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진
‘여우의 집사’ 출연 하석진
‘생초리’선 진지한 코믹연기
“욕심 생기니 최고 되고파”
‘생초리’선 진지한 코믹연기
“욕심 생기니 최고 되고파”
다리 아프면 업어주고, 땀 나면 닦아주고, 목마르면 물 떠다 주고. 가끔은 요리도 하고 옷도 다려주는 이 남자. 문화방송 예능프로그램 <여우의 집사>에서 여배우들이 원하면 하늘의 별도 따다 줘야 하는 집사로 나오는 하석진(29·사진)이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류시원, 세븐 등 잘생긴 남자 연예인 틈에서도 ‘따도남’(따뜻한 도시의 남자라는 뜻의 신조어)으로 여자 연예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여자한테 다정한 성격이 아니에요.(웃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조언자 비슷한 유능한 집사라고 생각해 출연했어요. 처음에는 트위터도 가르쳐 주고 책 이야기도 했는데 갈수록 여자 연예인들의 시중만 드는 것 같아요.(웃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웃자고 하는 팔씨름에 죽자고 달려드는 진지함과 특유의 승부근성으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끈다.
처음에는 즉흥대사 등으로 웃겨야만 하는 강박관념에 힘들었다고 한다. “노홍철씨나 박휘순씨 등이 한마디 하면 ‘빵’ 터지는데 내가 그들을 따라갈 수 없으니 난감했죠. 억지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게 싫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을 잘 안 했는데 <여우의 집사>에서는 웃기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렇게 싫던 예능프로그램에 왜 출연했느냐고 물으니 “이제는 저도 연예인이 되어가는 거겠죠”라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하석진은 요즘 방송중인 티브이엔 시트콤 <생초리>에서도 웃기려 하지 않는 진지한 코믹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생초리>에서 그는 벼락을 맞고 숫자개념을 잃어버린 유능한 증권회사 직원 조민성으로 나온다. 별명이 ‘걸어다니는 전자계산기’인 민성이 ‘병아리 한마리 더하기 병아리 한마리는 몇마리?’를 공부하는 심각한 표정에서 시청자들은 배꼽 잡고 웃는다. 특히 인중을 맞아 부은 얼굴로 형사와 진지하게 대화하는 부분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는 “친구들이 나만 보면 인중 한번 맞아야겠다고 농담한다”고 툴툴대지만.
숫자개념을 잃어버린 것만 빼면 조민성은 하석진이 꿈꾸던 인물이기도 하다.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다니는 하석진은 원래 공학도다. “자신감 있고 유능해서 직원들이 함부로 뭐라고 못하는 엘리트 같은 느낌은 배우가 되기 전 제가 원하는 모습이죠. 빠른 승진과 함께 권세를 누리는.(웃음) 남에게 특별히 친절하지도 않고, 친절을 바라지도 않는 혼자 다 알아서 하는 성격 등도 비슷해요.”
친구의 권유로 기획사에 들어가 2003년 한 항공사 광고 모델로 데뷔한 그는 <슬픈 연가>에서 김희선의 매니저 역으로 드라마에 첫 출연 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되어 큰돈을 만지니까 처음에는 정신상태가 많이 해이했던 것 같아요. 특별히 스타가 되자는 생각도 없었고.” 이제는 슬슬 특유의 승부근성에 발동이 걸린 것 같다. 그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스스로 성장하는 게 느껴지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이제는 이왕 하는 거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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