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눈물’
MBC 다큐 3부작 ‘아프리카의 눈물’
온난화 고통 깊숙이 들여다봐
온난화 고통 깊숙이 들여다봐
왜 아프리카일까. 문화방송이 2008년 <북극의 눈물>, 2009년 <아마존의 눈물>에 이어 ‘지구의 눈물’ 세번째로 카메라를 들이댄 곳은 아프리카다. 한국 다큐멘터리에서 제대로 조명한 적이 없던 북극과 아마존이 소재 자체로 궁금증을 유발했다면 아프리카는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해 익숙한 공간이다. 지난 3일 전체 3부를 요약한 <아프리카의 눈물>(MBC 금 밤 11시5분) 프롤로그 시청률도 10%(티엔엠에스 집계)로, 15.7%였던 <아마존의 눈물>에 견줘 시청자들의 호기심은 약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눈물>은 ‘특별한 게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동질감’으로 해소한다. 아프리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1세대가 ‘자연’에 주목했다면 2세대는 아프리카를 돕는 손길, 3세대는 <더블유> 같은 고발성 프로그램이었다. 지금껏 아프리카를 신기한 시선으로 들여다봤다면 <아프리카의 눈물>은 온난화로 고통받는 현실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부족의 삶 속으로 들어가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한학수 피디는 “북극에서 온난화를 경고했고, 아마존에서 문제의식을 심어줬다면 아프리카에서는 아마존보다는 사실적으로, 북극보다는 깊숙이 사람들의 삶과 사회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기본으로 들여다본 곳은 부족. 에티오피아 서남부 오모계곡에 사는 수리족과 카로족 등 대규모 주류 부족을 만난다. 1년 동안 사전취재하고 307일간 그들과 함께 생활한 덕분에 말리 사막 코끼리들의 대장정과 사하라의 유목민 니제르 풀라니족의 남성 미인선발대회 의식 ‘게레올’(사진)을 한국 방송 최초로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10일 1회에서 소개하는 카로족의 소 뛰어넘기 성인식은 제작진이 6번이나 찾아가 설득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접근방식도 신선하다. 자연 파괴, 식량 문제 등 거대한 이야기를 미시적인 하나의 사건과 계기를 통해 거꾸로 들여다본다. 10일 방영하는 카로족 마을의 다르바와 우바 커플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4년 동안 사귄 이 커플은 다르바의 형수가 다른 부족에게 살해당해 혼자가 된 형이 먼저 장가를 갈 때까지 결혼을 미루고 있다. 보수적인 부족문화를 피해 숲에서 손잡고 데이트하는 흐뭇한 모습을 비춘 프로그램은 결국 토지를 둘러싼 전쟁 때문에 한 개인의 삶이 얼마나 변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프리카 북부를 가로지르는 세계에서 가장 광대한 사막 사라하에서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사막 코끼리가 혹독한 건기에도 마르지 않는 반제나 호수에서 우기를 기다리는 모습도 볼거리다.
이와 함께 부족들의 소소한 삶을 드러내는 점도 재미있다. 육체를 다 드러내고 다녀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치마만 걸친 카로족 마을 여인들이 제작진이 뒷모습을 촬영하자 속살이 보일까 봐 화를 내고, 풀라니족 남자들이 라디오를 듣고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음악을 틀고 춤추는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10일 1회 ‘오모계곡의 붉은 바람’에서 아프리카에서 식민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인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왜 이렇게 총을 들고 싸우는가를 들여다본다. 2011년 1월에 방송할 2회 ‘사하라의 묵시록’에서는 불모의 땅에서 사는 고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유목민 풀라니족의 삶을 통해 척박한 자연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경고하고 3회 ‘킬리만자로의 눈물’에서는 모잠비크 고롱고자 국립공원 환경문제가 남아공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살핀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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