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촌철살인 웃음주역 장동혁
신문 읽고 직접 취재해 소재 발굴
“‘속 시원한 코미디’ 하고 싶어요”
신문 읽고 직접 취재해 소재 발굴
“‘속 시원한 코미디’ 하고 싶어요”
“문화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나는 거 아니에요?” 지난 연말 <개그콘서트> 녹화 현장에서 만난 장동혁(32·사진)에게 ‘2010년 시사개그를 이끈 주역’으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사회문화의 부조리를 속 시원하게 꼬집던 ‘동혁이 형’ 캐릭터로 지난해 보수단체의 항의 등 본의 아니게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탓이다. “그래서 한동안 인터뷰를 안 했어요. 전 소속사에서 논란되는 게 싫어 거절한 것도 있고. 지금은 소속사도 옮기고 캐릭터도 막 내린 지 두 달 됐으니 뭐, 못할 것도 없죠.”
그리고 5일 다시 만난 그는 여태껏 어떻게 참았을까 싶을 정도로 한마디를 던지면 열마디를 쏟아냈다. 가장 궁금한 당시 상황도 거침없이 답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유행시킨 박성광과 더불어 ‘동혁이 형’은 서울시와 식약청의 중금속 낙지 발표 논란이나 공무원 비리 등 사회문제에 촌철살인의 멘트로 화제를 모았다. 시사개그는 늘 존재했는데 지난해는 유독 방송개혁시민연대가 ‘포퓰리즘’(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행태)을 선동한다고 지적하는 등 보수단체의 비판이 거셌다. 그는 “당시는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난리였다”며 웃었다.
“기분 나쁘고 이런 것보다 그냥 ‘뭔 소리야’였어요. 포퓰리즘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었어요. 개그는 개그일 뿐이지 뭐 이런 것 갖고 그런 반응이니까(웃음).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 막내리고 나서는 외압 들어오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 건 없었지만 괜히 <개그콘서트>에 피해 갈까 말을 아끼는 등 스스로 조심한 부분은 있어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시사개그 못 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는 반대로 ‘동혁이 형’을 ‘개그계의 잔다르크’처럼 치켜세우는 것도 부담됐다고 한다.
시사는 개그의 단골소재였지만 ‘장동혁표 시사개그’는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동시에 제시하는 점이 다르다. 정치나 사회 전체를 포괄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시청자들이 실제로 공감하고 고민하는 특정 사안을 꼬집어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것이다. “내 개그는 ‘웃기다’보다는 ‘시원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그가 공부해서 맺은 결실이다. “색깔이 다른 신문을 꾸준히 읽고 비교하고, 팩트 중심인 기사 중에 시청자가 공감할 것을 소재로 뽑아요. 신문마다 다른 부분은 직접 취재도 했어요. 도급택시를 다룰 때는 경찰관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물었죠. 그렇게 1년 가까이 공부하고 취재하다 보니 신문도 팩트가 틀린 게 있더라고요(웃음).”
‘동혁이 형’과 헤어진 장동혁은 현재 ‘9시쯤 뉴스’에서 이수근과 앵커로 나온다. 리포터로 나오는 김원효, 이광섭 등을 연결하는 중간자 역으로 시사개그를 이끈다. ‘못 말리는 면접관’도 외모와 학벌이 중심이 된 면접 풍토를 은근히 비튼다. 2003년 데뷔한 그를 3년 만에 스타로 만든 ‘노마진’도 물건을 쓰다 겪는 짜증을 보여주며 공감과 통쾌함이 핵심이었다. 몸보다는 말로 하는 개그를 선보여 ‘똑똑한 개그맨’으로 통한다. “자장면 배달부 ‘짜루짜루’ 등 처음에는 얼굴을 알리려고 웃긴 역을 했는데, 이제는 말로 하는 개그가 잘 맞는다고 느껴요. 다른 개그맨들은 집에 가면 조용해지지만 전 집에 가면 더 떠들어요.”
장동혁은 단지 넥타이 매고 정시에 출근하는 일이 싫었을 뿐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이 꿈은 아니었다고 한다. 군대에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개그맨 시험을 봤다. “바텐더가 되려고 공부했는데 개그맨 시험을 본 뒤로 마약 중독처럼 자꾸 생각났어요.” 개그맨이 되기 전 호프집 아르바이트, 영어교재 판매원 등 다양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노마진’ 뒤 ‘동혁이 형’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고, ‘동혁이 형’의 인기를 이어갈 새로운 캐릭터를 또 기다려야 한다. 그는 “개그맨들은 코너가 막을 내리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과정 또한 즐기게 됐다”며 “대박을 꿈꾸지 않고 천천히 올라가고 내려오는, 오래가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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