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동행’
소리없는 감동 뒤안 ‘현장르포 동행’ 피디들
사회안전망 밖의 출연 대상들 힘들게 섭외해도 대부분 ‘고사’
2주간 동반 솔직한 화면 ‘공감’…자발적 기부금 때론 후유증도
<해피투게더>(KBS 2TV) 속 유재석과 박명수의 입담에 웃음보가 터지는 목요일 밤 11시30분. 케이비에스 1텔레비전으로 채널을 돌리면 찬물로 세수를 하고 바닥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라면을 먹는 남매가 환하게 웃고 있다.
형편은 어렵지만 열심히 사는 가족의 일상을 담는 휴먼 다큐멘터리 <현장르포 동행>(이하 <동행>)은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으로 화제를 모은다. 2007년 11월8일 시작한 <동행>은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극빈층의 삶을 자극적으로 다루거나 억지 감동을 강요하던 것과 달리, 열심히 사는 그들의 하루를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주며 빈곤층을 향한 동정의 마음을 부끄럽게 만든다.
지난 14일 내보낸 ‘엄마의 빈자리’ 편은 <동행>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방송. 누우면 발이 닿는 좁은 방에서 세 가족이 잘 정도로 불편한 생활이지만 희망을 품은 대성(17)과 진숙(16)의 씩씩하고 맑은 얼굴이 거꾸로 시청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줬다. 한 블로거는 “그들의 올바른 삶의 태도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이 쓸쓸하고 답답한 내 마음을 쓰다듬었다”고 썼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성공적으로 소리 없이 강한 감동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동정’하는 대신 함께 ‘동행’을 할 수 있을까? <동행>을 만드는 피디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누구를 담을 것인가 <동행>은 2년째 찜질방에서 사는 일용직 노동자 부자 등 지금까지 열악한 형편 속에서 살아가는 130명을 다뤄왔다. 모두 욕심내지 않고 오늘에 행복해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휴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피디들의 가장 큰 고민은 대상자 선정이다. <동행>팀의 선정 기준은 △반드시 가족이 있어야 하고 △가장이 무슨 일이든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사무소, 구청 등에서 받은 서류를 보는 데만 보통 하루 6시간 이상 걸린다. 촬영이 없는 피디는 교회, 사우나, 목욕탕, 여관, 지하철 등을 쫓아다니며 직접 대상자를 물색한다. 2008년 4월 방송한 ‘아빠와 돈가스’ 편은 최철호 피디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아들과 아빠가 함께 폐지를 줍는 것을 보고 쫓아가 직접 섭외한 경우다. 이날도 서울 동자동의 한 여관에 다녀왔다는 권성훈 피디는 “정말 어렵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은 동사무소나 구청 등의 사회안전망으로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골라낸 섭외 대상자 대부분은 출연을 고사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지원을 호소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고초려는 기본. 김필성 피디는 “몇 번씩 찾아가 마음을 열고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면 차츰 경계심을 풀게 된다”며 “아이들에게 어렵지만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결국 승락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를 꺼리면서 이들의 한두달 생활비 정도의 출연료는 지급한다고 전했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동행>은 외주제작사인 타임프로덕션과 아이앤티브이 소속 피디 6명이 돌아가며 만든다. 보통 2주일 동안 출연자의 일상을 따라다닌다. 카메라에 대한 부담을 떨치는 것을 돕기 위해 함께 밥 먹고 며칠 정도 같이 자면서 생활한다. 연출되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려고 심심하더라도 철저하게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배경음악도 되도록 피하고, 내레이션도 경쾌한 분위기로 가는 편이다. 그럼에도 오해를 사기 일쑤다. 청소년 출연자가 휴대폰을 들고 다니고, 집에 피자 박스가 있는 것을 두고 “빈곤층이 어떻게 핸드폰을 사용하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김필성 피디는 “몇 년을 신어 다 낡고 떨어져도 브랜드 신발을 신고 싶은 게 요즘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이라고 설명하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층은 이래야 한다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행>은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아무리 가난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교과서 같은 계몽적인 메시지를 피한다. 대신 솔직한 내면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공감을 얻어낸다. “어렸을 때 가난했는데 커서 성공하는 건 꿈같은 이야기 같아요. 어떻게 사람이 변하지.”(‘엄마의 빈자리’ 편의 주인공 진숙의 말)
기부금은 어떻게 할까
휴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피디들이 가장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뜻밖에도 기부금이다. 열심히 잘 살고 있던 출연자들의 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동행>은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후원계좌를 만들었다. 가수 이승기가 1억원을 기부하고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매달 20만원씩 후원하는 등 도움이 이어진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부금이 늘수록 피디들의 고민은 커진다. 출연자 주변에서 텔레비전에 나왔으니 돈을 벌었겠다며 출연자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탓이다. 신용불량자거나 빚이 많은 출연자들의 경우 출연 이후 통장이 압류되기도 하고, 채권자들이 찾아와 곤란을 겪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지난 8월부터 출연자 통장에 후원금을 직접 보내지 않고 한 복지재단에 후원 계좌를 만들어 달마다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누구를 담을 것인가 <동행>은 2년째 찜질방에서 사는 일용직 노동자 부자 등 지금까지 열악한 형편 속에서 살아가는 130명을 다뤄왔다. 모두 욕심내지 않고 오늘에 행복해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휴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피디들의 가장 큰 고민은 대상자 선정이다. <동행>팀의 선정 기준은 △반드시 가족이 있어야 하고 △가장이 무슨 일이든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사무소, 구청 등에서 받은 서류를 보는 데만 보통 하루 6시간 이상 걸린다. 촬영이 없는 피디는 교회, 사우나, 목욕탕, 여관, 지하철 등을 쫓아다니며 직접 대상자를 물색한다. 2008년 4월 방송한 ‘아빠와 돈가스’ 편은 최철호 피디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아들과 아빠가 함께 폐지를 줍는 것을 보고 쫓아가 직접 섭외한 경우다. 이날도 서울 동자동의 한 여관에 다녀왔다는 권성훈 피디는 “정말 어렵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은 동사무소나 구청 등의 사회안전망으로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골라낸 섭외 대상자 대부분은 출연을 고사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지원을 호소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고초려는 기본. 김필성 피디는 “몇 번씩 찾아가 마음을 열고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면 차츰 경계심을 풀게 된다”며 “아이들에게 어렵지만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결국 승락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를 꺼리면서 이들의 한두달 생활비 정도의 출연료는 지급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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