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못할 촬영 뒷담화
한학수 피디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갔지만 처음에는 문화적 충격이 컸다고 한다. 아랫입술을 찢어 진흙으로 만든 원반을 걸고, 검은 입술이 매력적이라며 피가 철철 흘러도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문신하는 여자들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던 탓이다.
툰드라에 간 장경수 피디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순록의 배를 가른 뒤 세살 아이들이 비린내가 진동하는 생피를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 모습을 처음 한달 정도는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법. 3개월 넘게 함께 생활하다 보니 어느덧 민물고기도 먹고, 생피도 맛보는 등 현지인이 됐다고. 한학수 피디는 되레 너무 적응한 나머지 독특한 문화를 담아야 하는 임무를 이행 못 할 정도로 모든 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 놓친 부분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웃지 못할 사연도 많았다. 아프리카 부족도 툰드라 네네츠족도 화장실이 없었다. 아프리카에 간 한 피디는 부족민과 같이 그냥 산에서 해결한 뒤 야삽으로 묻어버렸다. 스태프들끼리 각자 구역은 정했다고. 툰드라는 오른쪽 들판은 여자들이 사용하고 왼쪽 들판은 남자들이 사용한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볼일을 볼수록 부정이 덜 탄다고 해서 화장실만 갔다 오면 한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였다.
두 사람이 가장 기분이 나빴다고 입을 모은 부분은 현지어를 몰라 ‘당했던’ 것들을 뒤늦게 알았을 때라고 한다. 보통 다큐 촬영 현장에서는 50% 정도만 동시통역한다. 좋은 장면을 촬영하려고 계속 기다렸는데 나중에 번역한 것을 들어보니 “야, 쟤들 가면 일하자”거나 “쟤들 정말 불쌍하다”는 말이 우후죽순 쏟아졌다고 한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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