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채널 무차별 대부업 광고
제재방안 없어 민원 조처할 뿐
제재방안 없어 민원 조처할 뿐
“티브이에서 30분마다 돈 빌려가라는 소리에 머리가 아픕니다.”
케이블·위성채널을 즐겨 보는 배성우(42·회사원)씨는 프로그램 사이 대출을 부추기는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하나같이 전화번호를 강조해 부르짖는 광고 속 목소리가 공해 수준인데다,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 안심하라는 광고의 말만 믿고 전화기로 손이 갈까 두렵기도 하다는 것이다.
케이블·위성채널이 고리의 대부업 광고를 무분별하게 내보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부업체 이용자 열명 가운데 세명꼴이 법정 상한 이자인 연 48%보다 높은 이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대부금융협회의 지난 5월 조사 결과 밝혀졌다.
많이 내보낸 채널의 경우 하루 평균 50회 이상, 30분마다 한번씩 등장한다. 심지어 일부 채널의 경우 전체 광고 편성시간의 16%를 대부업 광고로 내보내기도 한다.
박대해 의원(한나라당)이 지난달 31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케이블티브이 대부업 광고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주요 케이블티브이 채널 33곳 중 8곳에서 하루 평균 40회 이상 대부업 광고를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큐티브이, 리얼티브이, 코미디티브이 3곳에서 50회 이상, 40회 이상 편성한 곳도 엠비시스포츠플러스(48.5회), 에스비에스이티브이(47회), 시엔티브이(45.4회), 오시엔(40회), 드라맥스(40회)로 조사됐다.
전체 광고 중 대부업 광고가 차지하는 편성 비율도 10%를 웃도는 등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티브이는 하루 평균 광고횟수인 300회 가운데 50회인 16%를 대부업 광고로 채웠고, 큐티브이, 시엔티브이, 에스비에스이티브이도 각각 11%, 10.5%, 10.4%로 대부업 광고 비율이 10%를 웃돌았다. 지상파 계열 케이블티브이에서는 엠비시라이프 등 문화방송 계열사 5곳이 총 134편을 내보내 전체 1897편 중 7%로 대부업 광고를 가장 많이 편성했다. 에스비에스 계열사 4곳과 한국방송 계열사 4곳은 각각 5.7%와 3%였다.
주요 케이블채널이 시청자에게 대출을 부추기고 얻은 수익은 많게는 10억원을 웃돈다. 엠비시드라마넷이 대부업 광고로 올 상반기에 벌어들인 수익은 총 16억6천만원으로 33곳 중에 가장 많았다. 에스비에스플러스는 15억원, 오시엔 14억4천만원, 엠비시스포츠플러스가 10억1천만원 순이었다.
대부업 광고는 티브이라는 영향력 있는 매체를 통한다는 점 때문에 일단 방송 내용을 그대로 믿게 될 우려가 있다. 특히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2006~2007년부터 유명 연예인들의 친근한 이미지를 동원한 대부업 광고가 많아진 점도 시청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요인이다. 지상파에서는 2007년 이후 각 방송사들이 자체 규제로 대부업 광고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과 달리 케이블·위성방송 채널의 경우 대부업 광고 제한 법규가 ‘중요정보표시’ 등 포괄적으로 되어 있어 방송된 이자가 실제와 다를 경우 시청자들은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다. 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상반기 티브이를 포함한 대부업 관련 민원이 518건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는 대부업체의 과도한 이자로 인해 다중채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후 대부업 광고의 방송 내용은 매우 제한돼 있다. 언뜻 보면 대부업 광고인 줄도 알 수 없게 돼 있을뿐더러 대부업 이용에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현재로서는 제재 규정도 없다. 이자 등 광고 내용과 다를 경우 민원이 들어오면 안건에 올려 조처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대부업체가 케이블 방송과 일간지에 광고를 못 싣게 하는 것을 뼈대로 한 대부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대부업 광고를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중이다. 박대해 한나라당 의원은 “무분별한 대부업 광고가 불법추심 등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국민정서에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며 “대부업 광고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일본에서는 대부업체의 과도한 이자로 인해 다중채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후 대부업 광고의 방송 내용은 매우 제한돼 있다. 언뜻 보면 대부업 광고인 줄도 알 수 없게 돼 있을뿐더러 대부업 이용에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현재로서는 제재 규정도 없다. 이자 등 광고 내용과 다를 경우 민원이 들어오면 안건에 올려 조처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대부업체가 케이블 방송과 일간지에 광고를 못 싣게 하는 것을 뼈대로 한 대부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대부업 광고를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중이다. 박대해 한나라당 의원은 “무분별한 대부업 광고가 불법추심 등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국민정서에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며 “대부업 광고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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