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드라마’ 뒤의 든든한 파수꾼 ‘팬카페’
“카페 기자단입니다. 성지루씨에게 묻고 싶은데요.”
지난 1일 엠비시드라마넷 추리 사극 <별순검 시즌3> 제작발표회장. 팬 20여 명이 번쩍 손을 들고 질문을 쏟아냈다. 역할 변화부터 극중 나이차이까지 세밀한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삭막하던 기자회견장에 옷음꽃이 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팬카페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cafe.daum.net/byulsoongum) 회원들이다. <별순검>은 2005년 문화방송에서 시험적으로 단편을 먼저 방영한 뒤 반응이 좋아 이듬해 시즌1이 정규 편성됐으나, 작품성을 호평받았음에도 시청률이 낮아 5회 만에 종영됐다. 당시 등장한 팬카페는 이후 열렬한 성원으로 <별순검>이 추석 특집으로 되살아나고 엠비시드라마넷으로 옮겨 시즌3까지 5년 동안 이어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현중? 우린 경무관에 꽂혔어
11일 서울 한 카페에서 이들 ‘내조의 여왕’ 다섯명을 만났다. 카페지기 박진영(클럽 닉네임 문리버·38살)씨, 황연주(루아·25살), 이란이(란양·17살), 김난금(금이·27살), 최연영(돌머리최씨·23살)씨. 모두 팬카페 토박이들로 시간표를 짜서 볼 정도로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팬카페에 가입한 것은 <별순검>이 처음이라고 한다.
드라마 팬카페는 2002년 역시 시청률은 낮았어도 마니아들을 양산했던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가 시초로 추정된다. 그 뒤 2003년 <다모>(MBC)와 2009년 <탐나는도다>(MBC) 등으로 이어졌다. <네 멋대로 해라> 팬카페는 드라마가 끝난 지 8년이 지났지만 현재 회원이 5만8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드라마 팬카페의 공통점은 배우가 아닌 캐릭터와 작품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별순검>은 시즌3까지 캐릭터는 같지만 배우는 매번 바뀌었어요.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있고 개성적이어서 응원하게 됐어요.(박진영)” “<별순검>은 단순히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니라 역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방법들이 나오는 등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어 신선했어요.(김난금·이란이)” 드라마 시작할 때 생긴 팬카페들이 드라마가 끝나면 사라지는 것이 보통인데 별순검 팬카페는 4800여 명의 회원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가 내조의 여왕-시청자도 제작진? “드라마 여운을 좀 더 오래 느끼고 싶은” 이들의 마음은 드라마를 즐기는 그들만의 방법을 만들어냈다. <네 멋대로 해라> 팬들은 버스정류장에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였고, <별순검> 팬들은 드라마를 소재로 스스로 창작하는 팬 소설을 책으로 내고 휴대폰 열쇠고리를 만들어 달고 다닌다. 극중 인물을 만화 캐릭터로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시청률에 매여 비인기 드라마를 홀대하는 방송사에 적극적 공세를 펼친다. <탐나는도다> 조기 종영 소식이 나오자 항의 집회를 열고 신문광고를 내며 방송국을 압박했다. “<별순검>도 시즌1이 조기 종영한다는 소식에 게시판에 글을 쓰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어요.(황연주)” 직접 드라마 홍보에도 나선다. <별순검> 팬클럽은 자체 기자단을 조직해 관련 이슈를 만들어낸다. 엑스트라로 참여해 제작비 절감에 도움주기도 한다. 애정만큼 날카로운 비평도 아끼지 않는다. “<별순검>은 신선한 내용이 장점인데 시즌을 거듭하면서 기생이야기 등 비슷한 소재가 반복된다.(최연영)”는 식이다. 제작진들이 이런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물론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다음 팬카페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제공
우리가 내조의 여왕-시청자도 제작진? “드라마 여운을 좀 더 오래 느끼고 싶은” 이들의 마음은 드라마를 즐기는 그들만의 방법을 만들어냈다. <네 멋대로 해라> 팬들은 버스정류장에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였고, <별순검> 팬들은 드라마를 소재로 스스로 창작하는 팬 소설을 책으로 내고 휴대폰 열쇠고리를 만들어 달고 다닌다. 극중 인물을 만화 캐릭터로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시청률에 매여 비인기 드라마를 홀대하는 방송사에 적극적 공세를 펼친다. <탐나는도다> 조기 종영 소식이 나오자 항의 집회를 열고 신문광고를 내며 방송국을 압박했다. “<별순검>도 시즌1이 조기 종영한다는 소식에 게시판에 글을 쓰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어요.(황연주)” 직접 드라마 홍보에도 나선다. <별순검> 팬클럽은 자체 기자단을 조직해 관련 이슈를 만들어낸다. 엑스트라로 참여해 제작비 절감에 도움주기도 한다. 애정만큼 날카로운 비평도 아끼지 않는다. “<별순검>은 신선한 내용이 장점인데 시즌을 거듭하면서 기생이야기 등 비슷한 소재가 반복된다.(최연영)”는 식이다. 제작진들이 이런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물론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다음 팬카페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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