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심야식당’
일본드라마 ‘심야식당’
음식으로 소시민 응원
음식으로 소시민 응원
사람들의 하루가 끝나는 밤 12시, 그곳의 하루는 시작된다. 심야 식당. 메뉴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뿐이지만 마음대로 주문하면 만들어 주는 게 영업 전략. 주문한 요리만 봐도 손님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주인은 정성을 다한 맛으로 마음을 다독인다.
아베 야로의 만화가 원작인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ELLE atTV 목 밤 11시)은 요리를 통해 우리의 소소한 삶을 응원하는 총 10회로 구성된 25분짜리 드라마다. 지난해 10월 일본 티비에스에서 밤 12시가 넘는 시간에 방송해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청년실업 등 당시 일본의 침체한 분위기와 맞물려 20~30대도 즐겨 보며 ‘황금시간대(7~9시)’ 못지않은 화제를 낳았다고 한다.
드라마는 매회 야쿠자, 여장남자, 취객, 직장인, 인기 떨어진 아이돌 가수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의 사연을 그들이 시키는 음식에 투영해 “인생은 특별하지 않아도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아슬아슬한 인생을 사는 야쿠자가 어렸을 때 먹었던 비엔나소시지로 위안을 삼고, 지금은 유명한 요리평론가가 된 이가 우연히 들른 심야식당에서 버터 밥을 먹으며 과거를 떠올리고 오늘에 감사할 줄 알게 되는 식이다.
유난히 힘이 든 날 소박한 정이 담긴 추억의 음식을 만들어 주는 곳에서 희망을 반찬 삼아 먹는 요리는 안식처이자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1회 심야식당에서 몇 번 마주친 여장남자와 야쿠자는 비엔나소시지와 계란말이를 나눠 먹으며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아픈 추억을 꿰뚫고 서로 보듬는다.
<심야식당>은 만화의 고즈넉한 정서를 드라마에 잘 녹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요란한 에피소드를 등장시키고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일본 드라마의 특징을 벗고 대사를 줄이고 영상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다. 식당 주인은 특별한 조언을 하지 않고 손님에게 필요한 음식을 만들고 쉴 공간을 제공한다. 만화에서는 과거 야쿠자였던 설정을 드라마에서는 왼쪽 눈에 상처가 있는 과묵한 사람 정도로 표현해 신비감을 준 것은 만화보다 효과적이다.
하지만 각자의 인생을 투영한 요리와 관련한 설정 변화는 의미를 반감시킨다. 6회 복싱선수가 ‘오야코돈’(닭고기 계란 덮밥)을 주문했던 만화와 달리 드라마는 식당 주인이 ‘가쓰돈’(돈가스 덮밥) 대신에 오야코돈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식당 주인의 역할에 좀더 비중을 주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복싱선수가 오야코돈을 주문하는 이유 등을 제대로 담지 못한 점은 아쉽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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