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에 출연하는 보조출연자들이 출연하는 의상을 매만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편모설정 늘어나고 직장동료도 사라져
제작비 줄이려 ‘전하~’ 외치던 장면도 없어
설자리 점점 줄어들어 존재감마저 절박
제작비 줄이려 ‘전하~’ 외치던 장면도 없어
설자리 점점 줄어들어 존재감마저 절박
한예조사태 수습돼도 남은 문제
“엄밀히 따지면 이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싸움이다.” 최근 <한겨레>와 만난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한예조) 소속 배우 세 명은 방송사 외주제작사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에스비에스와 한국방송이 지급보증을 서면서 한예조의 출연거부 사태는 수습 정국에 들어섰지만 B급 배우의 비애와 설움마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방송사가 믿을 수 없는 외주사에다가 작품을 맡기고 제작비도 제대로 주지 않아 힘들어진 건 연기자와 스태프 등 비정규직들뿐이다.” 방송경력 20년이 넘은 이아무개(48)씨와 김아무개(51)씨, 그리고 10년이 넘은 주아무개(33)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급 배우와 작가가 드라마 편당 각각 1억원과 5000만원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나 B급 배우들의 경우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과도한 신자유주의의 승자독식 양극화는 연예계라고 예외가 없다.
우리는 없어도 그만인 건가
<한겨레>가 B급 배우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배우 5명은 “아, 저분” 알 수 있을 정도로 중견연기자 급에 속한다. 그들은 방송사들의 제작비 감축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방송사들이 제작비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연기자 수를 빼는 것이다. 50회까지 고정출연하기로 되어 있다가도 갑자기 제작비 ‘오버’됐다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출장 간 것으로 되어 있더라. 몇 주 지나서 부르더니 그냥 이해하라 한마디만 하더라.”(이씨)
출연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것도 큰 문제이다. 지상파 방송 3사 통틀어 공채 탤런트가 400명인데, 그중에서 그나마 일하는 사람은 170명 정도에 불과하다.
드라마에서 편모 설정이 늘어나고 직장동료·친구등이 사라진 것도 그런 이유다. 한때는 출연하면 먹고는 산다고 했던 사극도 상황이 좋지 않다. “편전에서 ‘전하~’를 외치며 먹고사는 배우가 최소 15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그런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선덕여왕>과 <동이>를 잘 보라.”(김씨) 일이 있어도 이제는 흔히 말하는 단역 배우들(재연 전문이나 보조출연자)에게 밀리기 일쑤다. 방송사의 배우등급 표시인 1~18등급 중 성인연기자는 6등급부터 시작하는데 이들은 오랜 경력으로 이미 11등급에서 최고 18등급에 속한다. 이들은 단역배우들보다 출연료가 3배가량 많아 제작비 감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거 또 돈 못 받는 거 아니야? B급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몇년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이산>(2008년)때도 그랬고,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2010년)는 일찌감치 제작사가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아 출연자와 스태프 등이 촬영 거부 움직임이 일었다. “한번 출연료 미지급 전례가 있으면 다시는 그 외주제작사에 작품을 주면 안 되는데, 다음 작품을 또 맡기는 행태를 반복합니다.”(주씨) 이들은 “지금도 이름만 바꾼 문제의 외주제작사에 프로그램을 맡기는 등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작정하고 돈을 안 주는 곳도 있다고도 했다. “배우들 출연료 중 1%가 노조비로 나가는데, 한예조에서는 그걸로 출연료 미지급 여부를 알게 된다. 그런데 어떤 외주제작사는 노조비만 입금해 눈속임한 뒤 배우들에게 좀 기다려달라고 차일피일 미루기도 했다.”(이씨) 심지어는 방송사와 계약한 외주제작사와, 배우들과 계약한 외주제작사가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고도 한다. “이런 경우는 법정 가서 싸워도 계약 주체가 달라 이길 수도 없다.”