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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녹화 전 분위기 띄우기’ 우리가 책임집니다

등록 2011-01-17 20:35수정 2011-01-18 09:03

왼쪽부터 엠시 딩동, 이광섭.
왼쪽부터 엠시 딩동, 이광섭.
예능·음악프로그램의 감초 ‘사전 엠시’
방청객 긴장풀고 제작지침 전달…개그맨 등용문서 전문 영역으로
상황따라 맞춤소재로 웃음 유발 자리잡기도 치열…독창성 관건

“여러분 연예인 처음 보시죠? 마음껏 만져보세요.” “오늘은 예쁘고 잘생긴 방청객만 초대했다는데 좀 늦으시나 봐요.”

한마디 한마디에 스튜디오가 떠나가게 웃음이 빵빵 터져나온다. 지난 5일 한국방송 <개그콘서트> 녹화 현장. 개그맨 이광섭(31)씨가 녹화에 들어가기전 방청객들을 웃기며 쥐락펴락 분위기를 띄운다. 재미는 본방 못잖지만 실제 방송은 타지 않는다. 프로그램 녹화 전 분위기를 띄우는 사전 진행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본방보다 더 웃긴, 무대 뒤의 무대를 이끄는 이들, 그들이 바로 ‘사전 엠시’들이다.

■ 사전엠시, 이젠 전업 프로까지 예능프로그램 중에서 방청객이 녹화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에는 대부분 사전 엠시가 있다. 한국방송 <일대백> <유희열의 스케치북> <개그콘서트> <콘서트 7080> <열린음악회>, 문화방송 <아이콘>, 에스비에스 <김정은의 초콜릿> 등 10여 개 프로가 넘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일대백>은 엠시 딩동(31)이, <개그콘서트>는 이광섭, <콘서트 7080>은 신현진(39) 등이 소문난 사전 엠시로 방송계에서 유명하다.

사전 엠시는 개그맨들의 등용문이기도 하지만 인기 개그맨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변기수, 윤형빈 등이 사전 엠시를 거쳤다. 과거에는 플로어 디렉터(에프디)나 신참 개그맨들이 주로 했는데, 요즘에는 아예 전문 사전 엠시가 생겼고, 레크리에이션 강사도 투입된다. 사전 엠시는 방청객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제작진의 요구를 방청객에게 전하는 허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제작진은 그래서 입담 좋고 순발력 있고 실력도 좋은 이로 까다롭게 고른다.

요즘 제작진들이 가장 먼저 손꼽는 사전 엠시는 이광섭과 엠시 딩동이다. 이광섭은 2007년 한국방송 개그맨 공채로 입사해 <개그콘서트>에서 3년 넘게 사전 엠시를 맡고 있다. 엠시 딩동은 2007년 에스비에스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2008년부터 사전 전문 엠시로 나섰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일대백>을 전담한다. 엠시 딩동은 “방송에만 안 나가는 것일 뿐 30~40분 동안 나만의 무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사전 엠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 이래도 안웃어? 그러면 매뉴얼대로 사전 엠시는 즉흥대사와 족보처럼 내려오는 정해진 매뉴얼을 반반 섞는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굴비” 등 말장난은 사전 엠시 세계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개그이지만 가장 잘 먹힌다. 무조건 터지는 개그는 외모활용 개그. “눈코입 너무 예쁘세요. 얼굴이 예뻐야 할 텐데.” “빨간색 입으니까 사자성어가 생각나네요, 제육볶음”식이다. 방청객 중 가장 잘 웃는 이를 택해 진행 내내 적시적소에 활용하는 것도 실패가 없다.


나이대별로 먹히는 소재도 다르다. 10대가 많은 곳에서는 아이돌 이야기가 가장 통한다. 이광섭은 “고등학교 행사에서 민호 좋아해? 나랑 친한데 화상통화 한번 할까. 그러면 애들이 와~하고 자지러집니다. 그러면 샤이니 민호가 아니라 개그맨 민호와 통화하는 식이죠”라고 했다. 50대 이상이 모이면 야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오늘 입술 짙게 바르셨네요’라고만 해도 빵 터지십니다. 어르신들은 야한 농담이 최고죠.” 대부분 커플끼리 오는 20~30대는 분위기가 좋아 무슨 말만 해도 잘 웃는다고 한다. 여자들에게는 옷과 피부, 남자들에게는 군대 용어를 주로 활용한다. “군인분께 피아노 드리겠습니다. 피아노는 영창.”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있다. 일반 회사는 뭘 해도 다 웃는데 공무원이나 큰 기업들은 이름과 직책에 민감해 절대 틀리면 안 된다. 엠시 딩동은 “외모를 비하하는데 1분을 소요했다면 5분은 그 사람을 칭찬하며 제자리로 돌려놓아야해요. 방송에 안 나가도 장애인이나 아픈 사람은 소재로 삼지 않습니다.”

■ 사전 엠시도 치열한 정글 사전 엠시가 전문화되면서 자리다툼도 치열해졌다. 개그프로는 개그맨 후배들에게 물려주지만 다른 프로그램은 인맥과 실력으로 뺏기고 빼앗는 싸움이다. 엠시 딩동은 1주일 내내 프로그램 녹화에 행사 등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도 틈날 때마다 <개그콘서트> 등 다른 프로그램을 보러 다닌다. 메모는 필수. “누가 잘한다고 하면 반드시 보러 갑니다. 살아남으려면 저만의 것을 개발해야 해요.” 혹시 자료가 될까 해서 성형수술한 뒤 변하는 자신의 얼굴도 휴대폰으로 촬영한 뒤 보관중이다.

프로그램별로 방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종영한 <음악 창고> 때는 출연하는 인디밴드의 노래부터 프로필까지 외워갔다. 소품도 적극 활용한다. 마술도구를 사고 펼침막이나 스티커도 만든다. 디제이 디오시 콘서트에 쓰려고 남대문을 하루종일 돌며 선글라스도 구입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면서 현수막 만드는 데만 200만원이 들었습니다.” 유행하는 유머 시리즈를 재빨리 섭렵하는 것은 기본, 인기 드라마나 방송은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다른 사전 엠시가 먼저 한 말이나 시작한 것을 절대 따라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전 엠시 세계의 상도이다. 엠시 딩동은 “하지만, 남의 것이 재미있으면 조금 비틀어 사용하는 식으로 비켜간다”고 웃었다.

사전 엠시의 보수는 예상보다 적다.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개그맨들은 엠시료가 없고 대부분 한 회당 20만~30만원 선. 프로그램 마지막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의 주인공이 바로 그들이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김명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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