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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간절한’ 야구 예능 “이렇게 끝나는 게 어딨어!”

등록 2010-12-15 17:55

‘천하무적 야구단’ 마지막 촬영
“사회인 야구 구장은 완공할 것”
“제2회 골병든글러브 시상식!” “뭐가 2회냐 마지막이지.” “아이 난 안 울래. 또 만나면 되잖아.” “와 진짜~ 이렇게 끝나는 게 어딨어!”

출연자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지난 14일 밤 10시. 낮은 시청률에 밀려 끝나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 <천하무적 야구단>의 마지막 녹화는 지난 1년 동안 야구 잘한 선수에게 주는 ‘골든글러브’를 본뜬 ‘골병든글러브’ 시상식(사진)으로 진행됐다. 녹화 1시간 내내 탄성과 탄식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지난해 4월 시작한 <천하무적 야구단>은 스포츠와 예능을 접목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여러 명의 남자가 나오고 출연진들에게 판을 깔아준 뒤 그 모습을 촬영해 그대로 내보낸다는 점에서 집단 리얼버라이어티인 <무한도전> <1박2일>의 아류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뭉쳐 몸개그나 말장난이 아니라 경기에 전심전력으로 임하는 예능이지만 다큐에 가까운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최재형 피디는 “웃기려고 무리한 설정을 하지 않았고 경기 자체에 몰입하게 한 것이 스포츠와 예능을 결합한 프로그램의 재미였다”고 말했다.

마지막 녹화 현장에서 만난 출연진들은 무엇보다 사회인 야구를 활성화하는 데 작은 도움을 줬다는 점을 큰 성과로 꼽았다. 사회인 야구는 장소가 부족하고 장비가 비싼 등 환경이 열악한데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과 지원의 손길이 이어진 것이다. 야구가 너무 좋아서 직접 기획안을 만들어 방송사를 돌아다녔다는 디제이 디오시의 이하늘은 “스스로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사회인 야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안 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 피디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더라도 사회인 야구를 위해 건설하던 꿈의 구장은 완공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야구 기본 룰조차 몰랐던 가수 김준의 실력이 향상하는 등 출연자들은 그 자체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연습에, 촬영 등 1시간을 위해 1주일 내내 촬영했다. 디제이 디오시의 김창렬은 공에 맞아 입술이 터졌고, 오지호는 도루를 하다가 발을 접질리는 등 말 그대로 ‘골병’이 들었다. 김성수는 “다음날 드라마 촬영이 있으면 다칠까 봐 불안했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걱정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하늘은 “‘나’가 아닌 ‘우리’를 알게 됐고, 같이 하는 것이 뭔지 배웠다”며 울컥했다.

하지만, 야구라는 소재는 여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겨울에 추우면 경기를 못 한다는 점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시작했다. 갈수록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방영하는 등 여느 리얼버라이어티를 좇는 느낌이 강했다. 최 피디는 “야구만 하다가 침체기에 들어서서 뭔가 방법을 찾아보는 와중이었다”고 말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콘셉트를 벗어나 다른 프로그램과 엇비슷해진 상황이 가장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시청률도 6~8%에 머물렀다. 블로그 등에는 “감동적이다”는 평들이 쏟아졌지만 갈수록 관심이 떨어졌다. 김성수는 “스포츠버라이어티는 연출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잘 못하던 우리 팀이 좋아지는 것에서 시청자들이 쾌감을 느꼈지만 한계가 있다. 더 잘하려면 올인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있나. 극적인 순간이 갈수록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촬영이 끝나고 이들은 마지막 뒤풀이 장소로 향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장 애착이 컸던 이하늘에게 이 멤버들이 다시 만나 야구 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사적으로 만나서 야구하자고 말은 하는데 스케줄 조율해서 만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천하무적 야구단>은 오는 25일 막을 내린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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