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
tvN ‘생초리’ 입소문 타고 인기
가족 중심서 회사로 배경 옮겨
가족 중심서 회사로 배경 옮겨
다시 꿈틀대는 시트콤 열기…성공 법칙은
또 한번 시트콤이 활짝 필까. 티브이엔이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영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이하 <생초리>)가 입소문을 타고 있고, 문화방송이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의 성공 이후 <몽땅 내 사랑>(2010) 등 꾸준히 시트콤을 내보내고 있다. 2007년 <달려라 고등어>를 끝으로 시트콤을 폐지했던 에스비에스도 내년 초 방영을 목표로 양동근 주연의 시트콤을 준비중이다. 시트콤의 대명사가 된 김병욱 피디는 현재 ‘하이킥 세번째 시리즈’를 구상하고 있다.
1993년 에스비에스(당시 서울방송)의 <오박사네 사람들>로 시작한 한국 시트콤은 (1995, SBS) <순풍 산부인과>(1998, SBS) 등 가족 시트콤에서 <남자 셋 여자 셋>(1996, MBC)을 시작으로 <논스톱> 시리즈(2000, MBC)를 거치며 청춘 시트콤으로 옮아갔다. <세 친구>(2000, MBC) 등 성인 시트콤에 <안녕 프란체스카>(2005, MBC)처럼 판타지 시트콤도 낳았다. <거침없이 하이킥>(2006, MBC)이 등장하면서는 갖가지 장르가 혼합되어 내용이 다음 회에 이어지는 등 기존 공식을 파괴한 변주를 시도했다.
그러나 수많은 시트콤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도 반복되어 왔다. 현재 방송중인 <몽땅 내 사랑>과 <생초리>도 운명이 갈린다. 시청률은 지상파인 <몽땅 내 사랑>이 7~10%로 1~2%대인 케이블텔레비전의 <생초리>보다 높지만 작품성과 시청자 반응에선 뒤진다. <생초리>는 되고 <몽땅 내 사랑>은 안 되는 시트콤의 성공 법칙은 뭘까.
■ 과거를 버려라 <순풍산부인과> <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연출한 김병욱 피디는 “시트콤이 잘되려면 전작에서 성공한 부분을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소동 이야기 중심의 시트콤으로 성공한 뒤 <순풍 산부인과>는 소동을 버리고 캐릭터를 내세웠고, <거침없이 하이킥>은 스릴러, 멜로 등 모든 장르를 섞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김 피디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똑바로 살아라>의 비슷한 콘셉트를 버려야겠다고 생각해 만든 것이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다”고 말했다.
<생초리>가 케이블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화제를 모으는 이유도 ‘시트콤의 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일일 편성이 중심인 지상파에선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고 다양한 연령대가 한꺼번에 나오는 ‘가족’을 주인공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일일이 아니라 주간 편성인 <생초리>는 시트콤의 배경을 회사로 옮겼다. 에스비에스가 준비중인 새 시트콤도 새로운 형식으로 승부를 걸 방침이다. 한국 시트콤으론 처음으로 ‘모큐멘터리’(다큐멘터리풍으로 만든 허구의 이야기)를 시도한다. 이 프로를 맡은 김용재 피디는 “시트콤의 성공은 새로운 콘셉트를 들고 나와 누가 선구자가 되느냐에 달렸다”며 “드라마에서는 할 수 없는, 과연 먹힐까 싶은 과감한 시도가 없으면 안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 웃음을 버려라 <안녕 프란체스카>를 연출한 노도철 피디는 “그러나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는 차별화한 소재를 담더라도 일반적인 관심을 벗어난 이야기는 실패한다”고 분석한다. 시트콤도 드라마만큼 자기 이야기 같은 절절함이 느껴지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흡혈귀라는 독특한 설정을 차용했지만 해체된 오늘의 가족을 들여다봤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생초리>의 김영기 피디는 “기계적인 웃음효과도 피하고 일상속에서 재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박사네 사람들> <김가 이가> 등 초창기 시트콤들이 작위적인 몸짓과 유행어를 의식한 말장난으로 코미디에 가까웠다면 요즘 시트콤들은 드라마와 경쟁한다. <생초리>에서도 과장된 코미디를 하는 인물은 없다. 박규(김학철)의 딸이 조민성에게 애정공세를 과하게 하는 것을 제외하면 몸이 바뀐다는 설정의 <시크릿 가든>보다 오히려 더 정통드라마에 가깝다. 수학천재였다가 벼락을 맞아 숫자 개념을 상실한 조민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1+1=?’의 답을 고민하는 장면에서도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 배꼽 잡고 웃지 않는다. 설정 자체가 웃긴데 연기까지 과장하면 거리감이 생기기 때문에 일부러 조절한다.
그래서 요즘 시트콤은 개그맨이 아니라 배우를 선호한다. 개그맨이 출연하면 보는 이들도 코미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병욱 피디는 “재미있는 대사라고 강조하지 않고 툭툭 내뱉는 식으로 대본을 수정한다”고 말했다. ) 의외성을 담아라 상황은 리얼리티를 담되 캐릭터에서 의외성을 줘야 한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신구,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등 성공 시트콤은 중견배우의 새로운 발견으로 화제를 모았다. <생초리>에서도 악역 전문이었던 김학철이 ‘광화문 전광석화’라는 별명으로 뭐든 빨리 빨리를 외치는 독특한 인물로 나와 생애 첫 연기변신을 했다. <생초리> 조찬주 피디는 “김학철씨는 <대조영> 등에서 살짝 보여준 코믹한 모습이 좋아서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욱 피디는 “중견 연기자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어 코미디의 기본인 비틀기를 시도하기에 좋다”며 “이순재처럼 희극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연기자로 코미디 감각이 뛰어나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m
<안녕 프란체스카>
그래서 요즘 시트콤은 개그맨이 아니라 배우를 선호한다. 개그맨이 출연하면 보는 이들도 코미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병욱 피디는 “재미있는 대사라고 강조하지 않고 툭툭 내뱉는 식으로 대본을 수정한다”고 말했다. ) 의외성을 담아라 상황은 리얼리티를 담되 캐릭터에서 의외성을 줘야 한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신구,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등 성공 시트콤은 중견배우의 새로운 발견으로 화제를 모았다. <생초리>에서도 악역 전문이었던 김학철이 ‘광화문 전광석화’라는 별명으로 뭐든 빨리 빨리를 외치는 독특한 인물로 나와 생애 첫 연기변신을 했다. <생초리> 조찬주 피디는 “김학철씨는 <대조영> 등에서 살짝 보여준 코믹한 모습이 좋아서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욱 피디는 “중견 연기자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어 코미디의 기본인 비틀기를 시도하기에 좋다”며 “이순재처럼 희극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연기자로 코미디 감각이 뛰어나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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