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출연중인 하지원 현빈.
16일 종영한 <에스비에스>(SBS) 주말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는 김은숙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삶 자체가 마치 드라마 속 길라임(하지원)의 삶처럼 ‘현대판 신데렐라’를 연상케 한다. 그는 “드라마 속 길라임이 월세 30만 원짜리 옥탑방에서 살 듯이 어머니와 삼 남매가 함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김 작가는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는 너무 가난해서 책을 읽을 수 없었고, 그 대신 공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일기 대신 동시를 써서 냈는데, 담임 선생님이 ‘좋은 시’라고 칭찬해 준 것이 너무 좋아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강릉 강일여고를 졸업한 김 작가는 고교졸업 후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했다. 김 작가는 ‘책 벌레’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는 <토지> <태백산맥> <아리랑>을 비롯해 오정희, 신경숙의 책을 섭렵했다. 신경숙 작가가 서울예대 문창과를 나온 것을 알게 된 이후에 이 사람처럼 되려면 그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해 1997년 스물다섯 나이에 서울예대 문창과에 입학했다. 그는 그때부터 졸업하던 99년 까지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대학을 졸업한 작가 지망생에게 삶은 혹독했다. 신춘문예에는 낙방하기 일쑤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2003년까지 월세 30만 원짜리 반지하 방에서 도시빈민 생활을 했다. 그런 그에게 2003년 드라마를 써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가 드라마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에스비에스>(SBS) 주말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57.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됐다. 이후 수목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년)과 <연인>(2006년) 등 이른바 ‘연인’ 시리즈로 이어졌고, <온에어>(2008년), <시티홀>(2009년) 등을 집필했다. 그는 이제 회당 2~3천만 원을 받는 1급 작가가 됐다. 김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크릿 가든’에서 역경의 시간을 딛고 일어서면 마침내 인생의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충신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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