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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방송생활 20년 중 지금이 가장 재밌어”

등록 2010-12-21 09:11

남희석
남희석
케이블TV로 무대 넓힌 남희석
‘트라이앵글’ 등 4개 프로 진행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어 좋다”

최근 2~3년 케이블텔레비전의 약진은 인기 진행자들의 역할도 컸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케이블텔레비전은 지상파에서 단독으로 진행하기 힘들거나 지상파 복귀가 어려운 이들이 주로 찾는 2인자들의 무대였다. 하지만 요즘 케이블을 보면 그야말로 엣말. 일찌감치 케이블텔레비전에 발을 디딘 신동엽 외에도 이경규, 김성주, 김구라 등 지상파에서 활약하는 진행자들이 최근 대거 케이블에 진출했다. 올해는 남희석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3월 엠비시에브리원 <복불복쇼 시즌2>(수 밤 12시10분)를 시작으로 티브이엔 연예오락 프로그램 <네버랜드>(토 밤 12시)와 퀴즈쇼 프로그램 <트라이앵글>(일 밤 11시)을 진행하고 있다. 23일부터는 코미디티브이에서 첫 방송하는 <리얼탈출쇼 빠삐용>(목 밤 11시)도 맡는다. 케이블에서만 4개 프로그램을 동시 진행하는 것이다.

남희석
남희석
17일 상암동에서 만난 남희석은 “케이블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고 발언 수위도 자유로워 상상하던 것을 방송으로 만들 수 있어 되레 설렜다”고 한다. “지상파에서는 항상 건전한 분위기에 약간의 재미를 주는 시사와 예능의 중간 프로그램에서 나를 찾았는데 이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하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그 스스로 “방송생활 20년 중 지금이 가장 재미있다”고 할 정도다.

남희석은 혼자 진행하는 <트라이앵글>에서 특유의 푸근한 느낌을 이어가면서도 지금껏 잘 드러내지 않던 날카로운 진행 솜씨를 선보이고 있다. <트라이앵글>은 처음 만난 일반인 3명이 팀이 돼 문제를 푸는 퀴즈 프로그램. ‘7대2대1’처럼 상금을 불균등하게 나누는 원칙에 따라 100초 안에 세명이 분배에 합의 못하면 1억 원도 0원이 된다.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는 심리전이 이 프로그램의 묘미다. 그는 “소극적인 출연자를 부추기는 배려도 하지만 긴장감을 유도하려고 딱딱하고 단호하게 진행한다”고 했다. 돈 앞에 인간 본성을 까발린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돈 욕심이 아니라 자신들이 한 역할을 보상받으려는 심리”라고 해석했다.

‘시민 번개’ 등서 얘깃거리 찾아
“1등 부담 떨쳐버리니 여유 생겨”

남희석은 1991년 케이비에스 제1회 ‘대학개그제’로 데뷔해 1999년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2003년 <꼭 한번 만나고 싶다>(KBS1), 2004년 <느낌표!>(MBC) 등 일반인들과 함께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제동이 뛰어난 입담으로 마음의 벽을 허문다면 그는 ‘하회탈’이라고 불리는 순박한 외모와 살짝 어눌한 듯한 말투로 경계를 무너뜨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도 “난 서민들과 엉켜있을 때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무리 ‘리얼’이라고 해도 프로들끼리여서 서브 넣고 토스하고 스파이크 치는 수를 알아요. 일반인 출연자가 나오면 의외성과 변수가 한도 끝도 없어 뻗어나갑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있죠.”

진행자들이 책을 읽는 등 간접 경험으로 상식을 쌓는다면 그는 직접 부딪히고 접촉하는 쪽이다. 최근에는 트위터 ‘번개’(깜짝 만남)로 술자리를 갖는 등 허물없이 교류한다. “직장인의 애환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진행자들 중 내가 가장 많이 알 것이다”고 자신할 정도다. “저보다 더 뛰어난 ‘꾼’들이 많아요. 항상 다양한 직종과 세대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살아있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남희석은 분명 요즘보다는 과거에 더 화려했다. 유재석과 강호동에 뒤진다는 평가가 속상하진 않을까. “사실 유재석과 강호동이 가장 힘들거에요. 항상 조심해야 하고 1등 해야 하잖아요. 외국에서는 각자의 역할을 인정해 주는 데 우리나라는 1등 하다가 떨어진 순간 불쌍하다고 봐요. 나도 한 4년 동안 1등이었는데 당시는 하늘의 별도 땄다고 생각했는데 펼쳐보니 재더라고요(웃음). 그런 것 연연 않고 떨쳐버리면 여유가 생겨요.” 그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의 중심에는 기자들도 있다”며 껄껄 웃었다.

풍자가 사라진 요즘 개그에 대해서도 소견을 말했다. “후배들이 풍자를 두려워해서 못하는게 아니라 블로그 등에서 더 독하고 재미있는 게 나와 이젠 풍자가 먹히지 않는 시기여서 안하는 것입니다. 풍자는 자칫하면 상대방이 상처받고 갈등만 조장해요. 하지만 그걸 넘어 기막히게 웃기는게 나오도록 개그맨들이 더 공부해야 겠죠.” 그는 “26살 이상의 사람들을 위해 저급하면서도 농도 짙고 의미 있는 스탠딩 코미디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며 “착한 척에 질린 사람들이 의미 없이 깔깔대고 웃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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