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깔끔한 진행·화려한 볼거리
이광섭씨와 엠시 딩동(본명 허용운)은 ‘사전 엠시계의 달인’으로 꼽힌다. 이광섭씨는 반듯한 외모에 깔끔한 진행으로, 엠시 딩동은 클럽 무대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볼거리로 방청객들을 사로잡는다.
개그맨들도 인정한 입담, 이광섭
<개그콘서트> ‘슈퍼스타 케이비에스’에서도 사회자로 나오는 이광섭씨는 길어야 1~2년 하는 <개그콘서트> 사전 진행을 3년 반째 맡고 있다. “스탠딩 개그를 좋아해서 할 때마다 신나고, 신인 때는 얼굴도 알리고 자신감도 쌓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제 개그맨으로서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사전 엠시를 그만두려는 그를 제작진은 그보다 입담 좋은 개그맨이 없다며 만류하느라 바쁘다.
개그맨으로선 고민이지만 진행 잘하기로 소문난 덕분에 일은 몰려든다. 기업체, 대학, 콘서트 등 각종 행사 섭외가 이어져 1년에 100회 넘게 무대에 오른다. “114 안내원의 밤, 성형외과 송년회, 입시 설명회 등 안 가본 곳이 없어요. 케이비에스 임원단 앞에서 진행했을 때가 가장 떨렸어요. 일단 사장님 앞에는 안 갔죠(웃음).” 방청객들도 그의 진행 솜씨에 반해 팬이 되어 돌아간다. 그는 최근 ‘9시쯤 뉴스’에서 소심한 에이(A)형 기자로 나오는데 방청객들은 “이광섭의 진가를 알려면 사전 엠시 하는 모습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에서 방송보도를 전공한 그의 원래 꿈은 피디였다.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영상 다큐멘터리가 와이티엔 공모에 뽑혀 기동취재팀에서 일했고 케이비에스 피디가 되려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플로어 디렉터(에프디)가 됐다. 연기도 해보고 싶어 <개그사냥>에 응시했는데 단번에 합격했다. 그 뒤 <개그사냥>에서 <폭소클럽> <개그콘서트>까지 8개월밖에 안 걸리며 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개그콘서트> 20기 특채로 들어갔는데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1년 동안 대학로 극장에만 섰어요. 한달에 8만 원 받으며 하루 2회 공연도 하면서 공부했고, 2007년 다시 공채 개그맨이 됐습니다.” 덕분에 안정된 연기와 발성으로 기본기가 탄탄한 개그맨으로 성장했다.
개그맨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진행을 도맡는 실력파인데 캐릭터로 승부하는 <개그콘서트>에서는 아직까지도 기대주다.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공부의 신’ 등 인기 꼭지마다 등장했지만 주로 진행자나 다른 개그맨을 받쳐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래도 아이디어뱅크로 인정받는다. “남 캐릭터는 잘 짜주는데 제 것은 잘 못 짜요. 작가 선생님이 너 작가 하면 좋겠다고 유혹하세요(웃음).”
“황현희와 유세윤을 뛰어넘고 싶다”는 그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소극장에서 스탠딩 개그를 할까 고민도 하고, 버라이어티 진행자도 꿈꿨지만 이제는 캐릭터 잘 잡아 <개그콘서트>에서 인정받는 게 먼저”라며 웃었다.
볼거리 가득한 무대로 시선 압도, 엠시 딩동
“사전 엠시는 방청객과 스태프를 이어주는 다리에요. 오프닝이 아니라 제작진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고 만듭니다. 그런 점에서 사전 엠시가 아니라 인디 엠시라고 불러 주면 좋겠어요.”
엠시 딩동은 2007년 에스비에스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1년 만에 그만두고 이벤트 회사를 차려 사전 전문 엠시로 활동하고 있다. 원래 이벤트 진행자 출신으로, 전문 진행자가 되고 싶은데 우리나라 진행자들 대부분이 개그맨 출신이라 개그맨 공채 시험을 봤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에도 출연했는데 첫해 번 돈이 총 40만 원이었다고 한다. “서른이 되니 집안의 반대가 너무 심해 이벤트 회사를 차렸죠. 가장 처음 교회 행사에서 7만 원을 받았는데 삼겹살 사 먹고 빨간색 캔버스 운동화 샀어요.”
클럽에서 진행하다가 디제이 디오시의 눈에 띄어 ‘런 투유’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제작진도 감당 못한 출연자들을 입담으로 통솔한 게 화제가 되어 와이티엔스타에서 <엠시 딩동의 여기요>라는 프로그램도 맡았다. 한국방송 <스타골든벨>, 교육방송 <맞수>에도 나가는 등 실력 하나로 여기저기서 부르는 곳이 많아졌다. 사전 전문 엠시가 된 지 2년 만에 한 달 수입이 최고 800만 원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숙소도 고시원에서 방 두개짜리로 옮기고 최근엔 차도 뽑았다. 그래도 여전히 “피디들이 바뀔 때마다 언제 퇴출당할 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한다.
에스비에스 출신으로 주로 한국방송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면서 눈칫밥도 먹었다. “대기실이 없어 두 달 정도 복도에서 서성댔고, 사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이 출연하면 가장 떨린다”며 웃는다. “그래도 지금은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 좋아요. 진행자 중에서 1주일에 3000명을 만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전 2년 반 정도 했는데 지금껏 15만4000명 정도를 만났어요. 그분들이 다 제 팬은 아니지만 절반만 절 좋아한다고 해도 기분 좋죠”
그의 꿈은 “엄마와 손잡고 아침 토크 프로그램 나가는 것과 사전 엠시 전문 아카데미를 차리는 것.” 그 전에는 엄마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다. “아무리 말해도 이해를 못 하세요. 엄마, 이제 내가 뭐하는지 알겠지? 나 이런 사람이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이광섭
엠시 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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