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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30년·3만명 출연 ‘지구 열바퀴’ 돌며 어깨춤

등록 2010-11-16 08:36수정 2010-11-16 16:09

전국노래자랑
전국노래자랑
숫자로 보는 전국노래자랑
63빌딩 공사 첫 삽을 뜨고,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독재정권이 언론을 강제 통폐합한 1980년, 한국 텔레비전에도 역사적 사건이 탄생했다. 일요일 낮 12시10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국방송 1텔레비전 <전국 노래자랑>이 이해 11월9일 방송을 시작했다. 어느덧 30돌. 누가 예상했을까. 이미자도 나훈아도 아닌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강산이 세번 바뀔 동안 춤추고 노래하리란 것을. <가족 오락관>이 지난해 26년 만에 막을 내리면서 유일한 ‘장수 가족 예능’이 된 <전국 노래자랑>의 역사는 기록과 우여곡절의 파노라마다.

국내 최장수 예능 동네잔치
봄가을엔 지자체서 유치경쟁
박상철·김혜연 스타 탄생도

1536 회 30년 내내 요일과 시간이 고정이다. 총 1536회. 국내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시청률도 평균 10% 정도로 늘 같은 시간대 1위다. <전국 노래자랑>의 원조는 1972년 <케이비에스배 쟁탈 전국 노래자랑>. 당시는 가수들의 등용문 역할이었는데 이후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다가 <전국 노래자랑>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엔에이치케이에서 50년 넘게 방송하는 노래자랑 프로그램 <노도지망>(목소리 자랑)을 참고해 만들었으나 <노도지망>보다 더 동네잔치 같은 분위기로 시끌벅적하다.


전국노래자랑
전국노래자랑
40 만㎞ 1회 경북 성주에서 시작해 최북단 백령도, 최남단 흑산도까지 30년간 총 40만㎞를 돌았다. 전국 모든 시군구를 최소 2번씩 방문했고 요즘은 동네별로 찾아간다. 외국에선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녹화를 했고, 2003년에는 평양에서도 찍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은 시들 줄 모른다. 축제가 많은 봄과 가을에는 특히 경쟁이 심하다. 선정 원칙은 가장 오랫동안 안 갔던 곳이 우선. 담당 공무원들의 ‘로비’도 대단하다. 지역 특산품을 무조건 가져와 안기고 도망가는 것은 기본. 유치를 못하면 시장이 섬으로 발령내겠다고 하니 무조건 와달라고 버티는 이도 있다. 그러나 축제가 없는 겨울이 되면 전세는 역전된다. 연말연시 신경쓸 일이 많은 지자체들한테 제작진들이 거꾸로 사정해야 한다. 제작진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촬영지는 진행자 송해씨의 고향 황해도 재령이다.

103 살 예심 참가자는 지금까지 50만명, 본선 진출자만 3만명이 넘는다. 회당 우승 경쟁률은 평균 300 대 1. 가장 어린 참가자는 3살, 최고령은 103살이었다. 모두 송해(83)씨에게 “오빠~”라고 부른다. 노래를 못해도 재미있게 말하거나 춤을 잘 추면 본선에 오를 수 있다. ‘땡’이어도 인기상은 받는다. ‘땡’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1~2명은 재미를 위해 합격시킨다. 특산물을 소개할 사람은 미리 정한다. 본선에서 술기운 빌려 노래하려다가 인사불성으로 출연 못 한 사람도 있었다. 영·호남 사람들은 우물쭈물하는 법 없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편이고, 강원도는 눈치를 조금 살피고, 경기도는 풀어지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등 지역마다 스타일들이 다른 것도 묘미. 충청도는 느리다는 속설과 달리 꽤 빠르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트로트 가수 박상철·김혜연 등이 스타가 됐다.


전국노래자랑
전국노래자랑

100 명 피디만 100명 넘게 거쳐갔다. 실로폰은 작곡가가 치는데 30년 동안 7명이 막대기를 잡았다. 초대 딩동댕맨은 임종수씨. 12년 동안 쳐온 그 자리를 92년 정풍송씨가 이어받았고, 96년부터는 신대성·이호섭·박성훈·김동찬·박현진씨가 매회 2명씩 번갈아 심사를 맡는다. ‘땡’에도 ‘타이밍’이 있다. 일명 ‘땡 선생’으로 불리는 임종수씨는 “노래에 흠뻑 취해 있을 때 ‘땡’을 쳐야 극적 재미가 높다”고 귀띔했다.

26 년 ‘일요일의 남자’, ‘최고령 진행자’ 송해씨는 1984년부터 26년간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단일 진행자로는 최장수다. 앞서 이한필, 이상용, 고광수, 최선규가 진행했지만 워낙 ‘송해의 프로’로 각인되어버렸다. 94년 건강 때문에 6개월 쉬었는데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돌아온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케이비에스 명예사원’ 1호 주인공이 됐다. 출연료는 현재 회당 300만원. 단짝 김인협 악단장은 29년, 정한욱 작가는 20년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 전국노래자랑 엑스파일


전국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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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그 많은 특산품 다 먹어치운다? 딩동댕!

나 혼자 다 먹기도 하고, 주로 제작진하고 나눠 먹는다. 먹기 싫은 음식을 강제로 입에 넣어도 그냥 먹는다. 대신 나를 안고 빙빙 도는 돌발행동은 피해 달라. 한번은 의경이 목말을 태워주다가 넘어져 어깨를 다쳐서 오래 고생했다. 짓궂은 여자분들은 신던 스타킹을 벗어 머리에 씌워주는데 싫다고 벗어던지면 무안할까 봐 그냥 쓰고 진행한다. 당하는 난 아찔하다.

채형석 피디|촌스러움은 콘셉트다? 땡!

촌스럽게 보일 뿐, 우리도 세련되고 싶다. 세트를 한번 만들면 1년 정도 쓰는데, 비를 맞거나 운반하면서 훼손되기 일쑤다. 밤에 녹화하면 안 보이겠지만 대낮에 녹화하니 감출 수도 없다. 제작비는 회당 2700만원. <열린 음악회>보다는 적다. <열린 음악회>는 악단도 40명인데 우리는 10명이다.

이경규|‘전국 노래자랑’이 영화가 된다? 딩동댕!

‘예능 프로그램도 영화 소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복면달호>를 만든 뒤 줄곧 생각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해 울고 웃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 자체로 삶의 희로애락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전국 노래자랑>. 3년 전부터 녹화 현장을 따라다니며 조사했다. 케이비에스에서 판권을 구입했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나현 작가가 시나리오를 써서 내년 개봉한다.

양동일 피디|가장 많이 부른 노래는 ‘무조건’? 땡!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아파트’, ‘여행을 떠나요’, ‘밤차’,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밤이면 밤마다’, ‘오직 하나뿐인 그대’, ‘멍’, ‘남행열차’ 등이 확실히 많다. 주로 부르기 쉬운 노래들이 인기가 높다. 요즘엔 원더걸스의 ‘노바디’와 소녀시대의 ‘지’가 부쩍 늘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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