(김씨) 일하는 즐거움마저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들은 “일하는 즐거움을 빼앗긴 것이 가장 슬프다”고 말했다. “방송사와 한예조가 맺은 협약에 보면 7~10일 이내에는 지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보통 방송 나가고 2개월 뒤에 줘요. 그래도 외주제작사가 없을 때는 늦어도 3개월 내에는 다 받았는데 이제는 아예 못 받으니…. ”(김씨) 주연급에는 50%를 선지급하지만 이들에게는 한푼도 없다. 촬영과정에서 모든 비용도 본인 돈으로 먼저 쓴다. 사전제작 드라마인 경우는 편성이 안 잡힌 경우도 많아 혼자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1년 동안 촬영한 드라마에서 밥값·기름값·숙박비 등을 합쳐서 모두 2000만~3000만원의 내 돈이 들어갔지만, 출연료도 한푼 못 받았다.”(이씨) 이번 협상에서 촬영에 앞서 출연료를 선지급하는 것으로 조정했지만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들은 최근 출연 거부를 하면서도 “이러다 영영 일을 못 할까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드라마에서 편모 설정이 늘어나고 직장동료·친구등이 사라진 것도 그런 이유다. 한때는 출연하면 먹고는 산다고 했던 사극도 상황이 좋지 않다. “편전에서 ‘전하~’를 외치며 먹고사는 배우가 최소 15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그런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선덕여왕>과 <동이>를 잘 보라.”(김씨) 일이 있어도 이제는 흔히 말하는 단역 배우들(재연 전문이나 보조출연자)에게 밀리기 일쑤다. 방송사의 배우등급 표시인 1~18등급 중 성인연기자는 6등급부터 시작하는데 이들은 오랜 경력으로 이미 11등급에서 최고 18등급에 속한다. 이들은 단역배우들보다 출연료가 3배가량 많아 제작비 감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거 또 돈 못 받는 거 아니야? B급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몇년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이산>(2008년)때도 그랬고,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2010년)는 일찌감치 제작사가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아 출연자와 스태프 등이 촬영 거부 움직임이 일었다. “한번 출연료 미지급 전례가 있으면 다시는 그 외주제작사에 작품을 주면 안 되는데, 다음 작품을 또 맡기는 행태를 반복합니다.”(주씨) 이들은 “지금도 이름만 바꾼 문제의 외주제작사에 프로그램을 맡기는 등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작정하고 돈을 안 주는 곳도 있다고도 했다. “배우들 출연료 중 1%가 노조비로 나가는데, 한예조에서는 그걸로 출연료 미지급 여부를 알게 된다. 그런데 어떤 외주제작사는 노조비만 입금해 눈속임한 뒤 배우들에게 좀 기다려달라고 차일피일 미루기도 했다.”(이씨) 심지어는 방송사와 계약한 외주제작사와, 배우들과 계약한 외주제작사가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고도 한다. “이런 경우는 법정 가서 싸워도 계약 주체가 달라 이길 수도 없다.”(김씨) 일하는 즐거움마저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들은 “일하는 즐거움을 빼앗긴 것이 가장 슬프다”고 말했다. “방송사와 한예조가 맺은 협약에 보면 7~10일 이내에는 지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보통 방송 나가고 2개월 뒤에 줘요. 그래도 외주제작사가 없을 때는 늦어도 3개월 내에는 다 받았는데 이제는 아예 못 받으니…. ”(김씨) 주연급에는 50%를 선지급하지만 이들에게는 한푼도 없다. 촬영과정에서 모든 비용도 본인 돈으로 먼저 쓴다. 사전제작 드라마인 경우는 편성이 안 잡힌 경우도 많아 혼자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1년 동안 촬영한 드라마에서 밥값·기름값·숙박비 등을 합쳐서 모두 2000만~3000만원의 내 돈이 들어갔지만, 출연료도 한푼 못 받았다.”(이씨) 이번 협상에서 촬영에 앞서 출연료를 선지급하는 것으로 조정했지만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들은 최근 출연 거부를 하면서도 “이러다 영영 일을 못 할까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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