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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잘나가는 YB’ 미국도전 생고생 이유는

등록 2010-11-25 21:09

록페스티벌 참가 고군분투 그린
다큐 ‘나는 나비’ 새달 2일 개봉
10평짜리 지하 단칸방에 살다가 100평짜리 구중궁궐에 살 수는 있지만, 100평짜리 궁궐에서 살다가 10평짜리 단칸방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허각이 재래시장 무대에서 노래를 하다가 올림픽공원의 무대에 선다는 건 기쁜 일이겠지만,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 조용필이 시장통에 서기란, 쌍봉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굳이 이 길을 자처한 밴드가 있었으니 바로 윤도현밴드(YB·와이비·사진)다. 데뷔 15년차 4인조 밴드인 이들은 지난해 8월 미국행 공연길에 올랐다. 미국 내 한국팬들을 상대로 한 행사도 아니고 부와 명예가 보장된 카네기홀 공연도 아니었다. ‘반스 워프트 투어’라고 미국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를 거쳐 로스앤젤레스까지 7개 도시를 돌면서 유명 밴드부터 ‘듣보잡’ 밴드까지 수백개의 밴드가 북새통처럼 노는 록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광활한 잔디밭에 수백 개의 천막무대가 차려지고 그중에 와이비도 자리를 잡는다.

문제는 아무도 와이비를 모른다는 것. 첫 공연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도 부르고 손짓 발짓으로 호객행위도 해보지만, 관람객 수는 겨우 8명. 윤도현은 “처음 공연한 뒤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말한다. 두번째 공연에서는 20여명으로 관람객이 약간 늘어나는 듯하더니 다음 공연에선 다시 2명으로 꼬꾸라진다. ‘한국의 록을 만방에 알리겠다’는 흥분으로 비행기에서 잠도 못 잤는데, ‘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미약’할 것 같은 불안감마저 준다. 게다가 중요한 공연도구들도 잇따라 분실되면서 분위기는 더 참혹해진다.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날씨는 덥고 계속 도시를 옮겨 다니느라 잠도 못 잔다.

이들의 공연을 따라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댄 다큐멘터리 <나는 나비>(감독 정흠문)는 ‘저 생고생의 끝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하는 궁금함으로 관객들을 붙잡는다. 누군가는 음악인으로서 초심을 찾고 싶었고 누구는 에너지를 얻고 싶었다고 한다. 그 결과는? “비를 조금 맞았을 때는 덜 맞으려고 비를 피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다 젖게 되면 그냥 비를 즐기게 되잖아요. 이번 공연 과정이 그랬어요”라는 기타리스트 허준의 말처럼, 나중엔 관객 수와 상관없이 그들은 록음악 그 자체가 돼버린다. 다큐멘터리 제목이자, 밴드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나는 나비’의 한 구절처럼 이들은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나는 나비’가 돼버린다.

와이비의 팬이라면 최고의 팬서비스 선물이 될 것이며, 와이비 팬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앞으로 와이비라는 이름을 무심히 지나치지는 못할 것 같다. 지난 19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12월2일 개봉.

한편 와이비 데뷔 15돌을 기념하는 라이브 베스트 앨범 <나는 나비>도 발매됐다. 공연에서 부른 ‘나는 나비’, ‘담배가게 아가씨’, ‘타잔’, ‘사랑 투’, ‘아리랑’ 등 25곡을 두 장의 시디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김아리 기자 ari@hani.co.kr, 사진 인디플러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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