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경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 신은경
첫 질문을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을 수밖에 없었다. “~척하는 성격 아니시죠?” 단번에 답이 나온다. “아유, 그런 거 못해요.”
여배우의 숙명이 싫어도 좋은 척, 알아도 모른 척하는 것이라면 지난 5일 만난 신은경은 분명 여배우스럽지 않은 배우다. 나이는 서른일곱이지만 아역으로 데뷔해 어느새 연기 경력이 25년. 그 세월 동안 신은경을 지탱해준 것은 배우로선 드문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이었다. 수많은 또래 주연급 연기자들이 사라졌지만 신은경은 살아남았다. 도전적이고 격정적이었던 20대보다 40대를 바라보는 요즘 진짜 전성기를 맞은 듯하다.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토·일 밤 9시55분)과 개봉을 앞둔 영화 〈두 여자〉로 신은경은 연기자로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데뷔 25년차 ‘진짜 전성기’ 구가
작가와 피디가 선호하는 배우로 이번엔 욕망에 충실한 악녀역
변화무쌍한 감정연기 ‘자신감’ ■ 변신은 나의 힘 1994년 <종합병원>의 당찬 이미지로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신은경은 이후 부침이 많았다. 그때마다 신은경은 연기력 하나로 정면 도전해 길을 뚫었다. 영화 <노는 계집 창>에선 과감한 노출을 시도했고, <조폭 마누라>에선 거친 액션을 선보이며 ‘고고한 척’을 벗어던졌다. 극단적인 캐릭터를 맡는 데도 두려움이 없다.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선 신분 상승을 위해 언니의 남자도 가로채는 윤나영으로 나온다. 그 스스로 매료되어 맡은 배역이다. “여배우들은 한 자락 깔고 연기하잖아요. 아무리 파격적인 성격의 인물이라도 여배우는 이래야 한다는 것들 때문에 다 드러내진 않는다는 거죠. (욕망에 충실한) 나영은 그런 것 없이 솔직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욕심이 났어요.” 그는 “나영이 악녀처럼 보이는 것은 너무 악착같이 살았기 때문”이라며 “좌절도 포기도 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점은 닮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 “신은경이 출연하면 기본은 한다”고 할 정도로 신은경은 타율이 높다. 1994년 <마지막 승부>부터 2009년 <하얀 거짓말>까지 출연한 드라마 대부분이 고른 성적을 거뒀다. 대중들 사이의 인기를 떠나 작가와 피디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배우 중의 한 명이다. 한 드라마 피디는 “신은경은 이미지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새로운 역할을 맡겨도 소화가 된다”고 평했다. 이번 <욕망의 불꽃>도 스태프들은 신은경의 기용을 꺼렸지만 작가 정하연씨가 “이렇게 감정이 자주 바뀌는 복잡한 인물을 연기할 배우는 신은경말고는 없다”고 끝까지 밀어붙여 출연이 결정됐다고 한다. ‘척 하지 않는’ 성격으로 부딪치며 만들어온 다양한 연기 경험이 자기 이미지에 맞는 역할만 고르는 다른 여배우들에게 없는 생명력이 된 셈이다. “지금까지 단선적인 인물만 연기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좋았어요. ‘방송 나가면 달라질 거야~’ 혼자 웃었죠.(웃음) 자신이 있었으니까.”
■ “종합병원? 그때가 가장 불행했다” 신은경은 가장 인기가 많았던 <종합병원> 때가 가장 불행했다고 잘라 말했다. “제 생각을 담을 경황도 없이 시키는 대로만 마구잡이로 했던 때였어요. 이렇게는 일하고 싶지 않은데, 라며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죠. 가장 행복한 건 요즘이에요. <욕망의 불꽃>을 하면서 처음으로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고 있어요.”
