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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할머니는 사연 읽고, 엄마는 다큐 감독?

등록 2010-11-22 20:19

마포FM ‘무지개콘서트’
마포FM ‘무지개콘서트’
재정난 마포FM ‘무지개콘서트’
주민 미디어수업 1년결과물 생방
힘모아 공동체방송 지키려는 뜻
진행자: “자, 이번에는 청취자 별님의 사연을 들어보겠습니다.”

별님: “…”

진행자: (귓속말로) 별님 사연 읽으세요.

별님: (큰 목소리로) 응? 읽으라고? 뭐?

올해 칠순이 된 별님도 진행자도 국어책 읽듯 대본을 읽지만 방청객들은 자지러진다. 19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마을 극장에 할머니, 할아버지, 장애인, 이주여성 등 20여명이 모였다. 저마다 ‘달팽이’ ‘올리브’ 같은 별명을 적은 이름표를 목에 걸고 쑥스러워 웃고, 즐거워서 웃고, 힘내라며 웃는다.

마포구와 서대문구를 중심으로 한 서울 서부지역 일대에 전파를 내보내는 지역라디오방송 마포에프엠(FM100.7㎒)이 지난해부터 마련한 ‘무지개 콘서트’는 마포에프엠에서 미디어교육을 받은 장애여성, 노인, 이주여성 등이 1년 동안 배운 것을 발표하는 자리다. 마포에프엠에서 생방송으로 전파를 탄다.

지난해보다 교육생들이 직접 꾸미는 무대가 많아진 올해는 라디오 공개방송 형식으로 장애 여성들의 사연을 들려주고, 그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들려주듯 <강아지 똥>을 낭독했고, 이주여성인 왕샤오진은 아이 돌잔치에 쓰려고 만든 아기 동영상을 발표하고 영화제의 ‘감독과의 대화’처럼 진지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왕샤오진은 “내가 만든 것이란 게 믿어지느냐”며 행복해했다.

2시간 짧은 발표회는 마을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었다. 리포터로 출연한 김은숙씨가 “올해 41살인데 늦둥이를 가졌다”고 하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마포구 주민인 이유수씨는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한국 여자와 결혼한 다무라 료우씨는 멋진 장구 공연으로 축하무대를 꾸몄다. 관객석에선 “우리 동네 파이팅” 등의 갈채가 이어졌다.


‘키티 할머니’는 “이 발표회를 준비하면서 누구나 하려고 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고, 청일점 ‘아침이슬 할아버지’는 “갈 때도 얼마 안 남은 내가 지금 이런 걸 배워서 뭐하느냐고 생각했는데 미디어교육을 받으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즐거워했다. 공연이 끝날 무렵 ‘동백꽃 할머니’가 손을 번쩍 들었다. “늙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전진합시다. 우린 영원한 35살입니다.” 객석은 또 한번 자지러진다.

최근 마포에프엠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전액 삭감해 재정난에 놓였다. 이날의 공연은 힘 모아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희망의 표현이다. 공연을 기획한 정은경 피디는 “단순히 수업결과물 발표를 넘어 참가자들이 자존감을 얻게 된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이유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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