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현
새영화 ‘참을 수 없는’ 추자연
털털한 애주가 독신녀 열연
“좋은 여성영화 있었으면…”
털털한 애주가 독신녀 열연
“좋은 여성영화 있었으면…”
왠지 화끈할 것 같은 그녀, 추자현. 30대 초입에 들어섰는데 벌써 15년차 배우다. 2000년 화제를 모았던 티브이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짧디짧은 단발머리로 보여줬던 소년같은 매력이 아직도 감돈다. 올해 오랜만에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치고 이번엔 영화 <참을 수 없는>의 주인공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추자현은 거침없고 화끈하고 털털하다. 그가 연기한, 친구 부부 집에 얹혀사는 32살 독신녀는 깡통맥주를 입에 달고 살고 거기에 소주 타기도 서슴지 않으며 양주라고 꺼리지 않는다. 술로 이런저런 사고를 치는데 연기가 아닌 것만 같다. “제가 워낙 술을 좋아해서 감독님, 배우, 스태프들과 술자리를 자주 가졌어요. 서로 경계심을 풀고 편안해지니까 화면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평소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 갖는 것을 좋아하는 면이 극중 지흔이와도 닮아 공감하기도 쉬웠고요.”
아무리 술이 좋아도 끊임없이 술을 마셔대는 데는 영화에서든 현실에서든 뭔가 참을 수 없는 구석이 있지 않을까. 추자현은 “너무 갈증이 난다”고 했다. 독특한 개성이 드러나는 외모와 캐릭터를 갖고도 충분히 연기를 풀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나 않을까. 지난해 개봉한 <실종>에서 동생을 위해 연쇄살인마에 맞서는 당찬 언니 연기를 했지만 별 재미를 못 봤고, 황정민과 류승범이 출연한 <사생결단>에서 마약중독자를 실감나게 소화하면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거머쥔게 벌써 2006년 일이다. 올해 단편 <허기>와 옴니버스 영화 <극장에서> 등에도 출연했지만 이 정도로 풀릴 갈증은 아닐 터다.
“운 좋게 제가 하고 싶었던 부분을 <참을 수 없는>을 통해서 많이 풀었는데, 요샌 한국영화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제 마음에 드는 여성 영화 시나리오가 없는 게…. 제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이죠.”
사실 한국영화판에선 다양한 여배우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스릴러와 액션이 어느새 주류가 되버린 탓. 드라마에서도 제 대우를 받지 못한 추자현은 2004년 <오! 필승 봉순영>에 조연으로 나온 이후 올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사이에 대만과 중국에서 3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넘치는 의욕과 열정으로 이번 작품에 참여한” 추자현은 이 영화를 서른 즈음의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예쁘고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서글프고 슬픈 나이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영화라는 게 볼거리와 재미도 주지만 생각이나 관점을 한번쯤 되돌아볼 기회를 주기도 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참을 수 없는>은 볼가치가 있지 않나 싶어요.”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노버스미디어코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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