쟁·삼청교육대 장면 ‘눈길’

■ 가족이란 보편 정서에 다양한 시대극을 보는 재미 더해 <자이언트>의 주시청층은 40대 이상 남녀다. <자이언트>는 시대극 특유의 향수를 바탕에 깔고 가족이란 가장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 삼남매 이성모(박상민), 이강모(이범수), 이미주(황정음)가 험한 세상 꿋꿋하게 견디는 힘은 바로 헤어진 남매를 만나고,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다. 초반 약 10회까지 헤어진 삼남매가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스쳐 지나가기를 반복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극하며 과연 이들이 언제 만날지 궁금증을 키웠다. 이후 20회까지는 서로 남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들이 어떻게 복수하고 함께 살게 될 것인가로 초점이 옮아갔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따르던 황태섭 회장(이덕화)이 실은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강모가 성모와 함께 복수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자이언트>는 그동안 방영한 다양한 시대극을 하나로 보는 느낌이다. 각각의 인물을 통해 보이는 그림은 서로 다르다. 황 회장의 집에 들어간 강모의 학교생활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청춘 시대극을, 강남개발을 둘러싼 조필연을 중심으로 한 권력싸움에서는 <제5공화국> 같은 권력형 시대극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여기에 부도 위기에 몰린 황 회장이 거지집단에 들어와 같이 감자를 먹는 장면 등은 <왕초>처럼 어려웠던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 선 굵은 남성 드라마의 매력-정치 싸움 강남개발을 둘러싼 권모술수를 기본으로 <하얀거탑>처럼 남자들의 욕망이 꿈틀대는 세계를 충실히 보여주는 점도 이례적으로 40대 이상 남자인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필연과 그를 둘러싼 남자들의 암투는 군사정권 시절이지만 동시에 바로 지금 이 순간과도 다를 게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이 된 강남을 개발하는 과정, 중앙정보부의 추악한 공작행태, 그리고 정치인과 재벌에 날 선 대사는 풍자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주인공 이강모가 이덕화를 돕는 방법은 경쟁자들의 비리를 캐내서 협박하는 것이다. 극중 대사처럼 황금의 땅을 둘러싼 싸움은 어떤 전쟁보다 비정하고 처절하다. “땅값 올리는 데는 교육만큼 좋은 게 없지”라거나 “강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개발밖에 없다”는 말에 “그건 당신들 생각이지. 사람들 마음 혼탁해지는 건 어떡하고”라고 맞받아치는 대사는 요즘 시대상에 일침을 놓는 듯하다.


삼청교육대와 관련한 사실감을 높인 묘사는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경찰이 할당량을 채우려고 신호 위반을 한 이까지 끌고 오고, 광주민주화운동 기사를 쓴 기자를 잡아오고, 조필연이 강모가 가진 갯벌땅을 빼앗으려고 강모를 삼청교육대로 보내는 장면에 대해 전율을 느끼는 시청평들이 많다.

청춘물에다 복고풍 시대극 버무려
70~80년대 권력형 비리폭로 재미

■ 까발리고 지켜본다 기존 드라마들이 늘 마지막 부분에서 “실은 그가 그의 엄마”, “그는 그가 죽인 남자의 아들”이라고 밝히는 것과 달리 <자이언트>는 처음부터 꼬인 실타래를 모두 보여주고 시작했다. 성모는 아버지를 죽인 조필연에게 복수하려고 우연히 미군부대에서 만난 그에게 접근해 신임을 얻고, 시청자들은 다 알고 그들만 모르는 성모와 강모 그리고 미주의 엇갈림을 보여줬다. 패를 보여주고 시작해 오히려 뻔한 내용을 긴장감 있게 만드는 방식을 고른 것이다. 성모가 복수하려는 조필연이 성모에게 “니가 죽이고 싶어하는 자가 누군지 말해봐. 니 손으로 곤란하면 내가 직접 해결해 줄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대사에서 시청자들이 더욱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 식이다. 1회 초반에서는 이례적으로 결말로 예상되는 조필연과 강모의 대결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 엄마처럼 내쳐지지 않으려면 힘이 필요하다”는 황정연(박진희)을 비롯해 모든 인물이 각자의 이유로 힘을 얻으려 내달려온 <자이언트>는 이제 강모가 황태섭에게 복수하려고 건설회사를 차리는 등 주인공들이 좀더 높은 위치에 오른 뒤 강남 개발을 둘러싼 권력과 기업의 비정한 속성에 좀더 주목할 예정이다. <자이언트>의 성패는 남은 30회를 얼마나 더 솔직하고 빠르게 이끌어 가느냐에 달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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