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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강호동씨와 허물없을 것 같죠? 아니에요

등록 2011-01-31 18:30수정 2011-02-01 15:20

나영석(35) 피디
나영석(35) 피디
‘1박 2일’ 4년 이끈 나영석 피디

“뭔가 치밀하게 준비해서 저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주세요. 그저 비즈니스의 기본에 충실할 뿐입니다.”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의 나영석(35) 피디와 1시간여 동안 나눈 인터뷰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아이템은 어떻게 찾느냐, 출연자는 어떻게 섭외하고 캐릭터는 어떻게 조정하느냐 등등의 질문에 그는 웃으며 “깊게 생각해 계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방영한 외국인 노동자 특집도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작가들이 영화 <방가 방가>를 보고 재미있다고 해 관심을 갖게 됐고, 외국인 근로자들과 편하게 여행 한번 다녀오자고 생각했는데 마침 녹화 날이 크리스마스여서 가족이란 아이템을 떠올리게 됐다”는 심심한 대답이다.

하지만 ‘1박2일’은 늘 이런 식이었고, 그게 힘이었다. 매주 눈앞의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문화방송 <무한도전> 등 한꺼번에 여러가지 기획을 준비하며 늘 새로운 구성을 선보이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그렇지만 무려 4년 동안 최고 인기 프로그램 자리를 지켜온 데에는 뭔가 숨은 특별한 비결이 있지 않을까? 나 피디에게 캐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진행자와는 불가근불가원 관계
내 관심은 시청자가 원하는 밥상

“시청률은 의무”-철저한 비즈니스 정신

“방송 프로그램 만드는 일은 좋은 성과 내라고 월급 주고 출연료 주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것이 나 피디의 지론이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한다. “요즘 (1박2일 꼭지의) 시청률이 30%를 못 넘는 것 같다”고 하자 곧바로 나 피디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1박2일’만 보면 이번주는 37.7%, 지난주는 34.7%”라고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였다.

그래서 방송 내용도 철저하게 시청자의 기호에 맞춘다. 장기적인 구상이나 새로운 실험보다는 ‘여행을 떠난 멤버들의 일상’이란 가장 검증된 구성을 반복한다. “경치만 보여주느냐”는 지적에도 나 피디는 꿈쩍도 안 했다. “일요일 오후 5~6시에 텔레비전을 켠 시청자들은 그냥 별생각 없이 편하게 웃고 싶어 합니다. 심야시간이라면 모를까 이 시간에는 창의적인 피디가 되겠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겠다고 해서는 시청자를 잡을 수 없어요. 한번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 아홉번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밥상을 차려야 합니다. 경치 좋은 곳을 보면 ‘나도 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편하게 웃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1박 2일’
1박 2일’
강호동을 움직인 것은 ‘공과 사의 구분’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으니 제작진과 출연자 사이가 정말 허물없어질 것 같지만 나 피디에겐 그런 법이 없다. 그는 강호동과 사적으로 잘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도 일년에 3~4번 할 정도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영역에 선을 긋는다. “서로 조금 어려워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번 촬영 나가면 스무번은 넘는 결정의 순간이 와요. 제가 결정하면 출연자들이 따라줘야 하는데 너무 친하면 그게 잘 안 될 수 있죠. 대신 제 결정이 옳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멤버들도 이건 아닌데 싶다가도 방송을 본 뒤 제 결정이 옳았다는 걸 느끼는 과정을 반복하며 믿음을 쌓게 되었어요.”

방송을 주도적으로 하는 스타일인 강호동도 ‘1박2일’에선 나 피디를 절대적으로 믿는다. 대신 촬영 현장에선 진행자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한다. 나영석 피디는 녹화장에 취재진이나 심지어 방송사 홍보팀도 절대 오지 못하게 막는 것으로 유명하다. 멤버들이 불편해지면 사실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결정할 땐 칼같이
새로 뽑을 멤버는 무조건 착해야

‘1박2일’은 모범생 같은 이승기에게 ‘허당’의 모습, 무뚝뚝한 은지원에게서 초등학생 같은 모습을 끄집어내며 출연자들의 새로운 면모를 만들어냈다. 이런 캐릭터들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이어서 성공한 것들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인간 관찰 프로그램입니다. 5명을 1주일만 골방에 가둬놓으면 그런 성격들이 누구나 나와요. 자기가 가진 여러 성격 중 방송상으로 가장 좋은 모습을 강조하는 거죠. 반응이 좋으면 출연자들도 자기의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더 많이 보여주게 됩니다.”

현재 ‘1박2일’은 새 멤버를 찾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이요? 착해야 한다는 겁니다. 출연 후보자를 만날 때는 전 얼굴만 멍하니 봐요. 질문은 형식적으로 던져놓고 함께 온 매니저나 코디와 어떻게 지내는지, 주변 관계망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를 유심히 봅니다. 억지로 친한 척하는 건 다 보이죠. 하하.”

요리만화광이 ‘복불복’으로

2001년 한국방송에 입사한 나영석 피디는 <출발 드림팀> 조연출로 시작해 <해피선데이> ‘여걸파이브’ 등 여러 출연자가 한꺼번에 나오는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1박2일’로 스타 피디가 된 것은 조연출 때부터 집단 엠시체제를 경험한 것과 그가 좋아하는 개인적인 기호들도 담았기 때문이다. 그는 <유머 일번지> 같은 코미디와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 ‘칭찬합시다’처럼 예능과 공익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대학 시절엔 연극반에서 연기도 하고 연출, 대본도 썼다고 한다. 시트콤 <세 친구> 작가 모집에 응모했는데 “내 글이 최고라고 생각하다 떨어져 큰 충격”을 받은 뒤 영화판에서 연출부 생활을 하다가 피디가 됐다. “<유머 일번지> 같은 스튜디오 개그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는데 잘못 풀려서 버라이어티로 왔어요(웃음).” 여행은 싫어하지만 대학 시절 친구와 술 마시다 별안간 밤 기차 타고 강릉을 다녀왔던 기억이 ‘1박2일’의 발단이 됐다. 요리 만화를 좋아해서 요리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는 그의 오랜 꿈은 ‘1박2일’에서 매회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 실현중이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무한도전·1박2일 두 PD 상반되는 취향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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