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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밝히는 순간 ‘통쾌’…연기대상도 욕심 생겨”

등록 2010-12-08 21:26수정 2010-12-09 10:36

배우 이범수
배우 이범수
막내린 ‘자이언트’의 이범수
“<자이언트>는 한 사람의 역사다. 마지막회 노인이 된 강모가 차를 타고 가다가 조필연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창밖을 보며 회한에 잠기는 장면에서 실제로 이강모를 연기했던 지난 시간이 새록새록 떠올라 뭉클했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주인공 이강모를 연기한 배우 이범수는 마지막회를 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팬들과 마지막회를 보며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그는 <자이언트>가 끝나자마자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월요일 낮에 모든 촬영이 끝났는데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방송국 운동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며 강모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40%(티엔엠에스미디어 제공). 이범수는 “드라마를 잘 안 보던 남자 시청자들을 그러모은 선 굵은 드라마라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시작한 <자이언트>는 7개월 동안 건설회사로 성공하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강남 개발을 둘러싼 음모와 사건 등을 녹여 주목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 등장한 것 외에도 삼청교육대, 광주 민주화 운동, 평화의 댐 건설, 삼풍백화점 붕괴 등 지금도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생생히 증언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평화의 댐 건설을 맡으라는 성모에게 “그거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치는 거잖아”라는 강모의 통쾌한 대사는 화제였다. 그는 “삼청교육대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는 파출소·경찰서마다 할당제가 있어서 아무나 다 잡아갔던 어처구니없던 시절이지 않나. 연기를 할 때도 그들의 억울함과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힘든 곳을 이겨냈는지 등을 생각하며 역사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진정성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987년 6·10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폭로 과정을 흥미 위주로 왜곡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태섭(이덕화)이 5공 말 정국을 반전시킨다는 설정 아래 안기부 요원 이성모(박상민)에게 박종철 고문치사 자료를 신부에게 넘겨주는 장면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범수가 강모를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뭘까. “20대 초반부터 연기한 점이 부담이 됐다. 아역을 보던 시청자들이 성인 역할을 사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까. 그때그때 빛을 발하는 조연은 일관되어 연기의 선이 명확하지만 강모는 사랑도 해야 하고, 성모와 미주 등 가족관계도 보여줘야 하고, 복수할 때는 집념과 야망도 드러내야 하니까. 그런데 다중인격은 되면 안 되고(웃음). 그때그때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틈만 나면 지난 방송을 보면서 연습했다.” 아쉬운 부분은 없을까. “에이플러스 주고 싶다(웃음). 최선이었으니까 연기에 후회와 미련은 없다. 간혹 너무 졸려 눈이 안 떠지고 혀가 꼬부라지는데 심각한 연기를 해야 할 때는 정말 하늘에 기도하면서 연기했다(웃음).”

<자이언트>는 냉철한 모습에서 사고로 기억을 잃은 천진난만한 모습을 오간 박상민과 지질한 소태 역의 이문식 등 조연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낸 점이 돋보인다. 특히 이범수는 60회 내내 정보석이 연기한 조필연과 악연으로 맞붙었다. 그는 “강모가 빛을 발하려면 악랄한 조연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악인을 물리치고 일어나는 주인공의 노력을 본다는 점에서 조필연과는 연기할 때마다 흥이 났다. 마지막회 조필연을 가리키며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 국회 장면은 내가 봐도 통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주와 민우의 절절한 로맨스에 묻혀 주인공인 강모와 정연의 사랑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주인공의 로맨스가 약해진 것은 아쉽지만 강모는 로맨스를 펼치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미주와 민우가 급조된 사랑이라면 정연과 강모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사랑이다. 우리가 그들의 사랑에 뒤진다고는 생각 안 한다.”

이범수는 지난 1월에 대본을 받고 1년을 강모를 위해 살았다. 강모는 그에게 연기대상을 안겨 줄 것인가.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1월에 대본을 받았을 때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는 <자이언트>야말로 연기대상감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건강한 욕심이 생겼다고 할까. 시청률 감안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웃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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