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후뢰시맨’
인기작가·배우 참여 인지도 높여
실험은 잠시 접고 친숙한 이야기로
실험은 잠시 접고 친숙한 이야기로
“단막극이 살아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돈도 안 되는 단막극을 편성할 생각은 없다.” 최근 만난 문화방송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한 달간 단막극을 편성한 것을 두고 ‘단막극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렇게 못박았다. 시청률도 낮고 광고 유치도 안 되는 단막극을 적자를 보면서까지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방송은 내년부터 아예 단막극 극본공모는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에스비에스도 현재 단막극은 방영하지 않고 있다.
산업논리로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에서 ‘미운 오리’ 취급을 받는 단막극이 한국방송에서는 백조로 거듭나려는 날갯짓 중이다. 한국방송은 지난 5월15일, 2년 만에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토 밤 11시15분)을 다시 시작했는데 방송 4~5개월 만인 지난 9월과 10월에 김진원 피디(‘마지막 후뢰시맨’ 편)와 김형석 피디(‘돌멩이’ 편)가 한국피디연합회가 시상하는 ‘이달의 피디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달의 피디상은 지상파와 케이블에서 가장 뛰어난 프로그램을 연출한 피디에게 주는 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연속으로 받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드라마 스페셜>이 얼마 못 가 폐지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내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데는 현실과 이상을 제대로 알고 ‘생존의 고민’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함영훈 피디는 “단막극이 다시 시장논리로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고 실험정신은 잠시 접어두고 먼저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여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스페셜>은 <거짓말>의 노희경부터 <연애시대> 박연선 등 인기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이선균, 박시연, 이재룡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 단막극의 중요성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을 모았다. 과거 단막극이 신인 작가와 신인 배우의 배출구였다는 점에서 유명 제작진과 배우를 기용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 때문에 ‘조금 야한 우리 연애’ 편이 자체 최고 시청률 7~8%를 기록하는 등 눈길 끌기에 성공했다.
죽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저승사자가 온다’ 등 이색적인 소재도 있었지만 토요일 밤 11시에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잔잔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 것도 체감온도를 높였다. 우리 시대 노인들의 자화상을 담은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와 표현이 서툰 남녀의 사랑이야기 ‘조금 야한 우리 연애’는 방영 다음날 포털사이트에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한 피디는 “단막극이 포털사이트 주요 화면에 걸려 있는 것은 처음 본다”며 감탄했을 정도다.
<드라마 스페셜>은 앞으로 4회를 더 내보낸 뒤 4부작과 2부작 등 다양한 형식을 선보인 뒤 내년 초에 다시 단막극으로 돌아온다. 오는 30일에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가족의 비밀’ 편이 전파를 탄다. 함영훈 피디는 “단막극이 신성불가침 지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년에는 단막극의 경제적인 수익구조를 만드는 데 신경 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빨강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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