지난 3년 동안 신은경은 스스로를 완전 방전시키듯 강행군을 했다. <엄마가 뿔났다>에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까지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는 법 없이 받아들였다가 비로소 자기를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쳤어요. 생각해 보니 평생 저 자신을 위해 살아 본 적이 없는 거예요. 지금 내가 원하는 걸 해보자, 완전히 나를 놓아보고 싶었어요. 6개월 동안 책도 읽고 가족들과 김밥 싸서 동물원에도 가고 1주일 동안 안 씻기도 하고 마음대로 지냈죠. 그러고 나니 여유가 생겼어요.” 이혼 전후 여자로서 엄마로서 울어야 했던 시간도 잠깐 털어놨다. “사람들은 이런 경험 때문에 제 연기가 성숙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반대였어요. 너무 방해를 받았어요. 드라마에서 아이에 대한 것이나 여자로서 제가 겪은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헷갈리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에 집중이 더 되지 않았어요. ‘여배우의 삶은 비극’이란 생각, ‘여배우는 어떠해야 한다’는 틀을 버리고 나니까 비로소 편해졌어요.” 새 영화 <두 여자>에서도 간단치 않은 배역을 맡았다.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한 산부인과 의사 역이다. 배신한 남편의 내연녀에게 자신을 숨기고 찾아가 친해지면서 남편의 이야기를 듣는다. 남편과 두 여자가 함께 목욕하는 노출신까지 나온다. 노출신에 대한 몸매 걱정은 없었을까? “옆구리 살이 삐져나와도 신경 안 써요.” 30대 후반의 나이에 대해서도 그는 여유로웠다. “저보다 나이 많은 40대 언니들도 저렇게 일하는데요 뭐. 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배우, 어떤 역할도 흡수하는 규정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 남지은 김진철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갤럭시탭 vs 아이패드, 태블릿피시 ‘탐구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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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피디가 선호하는 배우로 이번엔 욕망에 충실한 악녀역
변화무쌍한 감정연기 ‘자신감’ ■ 변신은 나의 힘 1994년 <종합병원>의 당찬 이미지로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신은경은 이후 부침이 많았다. 그때마다 신은경은 연기력 하나로 정면 도전해 길을 뚫었다. 영화 <노는 계집 창>에선 과감한 노출을 시도했고, <조폭 마누라>에선 거친 액션을 선보이며 ‘고고한 척’을 벗어던졌다. 극단적인 캐릭터를 맡는 데도 두려움이 없다.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선 신분 상승을 위해 언니의 남자도 가로채는 윤나영으로 나온다. 그 스스로 매료되어 맡은 배역이다. “여배우들은 한 자락 깔고 연기하잖아요. 아무리 파격적인 성격의 인물이라도 여배우는 이래야 한다는 것들 때문에 다 드러내진 않는다는 거죠. (욕망에 충실한) 나영은 그런 것 없이 솔직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욕심이 났어요.” 그는 “나영이 악녀처럼 보이는 것은 너무 악착같이 살았기 때문”이라며 “좌절도 포기도 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점은 닮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 “신은경이 출연하면 기본은 한다”고 할 정도로 신은경은 타율이 높다. 1994년 <마지막 승부>부터 2009년 <하얀 거짓말>까지 출연한 드라마 대부분이 고른 성적을 거뒀다. 대중들 사이의 인기를 떠나 작가와 피디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배우 중의 한 명이다. 한 드라마 피디는 “신은경은 이미지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새로운 역할을 맡겨도 소화가 된다”고 평했다. 이번 <욕망의 불꽃>도 스태프들은 신은경의 기용을 꺼렸지만 작가 정하연씨가 “이렇게 감정이 자주 바뀌는 복잡한 인물을 연기할 배우는 신은경말고는 없다”고 끝까지 밀어붙여 출연이 결정됐다고 한다. ‘척 하지 않는’ 성격으로 부딪치며 만들어온 다양한 연기 경험이 자기 이미지에 맞는 역할만 고르는 다른 여배우들에게 없는 생명력이 된 셈이다. “지금까지 단선적인 인물만 연기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좋았어요. ‘방송 나가면 달라질 거야~’ 혼자 웃었죠.(웃음) 자신이 있었으니까.”
신은경
지난 3년 동안 신은경은 스스로를 완전 방전시키듯 강행군을 했다. <엄마가 뿔났다>에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까지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는 법 없이 받아들였다가 비로소 자기를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쳤어요. 생각해 보니 평생 저 자신을 위해 살아 본 적이 없는 거예요. 지금 내가 원하는 걸 해보자, 완전히 나를 놓아보고 싶었어요. 6개월 동안 책도 읽고 가족들과 김밥 싸서 동물원에도 가고 1주일 동안 안 씻기도 하고 마음대로 지냈죠. 그러고 나니 여유가 생겼어요.” 이혼 전후 여자로서 엄마로서 울어야 했던 시간도 잠깐 털어놨다. “사람들은 이런 경험 때문에 제 연기가 성숙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반대였어요. 너무 방해를 받았어요. 드라마에서 아이에 대한 것이나 여자로서 제가 겪은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헷갈리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에 집중이 더 되지 않았어요. ‘여배우의 삶은 비극’이란 생각, ‘여배우는 어떠해야 한다’는 틀을 버리고 나니까 비로소 편해졌어요.” 새 영화 <두 여자>에서도 간단치 않은 배역을 맡았다.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한 산부인과 의사 역이다. 배신한 남편의 내연녀에게 자신을 숨기고 찾아가 친해지면서 남편의 이야기를 듣는다. 남편과 두 여자가 함께 목욕하는 노출신까지 나온다. 노출신에 대한 몸매 걱정은 없었을까? “옆구리 살이 삐져나와도 신경 안 써요.” 30대 후반의 나이에 대해서도 그는 여유로웠다. “저보다 나이 많은 40대 언니들도 저렇게 일하는데요 뭐. 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배우, 어떤 역할도 흡수하는 규정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 남지은 김진철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갤럭시탭 vs 아이패드, 태블릿피시 ‘탐구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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