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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뱀파이어에게 느껴지는 현대인의 고독

등록 2010-08-04 18:16

미드 ‘트루 블러드’
미드 ‘트루 블러드’
미드 ‘트루 블러드’ 방영
잔혹한 장면많아 ‘18금’
<스파르타쿠스>처럼 선정적이고 <2010 브이>처럼 정치적이다. 그 속에 고독한 인간의 오늘을 담았다.

케이블 채널 ‘스크린’에서 내보내고 있는 <트루 블러드>(금 밤 11시)는 19살 이상 시청가인 성인용 뱀파이어 드라마다. <스파르타쿠스>가 잔인한 싸움과 강도 높은 성 묘사로 화제를 모았던 것처럼 <트루 블러드>도 뱀파이어와 인간의 성행위와 인간을 거꾸로 매달고 피를 뽑는 장면 등 잔인한 내용으로 눈길을 끈다.

스크린 쪽은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내보내며 방송 심의규정에 맞지 않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 에이치비오(HBO)에서 전파를 탄 시즌 1은 유료 채널인데도 회당 1240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시즌 3이 방영중이고 시즌 4 제작이 결정됐다.

선정성과 잔인함을 앞세우지만 <트루 블러드>는 예측 가능한 뱀파이어 이야기를 새롭게 버무린 재주가 돋보인다. 일본에서 만든 혈액 대체 음료만 마셔도 살 수 있다는 설정으로 뱀파이어들이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살고, 그런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흥미를 더한다. 뱀파이어에게 인간의 권리를 줘야 한다는 지지파와 반대파가 논쟁을 벌이고, 다른 이를 배척하려는 암투가 벌어져 뱀파이어들의 로비 의혹 등이 등장한다.

뱀파이어가 영원히 산다는 점을 활용해 곳곳에 반전 메시지도 담았다. 할머니들이 남북전쟁 등 당시의 상황을 묻자 뱀파이어는 “전쟁에서 죽는 건 명예롭지 않다. 굶주린 아이들이 서로 쏴 죽이고…”라며 괴로워한다. 뱀파이어들은 “인간은 의미 없는 전쟁에서 수천만을 죽인 적이 있는데 당신들에게 그 책임을 물은 적 있소?”라며 서로를 죽고 죽이는 인간이 뱀파이어보다 더 잔인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뱀파이어들이 마늘이나 십자가, 빛이 아니라 새로운 병에 감염되어 힘을 잃는 설정은 각종 신종 질병으로 어두워지고 있는 인류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극중 인간들 역시 뱀파이어만큼 고독한 존재다. 영화 <트와일라잇> <이클립스>와 드라마 <히어로즈>처럼 주인공 수키(애나 패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남의 마음을 읽는 인물들이 대중문화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소통이 단절된 상황을 은유하는 셈이다. 다른 사람의 본심을 읽을 수밖에 없어 오히려 괴로운 수키가 유일하게 읽을 수 없는 것은 뱀파이어의 내면. 서로의 본심은 점점 멀어지는 현대인의 고독이 엿보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스크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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