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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상처입은 케냐 빈민 아이들의 ‘희망가’

등록 2010-12-03 21:34

가난에 상처입은 케냐 빈민 아이들의 ‘희망가’
가난에 상처입은 케냐 빈민 아이들의 ‘희망가’
‘지라니 합창단’ 성공 다룬 다큐
영화속 아이들 방한 순회공연도
“쿰바야 마이 로드, 쿰바야 마이 로드 쿰바야….” 북소리에 맞춰 나지막이 울리는 ‘천상의 목소리’. 지난 28일 다큐멘터리 <하쿠나 마타타, 지라니 이야기> 자막이 올라가고도 눈시울이 붉어진 시사회 관객들은 자리를 뜰 줄을 몰랐다. ‘하쿠나 마타타’는 ‘문제없어요’, ‘지라니’는 ‘좋은 이웃’이란 뜻의 스와힐리어.

영화의 주인공은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 대형쓰레기장인 고로고초 단도라 슬럼가에서 쓰레기를 파서 먹고사는 빈민의 어린이들. 2006년 한국인 임태종 목사가 만든 ‘지라니 합창단’에 들어가 2년 뒤인 2008년 미국 순회공연을 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쓰레기장에서 건져올린 진주’ 식의 성공스토리와 함께 이들의 배후에 있는 갈등과 고민을 날것으로 보여준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속 ‘고로고초의 아이들’ 40명이 지라니문화사업단 임태종 회장의 인솔로 한국에 왔다. 이들은 내년 1월10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22차례 공연을 한다.

“당장의 옷과 빵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수혜자들의 의타심을 키울뿐더러 지원금 상당부분이 부패 관료나 독재자한테 돌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장기 목표를 세웠어요. 이들을 가르쳐 넬슨 만델라, 킹 목사처럼 지도자로 키우자는 겁니다.”

임 목사는 20여년 동안 아프리카 지원활동을 하면서 풀지 못한 고민을 ‘음악을 통한 교육’에서 찾았다. 음악으로써 대물림 가난과 에이즈, 말라리아로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 입은 영혼을 보듬고 나아가 고등교육까지 지원해 나라의 관료나 국회의원 등 엘리트로 키워 법과 제도를 뜯어고쳐 보자는 것.

쓰레기에 뒤섞인 한 어린이의 풀린 눈을 보고 꾸게 된 그의 꿈은 도레미도 모르는 아이들을 모아 아프리카 최초의 어린이합창단을 만들어, 케냐 대통령궁에서 초청공연, 미국 및 한국 순회공연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프리카의 나무십자가 합창단’.

초기에는 지원자가 없어 학교를 찾아 다녀야 했고 물망에 오른 지휘자는 열악한 조건에 “뜻은 좋지만…” 하면서 사양했다. 울산 독지가가 쾌척한 성금으로 창고를 개조해 연습실을 마련했고, 종일 굶은 아이들은 오후에 이곳을 찾아와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성소가 됐다. 차츰 이름이 알려지자 아이들의 부모와 현지 관리들은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고, 애들을 앵벌이 시킨다면서 해체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미국 공연 때는 동행한 교육부 관리가 특별대우를 거절당하자 아이들을 선동해 공연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미국 공연이 위기였어요. 밑바닥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물질의 풍요를 경험한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귀국할 무렵엔 패닉상태에 이르렀어요.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는 걸 견디기 힘들었던 거죠. 한 아이는 발작을 일으켜 이상행동을 보였어요. 밤에 두 시간을 설득했어요. 나는 너희와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창단 5년이 지난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 현재 단원은 5 대 1 경쟁의 오디션으로 뽑은 100명. 40명은 공연 하고 60명은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한다. 이들에겐 학교 교육비와 기숙사비를 지원하고 가정에는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목표를 이루려면 40년 한 세대를 봅니다. 저는 체력 닿는 데까지 해야지요.”

그는 지라니아트스쿨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부지 구입, 건물 신축에 모두 200만달러가 드는데 1700평 땅은 탤런트 정애리씨가 마련해줬다. 건축비는 몇몇 군데서 지원을 약속했다. (02)3461-7200. www.jirani.kr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지라니문화사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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