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극 ‘욕망의 불꽃’
MBC 주말극 ‘욕망의 불꽃’
“막장 걱정 안 해도 될겁니다”
“막장 걱정 안 해도 될겁니다”
2일 밤 첫선을 보이는 문화방송의 새 주말극은 재벌가, 출생의 비밀, 복수 등이 주요 이야깃거리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오늘날까지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 파멸, 권력욕 등을 세세하게 그려내겠다는 치정극이다. 제목도 <욕망의 불꽃>이다.
주요 소재와 설정만 보면 이른바 ‘막장’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대본을 쓰는 정하연 작가의 면면을 보면 이런 연상은 부적절하다. <장녹수>(1995년) <왕과 비>(1998년) <명성황후>(2001년) <신돈>(2005년) 등 사극뿐 아니라 <아내>(2003년) <달콤한 인생>(2008년) 등 그가 써온 멜로를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2004~2005년 교육방송에서 방영한 교양 드라마 <명동백작> <지금도 마로니에는>은 한국 드라마계 최고참 작가 중 한명인 정 작가의 드라마가 갖는 깊이와 품위를 그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정 작가 스스로도 여러 인터뷰를 통해 “요 몇년 사이 작가라는 게 너무나 창피하게 돼버렸다”고 할 정도로 넘쳐나는 ‘막장 드라마’에 대한 혐오를 직설적으로 드러내왔다. 이를테면 그는 불륜을 소재로 할 때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윤리에 어긋나는 무엇을 통해 새로운 윤리와 가치를 찾기 위해 인간의 관계를 비틀어보는 것인데, 요즘 막장 드라마는 ‘패륜’일 뿐”이라고 분노한다. 그렇다면 <욕망의 불꽃>은 어떻게 재벌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랑과 탐욕, 음모와 복수를 독하게 그리면서도 막장으로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드라마에서 재벌 2세 김영민 역을 맡은 조민기는 “모든 등장인물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갖고 있고, 복수와 증오 등 모든 사건이 우리가 실제 삶에서 접할 수 있는 사건”이라며 “재벌 2세가 가진 탐욕, 위선이나 가난한 자가 가진 욕망이나 모두 다르다. 이번 드라마는 모든 배역들이 각각의 색깔을 다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버리고 언니를 배신하면서까지 김영민과 결혼하는 욕망의 화신 윤나영 역을 맡은 신은경도 “막장이라기보다는 선이 강하고 굵은 드라마”라고 말했다.
윤나영이 유산한 줄 알았던 아이로 이모 손에 길러져 훗날 유명 영화배우로 자라나는 백인기는 서우가 연기한다. 인생을 이겨야만 하는 게임으로 여기는 백인기는 사랑하는 여인의 추악한 과거도 감싸 안는 따뜻한 심성의 남자 김민재와 사랑에 빠진다. 첫 성인 연기에 도전하는 유승호가 맡은 김민재는 김영민의 아들로 재벌 3세다.
연출을 맡은 백호민 피디는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누구보다 가장 상처를 주기도 하고 누구보다 큰 위안을 주는 양면적 존재인 가족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극대화된 욕망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