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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개그 등용문 ’개그사냥’ 녹화 현장

등록 2005-06-22 17:57수정 2005-06-22 17:57



“엔지를 두 번이나 내면 어떻게 해”

14일 저녁. 한국방송 <개그 사냥>(연출 서수민·곽철웅)의 녹화가 있다. 지난달 7일 시작한 이래 일곱번째다. 신인 개그맨 발굴을 목표로 오디션 형식을 도입했다. 김웅래 교수·김미화씨·전영호 작가·신상훈 작가 등 내로라하는 개그계 인물들이 직접 심사에 나서, 혹독한 질책과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원종재·김석현 등 <폭소클럽> <개콘> 피디가 심사위원으로 나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물’을 골라낸다. 사전 오디션을 거쳐 뽑힌 10팀이 출연할 기회를 얻는다.

무대 불빛이 사그라든 스튜디오 앞 대기실
이날 1등한 팀이 피디한테 ‘깨지고’ 있다
따끔하게 혹독하게
1등인데 왜 혼나냐고?
애정 때문이라나 뭐라나…

19:20 한국방송사 본관2층 티브이스튜디오-4. 무대는 이미 준비됐다. 이날 오후 3시 오디오 리허설을 거쳐, 오후 5시 카메라 리허설까지 마친 터다. 스튜디오 앞을 오가는 스태프들만 간간히 눈에 띌 뿐. 출연자들은 같은 층 옆 골목길에 늘어선 작은 연습실을 비롯해, 복도와 화장실 등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연습 중이다. 녹화 40분 전 분주한 마음이 느껴진다. 스튜디오 앞 대기실에는 서수민 피디가 소파에 앉아, 원 피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피디가 합석하고, 뒤이어 김웅래·신상훈·전영호씨 등이 대기실로 들어온다. 뜻밖에 이들이 더 긴장한 듯 보인다. “주로 심사평하다 엔지가 나요.” 서 피디의 귀띔이다. “심사위원들 다 오셨나? 미화 언니만 아직 안 왔네?” 서 피디가 이번엔 심사위원들의 옷 점검에 나선다. 원 피디가 말한다. “이 옷은 괜찮지 않은가요?” 신 작가의 알록달록 무늬 옷도 통과됐다.

20:05 스튜디오 객석이 꽉 찼다. 심사위원들도 무대 한 켠에 자리잡았다. 반대쪽 계단식 자리엔 출연자들이 앉아 아직도 연습 중이다. 서 피디는 스튜디오와 좁은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된 부조정실로 올라간다. 음향과 조명 등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은 이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장 가운데 자리에 앉은 서 피디가 바빠졌다. “심사위원 스탠바이 시켜!“ “무대 앞에 XXX 크게 웃으라고 해!” 마이크를 타고 조연출 귀에 꽂힌 이어폰까지 가는 목소리가 높고 빠르다. 지시에 맞춰 일산불란하게 스튜디오의 모습이 가지런해진다.

20:06 박준형씨와 출연자 등 20여명이 무대에 오르며, 녹화가 시작된다. “박수~! 원 커트! 투 커트!…” 서 피디는 끊임없이 커트를 외친다. 스튜디오에 있는 5개의 카메라를 지정하는 것이다. 60여개 크고 작은 모니터를 앞에 둔 엔지니어들의 눈과 손도 빠르게 움직인다. 첫 무대 ‘갸우뚱 상담소’가 끝난 뒤, ‘똑똑히 들으래이’로 이어지면서 첫 엔지다. 서 피디가 마이크로 “다시 나와”라고 하자, 박준형씨가 “정미 다시 나오자~!” 한다. 첫 팀은 82점. ‘똑똑히 들으래이’는 91점이다. 서 피디는 “얘네들 점수 좀 잘 주지”라고 안타까워하지만 곧 “자, 카메라 옮기고 갈게!”하고 소리친다. ‘미션 임파서블’을 거쳐 ‘소심한 클럽’ 팀. 갑자기 “죄송합니다.” 대사를 잊었다. 안타까운 탄성이 터진다.

20:53 ‘극과 극’(장효인·김문주) 차례다. 김씨가 ‘아이스크림’이고, 장씨가 ‘쮸쮸바’다. 아이스크림은 “체리주길래, 피터져씨오 아몬드….” 쮸쮸바도 지지 않는다. “편의점 때밀이 마트, 알지 25시. 여기 없어도 놀라지 마. 가까운 문방구를 찾아줘.” 아이스크림이 “날 핥아먹어줘… 내 몸을 부드럽게 잡고…” 하자, 쮸쮸바는 “난 깨물어 먹어줘… 한 번에 똑 따주길 바래…”라고 맞받는다. 다른 개그 프로에서 보지 못한, 성적인 코드가 듬뿍 담겨있다. 그러나 야하다기 보다는 재기발랄하다. 신 작가의 평가도 만만치 않다. “지금(방영시간)은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애가 본다고 뭐라 하면 그 집이 이상한 거죠.” 스튜디오와 부조정실에 한바탕 웃음이 번진다. 김 피디의 평가는 혹독하다. “두 번의 엔지는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그래도 ‘극과 극’ 팀이 가장 높은 96점을 받았다. 1등은 따논 당상이다.


21:54 ‘성대모사 쇼’ ‘지금 몇 시야?’ ‘믿거나 말거나’ ‘싱글즈’ ‘진상 소방서’가 줄줄이 이어지고, 지난주 1위팀의 ‘기억나?’가 나오고 나서야, 쉬는 시간 5분이 주어졌다. 김미화씨와 함께 각 주 1위팀이 ‘2005 방송국 블루스’에서 연기 대결을 펼치기에 앞서서다. 방송국 청소부 ‘삼순이’로 분장한 김미화씨가 나타나고, ‘기억나?’ 팀과 ‘극과 극’ 팀의 즉흥 연기와 성대 모사 경쟁이 치열하다.

22:12 무대 위 불빛이 사그라든다. 사람들도 빠져나간다. 출연자들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이날 1등은 ‘극과 극’ 팀이 차지했다. 다시 스튜디오 앞 대기실. 서 피디와 ‘극과 극’ 팀이 보인다. 따끔하게 혼이 나고 있는 모습이다. “엔지를 두 번이나 내면 어떻게 해?” 1등에게 내려지는 혹독한 질책에는 서 피디의 애정이 듬뿍 담겼다. 두번째로 ‘진상 소방서’의 김원효씨가 불려왔다. 몇 주째 2등밖에 못하는 김씨가 안타까운 탓이다. “아이템 생각해 와!”라는 말이 떨어진다.

뒷얘기 14일치 녹화는 지난 18일 밤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상하이 티브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드라마 <유행가가 되리>가 긴급 편성되는 바람에 한 주 연기됐다. 그래서 이날 녹화분은 오는 25일 밤 0시55분에 볼 수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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